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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정의 Kiss&Cry Zone]김시진 감독, 퓨처스 경기 관전하면서 박병호 찍었다!


"이대호, 추신수 만큼이다." LG에서 전격 트레이드해온 박병호에 대한 넥센 김시진 감독의 신뢰와 확신이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성남고 시절 4연타석 홈런을 쏘아올리며 일찌감치 주목받았던 박병호는 2005년 1차 지명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었지만 2년간 상무입대 시절을 포함해 지난해까지 6년간 프로에서는 이렇다 할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결국 그는 트레이드 시장으로 내몰렸고 7월 31일 심수창과 함께 넥센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하지만 넥센으로 둥지를 옮기고 나선 목동 홈경기에서 2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시키는 등 이적의 아픔을 말끔히 털어버리고 히어로즈의 중심타자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병호는 이적 후 첫 출장에서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바로 다음날부터 지난 10일까지 7경기 연속 안타, 3홈런, 8타점을 기록하며 방망이를 달궜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만년 유망주'라는 수식어는 내려놓아야 할 정도다.

송신영-김성현을 내주고 심수창-박병호를 데려온 넥센의 이번 트레이드 건에 대해 일각에서는 웃돈이 오간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속사정은 양 구단의 함구로 확인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김시진 감독이 박병호를 시즌 초반부터 줄기차게 원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넥센은 멀리 강진에서 열어야 하는 퓨처스리그(2군리그) 경기의 일정을 일부 조정해 북부리그 팀과의 경기를 목동 홈구장에서 개최해왔다. 경기 시작 시간을 오전으로 앞당겨 혹여 1군 경기가 있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도록 했다. 멀리 강진까지 내려가지 않고 경기를 치른다는 점에서 원정팀이나 넥센 선수들은 모두 목동경기를 반긴다.

김시진 감독도 마찬가지다. 목동에서 2군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이른 아침 경기장에 도착, 매의 눈이 되어 선수들을 관찰한다. 1군 무대에선 볼 기회가 별로 없는 선수가 어떤 경기력을 지니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의 퓨처스리그 경기 시찰의 가장 큰 수혜자는 허도환(포수)이라 할 수 있다. 허도환은 신고선수 딱지를 떼고 현재 1군 주전포수 자리를 꿰찬 상태. 김시진 감독은 소속팀 넥센 선수뿐 아니라 타 팀 선수들에게도 눈길을 보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박병호였던 것이다.

지난 4월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목동구장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넥센-LG전. 3연전 첫 날 박병호는 LG 3번타자로 나와 4회 넥센 선발 배힘찬으로부터 3점홈런을 터뜨렸고, 이틀 뒤엔 선발 김상수에게 역시 4회 솔로포를 작렬시키는 좋은 활약을 펼쳤다.

박병호의 인상적인 밀어치기 스윙 타법을 유심히 지켜본 김시진 감독은 그 이후 박병호에 대한 사심(?)을 품기 시작했다.

"혹시 어제 LG 2군 경기 보셨나요? 박병호 또 홈런 쳤던데... 병호가 우리한테 오면 당장 4번 타자감인데..." 김시진 감독은 기자에게 2군 경기 현장을 자주 찾지 않느냐며 박병호의 경기 성적이나 근황을 물어보기도 했다. 당시 '설마~' 하는 느낌이 스쳤는데, 결국 김시진 감독의 박병호에 대한 '짝사랑'은 트레이드로 결실을 맺은 꼴이다.

"2005년 입단한 첫 해부터 쭉 지켜봤다. 솔직히 능력의 수치는 아직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로 미지수라 봐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힘이 있고 배팅하는 걸 보면 정상급 선수들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힘이 있다. 개인적으로 목동에서 20개, 그 이상의 홈런을 쳐줄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김시진 감독은 박병호의 영입에 얼마나 큰 공을 들였는지도 밝혔다. "시즌 초부터 구단에게 박병호를 잡아 달라고 요청해 놓았다. 처음엔 LG쪽에서도 거절했다. 쉽게 주겠나? 하지만 저 쪽도 저 쪽 사정이 있었고 고민하는 눈치였는데 내 쪽에서 강하게 원했다. 솔직히 보낸 선수들을 떠올리면 미안하기도 하지만 팀 타선이 워낙 터지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봐서도 박병호가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시진 감독은 박병호가 목동에서 적어도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당장 기대하는 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병호에게도 그랬다. 성적 내지 않아도 좋으니까 일단은 너의 스윙을 제대로 가져가 보라고 했다. 솔직히 부담감을 가지면 자신감이 결여되고 타석에서 작아질 수밖에 없다. 못해도 좋으니까 그라운드를 마음껏 누리며 재미있게 야구 해보라고 했다. 병호도 시간이 흐르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될 것이다."

김시진 감독은 심수창에 대해서도 '제구력 좋은 선발요원'이라며 역시 승패에 대한 조급증이나 부담감 없이 여유를 가지고 경기에 임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일단 출발은 좋다. 심수창은 무려 18연패를 터널에서 빠져나오며 승리투수가 되는 감격을 맛봤고, 박병호는 물오른 방망이로 중심타자 몫을 해내며 이적의 아픔 따위는 잊은 듯하다.

퓨처스리그를 유심히 지켜봐온 김시진 감독의 선택. 과연 옳았을까? 프로야구를 보는 또 하나의 볼거리가 아닌가 싶다.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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