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나우두 떠난 후 남미 우승컵도 '굿바이'

2002년 이후 월드컵, 남미가 유럽세에 압도적으로 밀려


[최용재기자] 2014 브라질 월드컵이 독일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제1회 우루과이 대회부터 이번 20회 브라질 월드컵까지, 월드컵은 세계 축구의 '양대 산맥'인 유럽과 남미 대륙이 우승컵을 나눠가졌다. 유럽의 독일이 20회 우승컵을 가져가며 총 11번의 우승을 차지했고, 남미가 9번의 우승컵을 품었다.

유럽과 남미가 월드컵 역사를 거의 대등하게 나눠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으로 보면 유럽세의 '압승'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브라질이 우승한 후 내리 3차례 대회에서 유럽이 우승컵을 안았다. 2006 독일 월드컵 이탈리아, 2010 남아공 월드컵 스페인, 2014 브라질 월드컵 독일이 연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유럽 축구는 날로 발전하고 있는데 남미 축구는 정체됐거나 갈수록 쇠락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이 우승하며 남미, 북중미 대륙에서 열린 월드컵 최초로 남미가 아닌 유럽팀에 우승컵을 내주는 굴욕도 맛봐야 했다.

유럽은 이탈리아(4회), 독일(4회) 등 전통의 강호 외에도 프랑스(1회), 스페인(1회), 잉글랜드(1회) 등 3팀이나 더 우승국을 배출했다. 또 언제나 우승을 노릴 만한 네덜란드가 있고 미래의 강팀 벨기에도 탄생시켰다. 시간이 갈수록 유럽세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남미는 브라질(5회) 혹은 아르헨티나(2회)가 끝이다. 월드컵 초창기에 우승을 2회 차지했던 우루과이는 우승후보로 거론된 지 너무 오래됐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제외하고 그 어떤 남미의 강호도 등장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도 유럽에 철저하게 밀리고 있다. 브라질은 우승하지 못한 지 12년이 흘렀고 아르헨티나는 28년이나 지났다.

남미 축구는 2002년 이후로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2002년 이후 유럽에 완벽하게 자리를 내줬다. 2002년 세계 축구를 호령했던 브라질의 호나우두가 월드컵 무대를 떠나자, 우승컵도 남미의 손에서 떠났다. 유럽을 압도하던 남미 특유의 화려한 축구가 힘을 잃은 것이다.

2002년 브라질은 8골을 넣은 득점왕 호나우두를 필두로 히바우두, 호나우지뉴 등 초호화 멤버로 결승까지 올랐고 독일을 꺾고 다섯 번째 별을 품었다. 남미 축구의 마지막 영광이었다. 2000년대 들어 월드컵에서 남미팀이 우승컵을 들어 올린 마지막 장면이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유럽이 완벽하게 남미를 압도했다. 8강에 오른 팀 중 무려 6팀이 유럽이었다. 나머지 2팀은 남미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하지만 8강에서 브라질은 프랑스에 졌고, 아르헨티나는 독일에 패배했다. 4강은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 유럽 국가들의 축제였고, 이탈리아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06년은 유럽에서 열린 대회였기에 남미팀들은 그마나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따라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유럽과 남미의 진정한 승자를 가리는 대회였다. 유럽과 남미가 아닌 '제3의 대륙'인 아프리카에서 열린 대회였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도 유럽의 강세는 이어졌다. 8강에 유럽은 스페인, 독일, 네덜란드 3팀이 진출했고, 3팀 모두 4강에 진출했다. 결승에서 스페인과 네덜란드 두 유럽팀이 만나 스페인이 우승을 차지했다.

남미는 8강에 4팀이나 오르며 나름 선전했다. 하지만 그 중 3팀이 유럽팀에 패배해 탈락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8강에서 네덜란드와 독일에 패배했고, 파라과이는 스페인에 무너졌다. 8강에서 유럽을 피한 우루과이가 가나에 승리하며 유일하게 4강에 올랐다. 하지만 우루과이가 결승까지 가기에는 유럽세가 너무 강했다. 우루과이는 4강전에서 네덜란드에 발목이 잡혔다. 결승전은 다시 유럽의 축제였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남미의 기대감은 컸다. 남미에서 열리는 대회였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우승 후보로 지목받았다. 두 팀 모두 4강에 오르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브라질은 독일에 1-7로 대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메시에 의존했던 아르헨티나는 결승까지는 올랐지만 독일의 벽을 넘지 못하고 0-1로 졌다. 브라질은 3~4위 전에서도 네덜란드에 0-3으로 완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2002년 이후 월드컵에서 유럽의 압도적 강세, 예견됐던 흐름이었다. 남미와 유럽의 축구는 개인기와 조직력의 대결로 불렸다. 그런데 이제는 유럽 선수들도 남미 선수들 못지않은, 어떤 의미에서는 더욱 뛰어난 개인기를 지녔다. 거기에 조직력까지 더하니 남미팀이 상대하기에는 너무 강해진 것이다.

또 유럽 프로축구리그 활성화로 인해, 선진 축구, 선진 전술은 유럽 선수들에게 먼저 전파되고 있다. 유럽 명문 클럽에서 유럽 선수들이 짠 틀에 몇몇 특출한 남미 선수들이 힘을 보탤 뿐, 중심은 언제나 유럽 선수들이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 명장들 역시 남미가 아닌 유럽팀 지휘봉을 잡고 있다. 남미가 유럽을 쉽게 이길 수 없는 현실이다.

남미 축구가 분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월드컵은 유럽의 축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흥행과 재미를 위한 희생양으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덤으로 낀 '확대된 유로 대회'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호나우두-히바우두-호나우지뉴와 같은 슈퍼스타들이 다시 한 팀에 등장하기를 막연하게 기다릴 수만은 없다. 남미 축구도 세계 정상 탈환을 위해 변화와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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