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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결산]③당당했던 여풍, 고개숙인 남자들


한국 금3 은3 동2개 획득, 남자는 銀 1개뿐…'톱10' 목표도 실패

[류한준기자]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 한국 선수단은 역대 동계올림픽 출전 사상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 차기 대회(2018 평창올림픽) 주최국이기도 했고 3회 연속 '톱10' 진입에 대한 목표가 분명했다. 이런 이유로 선수뿐 아니라 임원 수도 늘어난 대규모 선수단을 꾸렸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아이스하키를 제외한 모든 종목에 대표선수들을 파견해 금메달 4개 이상 획득을 노렸다. 남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올림픽 2연패를 노린 '빙속 3총사' 모태범 이승훈(이상 대한항공) 이상화(서울시청), 그리고 소치대회를 피날레로 장식하는 '피겨 여왕' 김연아, 여기에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쇼트트랙이 있었기 때문에 소치에서도 밝은 청사진을 그렸다.

그러나 대한민국 선수단은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여자선수들은 선전한 반면 남자선수들의 부진 탓이 컸다. 특히 남자 쇼트트랙대표팀은 지난 2002 솔트레이크대회 이후 12년 만에 '노메달'이라는 성적표를 받고 고개를 떨궈야 했다.

사실 남자 쇼트트랙대표팀은 이번 소치대회를 앞두고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에이스 노진규(한국체대)가 부상으로 소치에 오지 못하면서 삐걱거렸고, 실제 경기에서도 선수들은 기량 발휘를 제대로 못하고 메달권에 한 명도 들지 못했다. 게다가 러시아로 귀화해 올림픽 무대에 복귀한 빅토르 안(안현수) 후폭풍까지 시달리며 안팎으로 크게 시련을 당했다.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에서 유력한 메달 후보로 꼽힌 모태범도 이번 소치에서는 빈손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모태범은 남자 500m에서 최선을 다한 질주를 보였지만 '빙속강국' 네덜란드 바람에 밀렸다. 네덜란드는 500m에서 금, 은, 동메달을 싹쓸이했고 모태범은 열심히 레이스를 마무리했지만 4위에 만족해야 했다. 그는 1천m에서 다시 한 번 메달에 도전했지만 12위에 그쳤다.

2010 밴쿠버대회에서 1만m 금메달과 5천m 은메달을 따냈던 이승훈(대한항공)도 이번에는 같은 종목에서 4위와 12위에 그쳤다.

남자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여자 선수들은 제몫을 했다. 이상화는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금빛질주'를 했다. 이상화는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해 명실상부한 종목 최강자임을 입증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밴쿠버대회에서 금3 은2를 기록, '효자종목' 노릇을 했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금1, 은1에 그쳤다.

여자 쇼트트랙대표팀은 금2 은1 동2개를 수확하며 남자 대표팀의 부진을 만회했다. 박승희(화성시청)는 3천m 계주와 1천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소치에서 한국선수들 중 유일하게 2관왕에 올랐다. 박승희는 500m에서도 동메달을 따냈다.

또한 '차세대 에이스'로 꼽히는 심석희(세화여고)는 3천m 계주 금메달을 포함해 1천500m 은메달과 1천m 동메달을 수확했다. 금, 은, 동을 모두 목에 건 주인공이 됐다.

'피겨여왕' 김연아는 마지막 올림픽 무대를 금메달로 장식하지 못했지만 깔끔한 연기로 감동적인 마무리를 했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 1위에 오른 데 이어 프리스케이팅에서도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보였으나 러시아의 홈 텃세 때문에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금메달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가 차지했다. 피겨에서 나온 이해하기 힘든 심판 판정은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오점으로 남았다.

한편 여자 컬링대표팀은 첫 올림픽 출전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대표팀은 참가 10개국 중에서 세계랭킹이 가장 낮았지만 3승 6패를 거두며 8위에 올라 대회 기간 내내 많은 관심을 받았다. 피겨의 '김연아 키즈'인 김해진(과천고)과 박소연(신목고)도 첫 올림픽 무대를 잘 마무리하며 4년 후 평창올림픽을 기약했다.

거셌던 여풍과는 달리 메달을 한 개도 따내지 못해 고개를 떨궜던 남자 선수들이 대회 막바지 드디어 메달 소식을 전했다.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에 참가한 이승훈(대한항공)과 주형준, 김철민(이상 한국체대)이 준결승에서 밴쿠버대회 우승팀 캐나다를 꺾으며 올림픽 참가 사상 처음으로 해당 종목 메달 획득을 확정했다. 세 선수는 결승에서 금메달 도전에 나섰지만 역시 네덜란드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며 남자 선수단의 마지막 자존심을 살릴 수 있었다.

또한 스켈레톤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윤성빈(한국체대)은 한국 썰매 종목 사상 올림픽에서 최고 성적인 16위를 차지했다. 모굴스키에서도 최재우(한국체대)가 프리스타일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금3 은3 동2개로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동계올림픽에서 첫 메달을 따냈던 1992 알베르빌대회 이후 가장 낮은 순위인 13위에 자리했다. 한국은 지난 2006 토리노대회에서는 금6 은3 동2개로 종합순위 7위에 올랐고 2010 밴쿠버대회에서는 금6 은6 동2개로 역대 최고인 5위까지 차지했다.

4년 뒤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대회의 전초전 격이었던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한국선수단은 기대에 모자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해서 결과에만 계속 매달려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시 분위기를 추스르고 2018 평창올림픽의 환호를 위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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