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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한류, 북미에서 ‘하이킥’ 날리다


세계 게임 시장의 본산인 북미 시장에서 한국 게임들이 기대를 넘어서는 실적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메이플 스토리’ ‘아이온’ 등이 현지 시장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게임 한류의 북미 시장 성공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북미 시장은 한국게임의 ‘무덤’으로 불려 왔다. 한국 게임이 세계 각지에서 성공 스토리를 쓰며 ‘게임 한류’라는 용어가 자리 잡기도 했지만 이러한 성공은 주로 아시아 시장에서 이뤄졌다. 이는 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한국 게임산업의 성장이 온라인게임에 토대를 두었기 때문이다. X박스360, 플레이스테이션3, 위(Wii) 등 비디오게임기로 즐기는 콘솔게임이 주종인 북미 시장과 그 토양 자체가 달랐던 것이다.

게임 그 자체의 특성 외에도 네트워크 접속을 통한 타인과의 교류, 경쟁이 심대한 영향을 주는 온라인게임은 세게 게임 시장의 본류인 비디오게임 시장과는 별도의 ‘틈새시장’으로 형성됐고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시장에서 맹위를 떨쳤다.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비디오게임이 한국 시장에서 맥을 못 추는 것처럼 한국의 온라인게임도 북미 및 유럽 등 이른바 선진 게임시장에서 맥을 추지 못해온 게 사실이다.

엔씨소프트와 넥슨 등 한국의 간판급 게임사들도 초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양사는 한국 게임사 중 가장 먼저 현지 시장에 진출했고 각각 ‘길드워’ ‘메이플 스토리’로 현지 시장에서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 넥슨이 ‘컴뱃암즈’를 성공시키며 한 발 앞서 나가는 듯 했으나 엔씨소프트가 ‘아이온’으로 다시 넥슨을 추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지 시장 개척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세계 최고 수준인 북미게임사들과 경쟁하고 있는 이들의 행보, 양사 간의 경쟁구도가 흥미진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엔씨소프트, ‘아이온’ 북미 판매 차트 1위 등극

현지 시장조사기관인 NPD에 따르면 ‘아이온’은 9월 한 달 간 북미 현지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PC 게임인 것으로 집계됐다. 현지 시장의 주류가 PC가 아닌 비디오게임이며 단기간의 판매수치인 것을 감안해도 한국 게임 최초로 판매 차트의 정상을 차지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아이온’의 북미 서비스는 현재 14대의 서버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패키지 판매량은 3분기 중 50만 개, 매출은 157억 원에 달한다.

‘메이플 스토리’의 대박 이후 연이은 성공

엔씨소프트에 앞서 현지 지사를 설립했으나 여의치 않아 지사를 철수했던 넥슨은 이후 알렉스 가든을 영입하고 현지에 개발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등 엔씨와 ‘닮은꼴’ 행보를 보였다. 알렉스 가든과 결별하고 현지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던 게임을 폐기하는 등 시행착오 또한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북미시장에서 엔씨소프트와 경쟁하고 있는 넥슨은 ‘메이플 스토리’를 성공시키며 현지에서 활로를 찾았다. 엔씨소프트가 앞서 성공시킨 ‘길드워’가 현지 스튜디오를 인수해 얻은 것임을 감안하면 ‘메이플 스토리’는 순수 한국 게임 중 유의미한 첫 히트작이라는 의미가 있다.

넥슨의 경우 북미시장에서 ‘메이플 스토리’에 이어 내건 ‘카트라이더’가 지난 2008년 상반기 중 서비스를 중지하며 체면을 구겼으나 2009년 들어 ‘컴뱃암즈’가 동시접속자수 3만 명에 육박하는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국산 온라인게임의 각 장르 중 해외 시장에서 가장 고전하는 것이 FPS게임인 것을 감안하면 FPS게임의 본고장인 북미에서 ‘컴뱃암즈’의 성공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 것이기도 하다.

‘컴뱃암즈’의 극적인 성공이 이뤄졌던 올 상반기에만 해도 분명히 넥슨이 북미시장 성과라는 측면에선 엔씨소프트를 앞서나갔다. 그러나 지난 9월부터 엔씨소프트가 ‘아이온’의 북미 정식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추격, 다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형국이다. ‘아이온’의 북미와 유럽 시장의 판매치를 합산하면 연내 100만 장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다.

넥슨 입장에선 ‘아이온’과 비슷한 시기에 론칭한 ‘던전앤파이터’가 대박을 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다소 아쉬운 대목. ‘던전앤파이터’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중화권 시장에서 동시접속자 200만 명을 기록할 만큼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으나 아직 북미 시장에선 ‘기대만큼’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던전앤파이터’는 ‘아이온’과 달리 패키지로 판매되지 않고 온라인 클라이언트 다운로드 방식으로 서비스되고 있어 판매량이 집계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 시장에 진출한 다른 국산게임에 비해선 괜찮은 초반 흥행 성적을 기록하고 있으나 ‘아이온’의 질주에 다소 빛이 바랜 형국이다. 넥슨 측은 “게임 장르의 특성상 현지 시장에서 붐업이 이뤄지기 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간판 차기작 북미입성 예정, 향후 행보도 주목할 만해

엔씨소프트와 넥슨 양사 모두 북미 사업 및 개발 조직에 구조조정을 단행, 현지 인사들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 인력들이 현지 사업을 장악하고 있다. 현지 게임 발굴보다 한국에서 제작한 핵심 게임으로 현지에서 승부를 보는 방식도 공통점이다. 외형상으로는 엔씨소프트가 향후 역전에 성공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엔씨소프트가 2011년 중 ‘길드워2’를 현지에서 발매하고 이어 2012년에 ‘블레이드앤소울’의 현지 상용화가 이뤄질 전망인 반면 현 시점에선 넥슨이 다음 카드로 내세울 게임이 마땅찮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가 보유하고 있는 현지 스튜디오가 향후 내놓을 ‘카드’도 잠재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넥슨의 행보도 주목해볼 가치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 부분유료화 상용모델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현지 시장에서 그간 넥슨이 쌓아온 노하우가 점차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와의 피인수 합병 논의에서 볼 수 있듯 현지 시장의 주요 기업들과 ‘깜짝 제휴’하는 방식으로 승부수를 내놓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국을 대표하는 넥슨과 엔씨소프트. 두 게임사가 콘솔게임의 본고장인 북미시장의 게임 판도를 PC로 옮겨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서정근 기자 antila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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