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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수기 기술위원회, '독립' 외칠 인물이 필요해


국내 사정-세계 축구 흐름 읽는 폭넓은 감각 있어야

[이성필기자]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지난해 5월 직제 개편에서 기술교육실의 하부 조직으로 전락했다. 독립 위원회로서의 역할이나 위상이 무색해지는 개편이었다.

축구협회 정관에 따르면 기술위원회는 국가대표 선수 선발과 지도자 양성, 축구 기술 자료 수집 및 분석 활동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한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것 같지만 매번 큰 대회를 치를 때마다 제대로 된 임무 수행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브라질월드컵 직후 홍명보 전 감독의 사퇴 과정에서 기술위원회는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했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이번 월드컵에서 대표팀 지원팀장 역할에 집중하느라 기술위의 고유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기술위원들이 상근직이 아니다보니 힘도 약하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았다.

기술 부분의 완전한 독립은 오래 전부터 축구 지도자들이나 축구협회 실무진들의 소원이었다. 조광래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한국 축구가 발전해 나가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기술 파트의 강화다. 다른 나라들을 봐도 독립적인 형태로 운영된다. 한국만 기형적이고 힘이 없다. 감독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황보관 위원장은 2011년 11월 7명의 기술위원을 선임했다. 안익수 당시 부산 아이파크 감독, 하석주 아주대 감독, 윤종석 장훈고 감독, 최수용 광주축구협회 전무이사, 이규준 FC 하남 감독, 정태석 순천향대 피지컬 강사, 윤영길 한국체대 스포츠심리학 교수 등이었다. 이전 기술위원들과 비교하면 나름 각계의 폭이 넓혀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로에서 아마추어, 심리와 생리학 전문가까지 포함돼 구성 자체는 괜찮았다.

하지만, 기술위원 개인의 신상 변화에 따라 상황은 춤을 췄다. 하석주 감독은 전남 드래곤즈 사령탑에 오른 뒤 팀 성적이 부진하자 스스로 기술위원직을 놓았다. 이 외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몇몇 기술위원이 조용히 교체됐다.

연속성이 없는 기술위가 힘을 쓰지 못하니 기술위원장 역시 이름 뿐인 직책이나 다름없었다. 황보관 위원장은 유소년 시스템 구축 등에는 해박했지만 성인대표팀 강화 부문에 있어서는 힘이 없었다. 허정무 전 부회장이 성인대표팀을 총괄했고 최만희 기술교육실장이 유소년 강화에 집중하는 상태에서 낀 신세처럼 비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축구협회 한 실무진은 "오래 전부터 기술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독립을 보장하는 직제 개편과 정관 개정이 필수라는 내부 의견이 있었지만 묵살 당하거나 시간을 갖고 논의하자는 말만 있었다. 수뇌부에서 현실 감각을 제대로 가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늦어도 7월 말까지 새 기술위원회 구성을 끝내고 대표티 감독 선임 작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출장중인 정몽규 회장이 이번 주말 돌아오는대로 조직 개편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기술위 개편의 핵심은 역시 새로운 기술위원장의 감각이다. 기술위의 정점에는 성인대표팀이 있지만 하부의 유소년대표팀까지 두루 관장할 수 있는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 또, 세계 축구 흐름도 꿰뚫으면서 K리그의 사정도 잘 아는 인물이 중심에 서야 제대로 된 기술위원 선임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용수 세종대 교수나 '학구파'로 잘 알려진 김학범 전 성남 일화 감독이 기술위원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 교수는 2002 한일월드컵 당시 기술위원장으로 거스 히딩크 감독의 대표팀을 도왔고 정몽규 회장 체제에서는 미래기획단장을 맡고 있다. 김 감독은 지략가로 불리며 끊임없이 세계 축구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

대표팀 경험이 있는 K리그의 한 구단 감독은 사견을 전제로 "축구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기술 부문이 강화되는 추세다. 한국만 기술위가 손발이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기술위원장은 국, 내외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수뇌부와 감독에게 정확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이 기회에 기술위를 상근직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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