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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10구단]⑥단장은 누구? 가려운 곳 긁는 심부름꾼(下)


팀 성적에 큰 스트레스, "연예인 자살 이해돼"…'스타 단장'은 시기상조

[정명의기자] 언제부터인가 프로야구 뉴스에 프로야구 각 구단 단장의 이름이 전면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프런트의 수장'으로 구단을 이끄는 핵심 인물 중 한 명이지만, 그동안은 '현장의 수장' 감독에 비해 관심이 덜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프로야구 팬이라면 응원하는 팀의 단장 이름 정도는 알고 있는 것이 기본이 됐다.

그만큼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단장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다. 혹자는 감독 야구에서 프런트 야구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고 평가를 하기도 한다. 진작부터 GM(General Manager)이라 불리며 단장이 큰 주목을 받는 것과 동시에 팀 운영의 전면에 나섰던 메이저리그 스타일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한국과 미국 프로야구에서 단장의 역할과 성격은 차이가 있다. 분명한 것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단장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올해부터 10구단 체제로 리그의 규모가 확대되고 팀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짐에 따라 단장이 챙길 일도 점점 늘어나게 됐다. 과연 프로야구단 단장은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지 알아보기로 한다.

◆무엇이 단장을 힘들게 하나

단장은 챙길 것이 많은 만큼 스트레스도 엄청난 피곤한 직업이다. 특히 최근에는 주목도가 높아진 만큼 원망의 화살이 쏟아지는 경우도 많다. 팬들도 이제는 단장이 선수단 편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 구단 운영에 대한 불만을 주로 단장에게 쏟아낸다.

C단장은 "단장 중에 약 없이 버티는 이는 없을 것"이라며 "나도 10년이나 약을 먹고 있다. 내가 욕먹는 것은 참을 만한데 가족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연예인들이 왜 자살하는 지를 알 것 같다"고 극단적인 예를 들며 고충을 하소연하기도 했다.

단장들이 가장 스트레스 받는 이유는 '성적'이다. 승부의 세계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A단장은 "성적이 안 좋을 때가 내색할 수는 없어도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B단장 역시 "성적에 따라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라며 "성적이 안 좋을 때 상실감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현장과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선수 출신인 C단장은 "현장의 고충을 잘 알아 소통이 잘 되는 편이지만, '선수 출신이면서도 현장 생각을 안해준다'고 섭섭해하는 경우도 있다"며 "다 선후배 사이지만, 맡은 직책이 있는지라 선수단 정리를 해야할 때가 있다. 그 땐 참 힘들다"고 전했다.

◆빌리 빈, 엡스타인…'스타 단장' 한국에도?

메이저리그에는 소위 말해 '스타 단장'들이 있다. 오클랜드의 빌리 빈 단장은 메이저리그 단장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이다. 그의 스토리가 '머니볼'이라는 제목의 책, 영화로도 제작됐을 정도다.

테오 엡스타인 단장은 2002년 보스턴에서 20대 후반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단장으로 데뷔해 2004년 86년간 깨지지 않던 보스턴의 '밤비노의 저주'를 풀었다. 이후 능력을 인정받아 2011년 시카고 컵스 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5년 간 1천850만달러를 받는 엄청난 조건의 이적이었다.

웬만한 선수보다 유명한 단장, 스타 플레이어 못지않은 대박 계약을 맺은 단장. 메이저리그에 등장한 스타 단장 시대가 한국에서도 열릴 가능성은 없을까. 현직 단장들에게 그 의견을 물었지만 대부분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었다.

A단장은 "한국 구단들은 아직 자생력이 없어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한 뒤 "'저 단장이 돈을 잘 번다'는 평가가 있으면 영입할 수 있겠지만, 한국 프로야구는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단장의 역할에 한계가 있는 만큼, 거액을 들여 타구단 단장을 영입하는 의미가 거의 없다는 말이다.

B단장도 "시장 환경이 변하지 않으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구단이 그룹의 지원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면 모를까 아직은 이르다. 언젠가는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만 시장이 작고 비용이 많이 드는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C단장은 "오히려 단장 아래 부장 등 실무자들은 타구단에서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간혹 있다"면서도 "단장은 아직 한국 정서상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NC가 창단하면서 롯데 단장을 역임했던 이상구 단장을 영입한 예는 있다. 하지만 이상구 단장은 이미 롯데에서 물러난 상태에서 NC로 옮긴 케이스다. 그룹 인사 출신이 많은 것도 단장들의 이적이 쉽지 않은 요인 중 하나다.

◆단장이 말하는 '단장이란 누구인가'

단장이란 누구인가. 현직 단장들의 생각을 물었다. A단장은 "현장과 프런트의 중간자"라며 "감독과 선수단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C단장은 "책임자"라며 "그만큼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라고 자신의 역할을 정의했다.

B단장은 "심부름꾼"이라고 정의를 내린 뒤 "선수단과 프런트의 가교 역할도 하고, 구단의 목표를 설정하는 실무 책임자다. 그런데 단장은 결국 그림자다. 곧 잊혀지는 존재"라고 보이지 않게 묵묵히 선수단을 위해 일하는 역할임을 강조했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리는 동안 프런트는 사무실에서 팀이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살림살이를 꾸린다. 그라운드에 감독이 있다면 프런트의 지휘봉은 단장이 쥐고 있다. 오늘도 10개 구단 단장들은 최고의 성적을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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