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 "'옥세자', 의지하고 위로받은 작품…이각에게 고맙다"(인터뷰①)

'옥탑방 왕세자'의 '각세자' 박유천을 만나다 "부담 없이 연기했다"


[장진리기자] 어쩌면 본분이 가수인 박유천에게 이런 말은 오히려 실례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제는 가수 박유천만큼 연기자 박유천이라는 말이 그에게 참 잘 어울린다. '성균관 스캔들'로 연기자로 데뷔한지 약 2년, 박유천은 퓨전 사극 '성균관 스캔들', 정통 멜로 '미스 리플리'에 이어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옥탑방 왕세자'로 연기자로서의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옥탑방 왕세자' 종영 후 서울 여의도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박유천은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숨만 쉬고 촬영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혹독했던 촬영 스케줄의 여독이 아직 가시지 않은 탓인지 다소 피곤해 보이긴 했지만 개구진 특유의 미소만큼은 그대로였다.

◆박유천, '옥탑방 왕세자' 이각을 그리워하다

'옥탑방 왕세자'는 박유천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드라마 자체에도 애정이 있지만, 특히 연기자 그리고 인간 박유천을 성장시켰다는 데서 박유천은 '옥탑방 왕세자'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애정 많이 있었죠. 끝나고 나서 더 알게 된 애정인 것 같아요. 드라마 자체에도 애정이 있었지만 이각과 박유천 동시에 의미가 있었던 작품이에요. 나름 전작보다는 인물과 완전히 가깝게 몰입해서 좀 더 연기를 자유롭게 하지 않았나 하는 뿌듯함이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박유천으로서 의지가 됐고 위안을 많이 받았던 작품이에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이각에 완전히 빠져서 연기할 수 있었고, 일상적으로 하는 대화 하나하나가 제게 위안이 됐어요. 많이 의지했죠."

박유천은 "이각은 다행스럽게 시간이 지나면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못 보내겠다 이런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각에게는 고마웠다는 마음이 크다"며 "이각에게 너무 많이 받아서 보낼 수 없다는 생각보다는 친구 같은 그런 느낌이다. 한 드라마 속의 인물에게 이런 감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옥탑방 왕세자'를 촬영하는 약 3개월의 시간 동안 박유천은 자신도 모르게 이각을 닮아갔다. 박유천이 이각을 표현하는 깨알 포인트인 뒷짐은 어느새 박유천의 행동이 됐다.

"뒷짐이 정말 편해요. 드라마 시작하기 전에 말투나 행동을 많이 고민하긴 했었죠. 이제 뒷짐 지고 걷는 건 일상이 된 것 같아요. 평소에도 많이 그러고 다녀요(웃음). 평소에는 편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하면 되는데 어느새 뒷짐 지고 걷는 걸 자연스럽다고 봐주시는 것 같아서 이제 안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근데 안하려고 하니까 팔이 너무 덜렁덜렁 거리는 것 같아서 어색해요(웃음)."

◆박유천, '옥탑방 왕세자'로 한 걸음 더 성장하다

'성균관 스캔들'과 '미스 리플리'의 연이은 흥행, 2년 연속 연기대상 신인상까지, 연기자로 안방극장 시청자들과 만난 박유천은 주연을 맡은 작품마다 기대에 부응하며 좋은 기록을 이어갔다. 연이은 작품 성공에 부담도 됐을 터. 그러나 박유천은 '옥탑방 왕세자' 촬영을 시작하며 부담감을 모두 털기로 결심했다.

"'잘하자'는 부담을 버려서 몰입이 더 잘 됐던 것 같다"고 솔직히 고백한 박유천은 "전작을 찍을 때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고, 너무 자신감이 없다 보니 첫 촬영에 들어갔는데도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다"며 "다시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하게 됐다. 제 자신에 대한 부담감이 컸는데 아마 '성균관 스캔들'에 대한 부담감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옥탑방 왕세자'는 열심히 하자, 혹은 잘해야지 이런 생각은 오히려 해 본 적이 없어요. 그냥 연기하자는 생각이었죠. 이각으로 생각했던 것들을 풀어내보자 하는 생각만 강했어요."

박유천은 '옥탑방 왕세자' 첫방송 직전 부친상을 당하며 뜻하지 않은 슬픔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박유천은 빠르게 마음을 추스리고 현장으로 바로 복귀했다. 자신 때문에 다른 출연자나 스태프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저도 촬영장에 복귀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요. 하지만 제가 결정 내린 작품이고 여러가지 책임감을 느끼다 보니까 마냥 슬퍼만 하는 것 자체도 너무 비겁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쉽지는 않았지만 복귀하니까 말하지 않아도 많은 분들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졌어요. 다른 분들이 오히려 저한테 얘기를 못 꺼내고 힘내라는 말도 쉽게 하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더 아무렇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우리 비글 3인방과 지민이 누나, 태성이 형, 유미 등 배우분들과 스태프분들 도움 많이 받아서 털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슬픔을 이겨낸 박유천은 조금 더 강해져 있었다. 부담감을 떨쳐내고 연기에만 집중하기로 한 박유천은 오히려 이각을 만나 더욱 자유로워졌다.

박유천은 "부담이 없으니 앞뒤로 아무 걱정이 없었다. 가운데만 보고 걸어가다 보니 연기가 재밌더라. '옥탑방 왕세자'를 하면서 연기에 대한 재미를 많이 느꼈다. 캐릭터를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재미난 일이고 행복한 일인지를 이번 작품 때문에 많이 느낀 것 같다"고 새록새록 느껴가는 연기의 재미를 설명하며 "이번 작품에서 호평 받은 것들은 제가 잘했다는 게 아니라 제가 경험했던 것들이 있기 때문에 그게 연기로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무의식 중에 경험이 연기에 도움이 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대성통곡을 해봤기 때문에 그렇게 눈물을 흘릴 수 있었던 것처럼요. '옥탑방 왕세자'를 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많이 보여드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부담을 떨쳤다고 담담하게 말하지만 박유천도 역시 사람이다. '옥탑방 왕세자'의 성공만큼 차기작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는 것은 마찬가지. 그러나 아직 박유천은 여유롭다. 아니, 여유로워지려고 노력 중이다.

"다음 작품에서 혹시 벽에 부딪히지 않을까, 감정선 밑바닥의 한계를 만나서 불안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지금은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노력하고 있어요. 밥을 먹을 때나 차 타고 이동할 때 다른 분들의 행동도 유심히 보는 편이고… 차곡차곡 좀 집어넣자는 생각을 많이 해요."

조이뉴스24 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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