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는 재부팅, 웃으며 노래하고 싶었다"(인터뷰①)


[이미영기자] 대중의 품으로 돌아온 에픽하이의 표정은 밝았다. 타블로는 "아이유와 결혼하고 싶다"는 깜짝 발언을 했던 미쓰라를 놀리며 킥킥거렸고, 군 제대 후 돌아온 미쓰라는 "모든 상황이 어색하다"고 웃었다. 투닥거리는 두 사람을 지켜보던 투컷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최근 정규 7집 앨범 '99'를 발표하고 3년 만에 컴백한 에픽하이를 지난 22일 YG 사옥에서 만났다. 전날 '인기가요' 컴백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들떠있었다.

수백번도 넘게 무대에 섰던 에픽하이지만 3년 만의 컴백은 그 의미가 남달랐다. 타블로의 험난했던 여정, 미쓰라의 군 입대와 제대 등을 거쳤고, YG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에픽하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무대에 섰다.

"너무 떨렸어요. 무대에서 잘 못할까봐. 워낙 노래가 밝아서 그런지 무대가 시작되고 관객이 방방 뛰기 시작하니까 이성을 잃었어요. 그냥 뛰어놀다가 내려온 것 같아요. 방송 후 체육관에서 열렸던 큰 공연에도 섰는데, 많은 분들이 있는 곳에서 공연을 한 건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셋이 서있다는 것만으로도 울컥했죠."(타블로)

"짠하고 신기했어요. '인기가요' 갔을 때도 TV에서 보던 사람들이 있으니 어색헸어요. '그래, 우리도 무대에 섰었던 사람들이었지' 실감했죠. 막상 무대에 올라서 관객들을 보니 자연스럽게 흥분하고, 우리가 더 신났던 것 같아요. '이제 다시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투컷)

타블로가 먼저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하면서 일각에서는 '에픽하이 해체'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에픽하이는 한 번도 해체를 의심한 적이 없다. 투컷과 미쓰라가 YG에 들어와서 새 출발을 하는 것도 예정된 수순이었다.

타블로는 "제가 YG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에픽하이로 오는데까지의 계단이었다"고 말했다. 투컷은 "타블로가 혼자 아티스트로 계약할 때 저희는 이미 다 이야기가 됐던 상황이었다. 팬들이 '해체 하는거 아니냐' '더이상 에픽하이를 못 보는 건 아니냐'고 했을 때 아니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 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결과물을 들고 오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다시 뭉친 에픽하이가 내놓은 정규 7집은 '99'. 숫자 9를 좋아하는 에픽하이가 올해 데뷔 9주년을 맞아 9개의 노래들을 트랙에 담았다. 음악을 가장 즐겨들었던 90년대 감성과 사운드를 담으려 했다. 에픽하이는 "우리가 음악을 가장 사랑했을 때가 10대 시절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잃어버린 그 순수한 즐거움을 되찾자는 것이 이번 앨범의 모토"라고 설명했다. 초심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반영된 것.

에픽하이는 데뷔 후 처음으로 더블 타이틀곡인 '돈 헤잇 미(Don't Hate Me)' '업(Up)'을 선보였다. '돈 헤잇 미'는 '다 나만 싫어해. 다 나만 미워해'라는 가사와 경쾌한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가 결합된 곡이다. 박봄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업'은 올드스쿨 힙합에 락의 요소를 더했다. '오늘은 밑바닥 인생이지만 내일은 하늘을 날아 다닐테니 두고봐'라는 희망찬 가사가 에픽하이 멤버들의 의지를 드러냈다.

"두 곡 모두 공연장에서 하기 신나는 노래들이죠. 무대를 참 많이 그리워했어요. 음악을 만드는 것 그이상으로 관객들과 함께 하는 것이 그리웠죠. 그래서 이 두 곡을 타이틀곡으로 해서 최대한 무대에 많이 서고 싶었어요."

2003년 '플라이(FLY)' 이후 다소 차분하고 어두워졌던 에픽하이의 음악색깔이 신나고 긍정적으로 변했다. 에픽하이는 "셋이 만나면 현실감을 잃을 정도로 즐겁다"며 "이번 앨범은 의도적으로 밝게 만들었다. 슬픈 노래나 어둡거나 진지한 노래는 잠시 쉬게 해주고 싶었다. 웃으면서 노래하고 싶은 음악을 만드려고 했다"고 말했다.

'에픽하이의 신선한 변신'이라고 반기는 사람도 있고 '에픽하이만의 색깔이 없다'고 아쉬워하는 팬들도 있다. 그러나 에픽하이는 자신들의 음악 색깔을 규정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에픽하이 하면 약간 슬픈 감성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밝고 신나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악동적이라는 사람, 비판적인 음악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죠. 아직 에픽하이스러움이 뭔지 모르겠어요. 이번 앨범에서는 우리도 즐겁게 만들고, 즐겁게 노래하고, 즐겁게 관객들과 뛰어놀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우리도 회복하고 다른 사람들도 웃게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작업했죠."

이번 앨범은 에픽하이가 YG에서 처음으로 내놓는 앨범이라는 점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대형기획사에서 이번 앨범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에픽하이는 이같은 질문에 "에픽하이는 외향적인 환경에 영향을 받는 팀이 아니다. 예전 작업 방식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사운드 면에서 봤을 때 조언을 많이 받고,녹음을 할 때도 테디가 많이 도와줬어요. YG 스타일이라고들 하시는데 이번 앨범은 YG 스타일도 아니고, 에픽하이의 스타일도 아니고 그냥 딱 이 앨범다운 스타일이예요."

"확실히 시설이 좋고, 밥이 맛있고, 음악을 작업하는 사람들에게는 생명 같은 야식이 제공되는 것은 정말 좋아요(웃음). 예전에는 녹음실을 항상 빌렸고,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작업을 하러 들어가면 지나치게 진지했거든요. 비지니스 하듯이. 이번에는 작업하는 공간 안에서 놀면서 할 수 있으니까 좋았던 것 같아요. 또 YG 프로듀서들이 너무 열심히 음악을 하고 있으니까 저희도 열심히 하게 되요."

에픽하이의 새 앨범 신곡들의 반응은 좋다. 선공개된 '춥다'부터 시작해 '업'과 '돈 헤잇 미'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멤버들은 성적보다 다시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투컷은 "다시 앨범을 내고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바랄 것이 없다"고 했다. 지금이 진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다.

"오랜만에 나온거라 데뷔라고 생각해요. 재부팅이죠. 우리 셋이 여기서부터 진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인의 마음으로 조금씩 해서 다음 앨범도 내고 언젠가는 우리가 꿈꾸는 자리에 도달하기를 원해요. 신인답게 다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팬들을 한 분씩 한분씩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욕심이 많이 줄었고, 또다른 욕심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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