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그라운드 밖의 승부수


[정명의기자] 최근 LG 박종훈 감독이 SK 김성근 감독을 찾아가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눈 것이 화제가 됐다. 통상적인 감독들 간의 대화보다 긴 시간을 두 감독이 함께 했기 때문에 선수 트레이드에 관한 특별한 이야기가 오간 것이 아니냐며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박종훈 감독은 "야구 이야기만 했다"며 이런 주위의 시선을 일축했다.

두 감독의 만남이 오해를 샀던 이유로는 두 팀의 전력상 서로에게 필요한 선수 자원을 풍족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지난해 트레이드를 단행했던 전력이 있다는 점 등이 꼽힌다. LG는 SK에 부족한 외야 자원이 많은 편이고, SK에는 LG의 아킬레스건인 좌완투수들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설사 두 감독 간에 정말로 트레이드에 관한 대화가 오갔다한들 감독들이 쉽게 사실을 인정할 리 만무하다. 트레이드는 구단간의 이해관계가 얽힌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보가 밖으로 새어 나갈 경우 추진되던 트레이드가 취소되기도 한다. 지난해 모 구단도 사전에 정보가 유출돼 진행 중이던 트레이드 작업을 중단하고 결국 다른 구단과 카드를 맞춰 트레이드를 성공시켰다.

◆한국 프로야구, 트레이드의 역사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트레이드 기록은 출범 원년인 1982년 12월 7일 삼성이 서정환을 해태로 보낸 것이다. 이는 현금 트레이드로, 선수 대 선수로 이뤄진 트레이드는 그 이듬해인 1983년 6월 27일 MBC의 정영기와 롯데의 차동열이 유니폼을 맞바꿔 입으며 성립됐다.

이처럼 트레이드에는 현금 트레이드, 선수를 맞바꾸는 트레이드 등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선수간 트레이드에도 한 명씩 주고받는 경우도 있고, 여러 선수를 동시에 교환하기도 한다. 트레이드 카드가 균형이 맞지 않을 경우 현금이 포함되는 경우도 많다.

팀의 간판 선수를 트레이드하는 이른바 '빅딜'이 일어나기도 한다. 지난 1988년에는 삼성과 롯데가 각자 팀의 에이스를 맞바꾸는 사상 최대 규모의 빅딜을 단행하기도 했다. 롯데와 삼성이 최동원과 김시진 외 2명씩의 선수를 맞교환한 것이다.

최동원과 김시진의 빅딜에서는 선수와 구단의 관계가 트레이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최동원과 김시진은 선수협 활동으로 구단에 미운털이 박혀 있었기 때문에 둘 다 팀의 '에이스'였음에도 불구하고 팀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이후 트레이드는 해마다 필요에 의해 계속돼왔다. 그만큼 팀 전력 보강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방법이 바로 트레이드다. 특히 신생팀에게는 더욱 트레이드를 통한 선수 확보가 절대적이다.

SK는 창단 2년째를 맞던 2001년 삼성과 2대 6의 대규모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SK가 잘 뽑아놓은 쓸 만한 외국인 타자 브리또와 좌완투수 오상민에 현금 11억원을 얹어주고 삼성으로부터 김태한, 김상진, 이용훈(이상 투수), 김동수(포수), 정경배, 김기태(이상 내야수)를 받아온 것.

단일 트레이드 사상 최대 인원(8명)이 팀을 옮긴 트레이드로 기록돼 있는 당시 트레이드를 통해 SK는 신생팀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 베테랑들을 영입하며 신구조화를 꾀할 수 있었던 것. 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신인급 선수들은 트레이드돼온 선배 선수들을 통해 직, 간접적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서로 '윈-윈'해야 진정한 의미, 쉽지만은 않아

트레이드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해당 팀이 모두 '윈-윈'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데려온 선수가 부진하고 떠나보낸 선수가 펄펄 날아다닌다면 트레이드를 추진한 당사자들에게는 이보다 더한 곤욕이 있을 수 없다.

아무리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킨 트레이드라고 해도 '윈-윈'으로 평가받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SK와 LG는 3대4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SK는 최동수, 안치용, 권용관, 이재영 등 즉시 전력감 선수를 얻었고 LG는 박현준, 김선규, 윤상균 등 젊은 유망주들을 손에 넣었다.

SK는 지난해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온 선수들이 기존 선수들의 부상 공백을 잘 메우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적잖은 힘을 보탰다. LG 역시 올 시즌 이들 세 선수의 활약으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이 정도면 양 팀 모두 성공한 트레이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난해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두고 'LG가 손해였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다 올 시즌 초반 박현준이 에이스급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날아다니자 'SK가 아까운 유망주를 내줬다'는 목소리도 들렸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운 것이 바로 트레이드다.

물론 누가 봐도 실패한 트레이드 사례도 많다. 야심차게 영입한 선수가 부진에 빠진다거나,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떠나보낸 선수가 새로운 팀에서 기량을 만개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 두려워 구단들은 트레이드를 쉽게 추진할 수 없는 것이다.

◆올 시즌에는 과연···올스타 휴식기 전후 주목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30주년을 맞기까지 트레이드가 없었던 해는 아직 단 한 번도 없다. 올 시즌에는 아직 한 건도 없지만 조만간 트레이드 소식이 들려올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보통 올스타 브레이크를 전후한 혹서기에 트레이드가 많이 일어났다. 시즌이 반환점을 돌면서 서서히 4강의 윤곽이 드러나면 각 팀의 목표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트레이드도 활발히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더운 날씨에 선수들이 지쳐가며 부상 등의 변수가 많아지는 것과도 관계가 있다.

삼성, SK, KIA의 치열한 선두 다툼. 선두권을 추격하는 4위 LG. 4강권 진입을 노리는 두산과 롯데 한화, 그리고 탈꼴찌가 급선무인 넥센까지. 모든 구단이 우승이나 4강, 혹은 순위 상승을 꿈꾸며 나름대로 전력 보강을 필요로 하고 있다.

과연 올 시즌에는 또 어떤 깜짝 트레이드 소식이 야구팬들을 놀라게 할까. 그라운드 밖에서 던져지는 승부수인 트레이드. 민감하면서도 팬들의 큰 관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트레이드는 언제나 야구계의 뜨거운 감자다.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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