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킬미힐미'가 완벽한 결말로 시청자들에 작별을 고했다.
MBC 수목드라마 '킬미, 힐미'(극본 진수완 연출 김진만 김대진)는 해리성 인격 장애를 앓고 있는 재벌 3세 차도현(지성 분)과 그의 비밀주치의 오리진(황정음 분)의 좌충우돌 힐링 로맨스다.
12일 방송된 마지막회에서는 도현과 리진이 아픈 과거를 치유하고 행복한 오늘을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페리박에 이어 여고생 인격 안요나와 요섭, 나나, 미스터 X, 그리고 마지막 신세기까지 차례대로 차도현 인격에 융합됐다. 도현과 리진은 각 인격체를 따뜻하게 포용하며 눈물의 작별을 했다. 각 인격에 시청자들의 애정이 컸던 만큼 작별은 아쉬웠지만, 행복한 도현과 리진이 있으니 또 다행이었던 결말이었다.

'킬미힐미'는 방영 내내 10% 안팎의 시청률을 얻었던 작품. 잠시 수목극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초반에는 SBS '펀치'에, 극 말미에는 KBS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 밀리며 수목극 2위로 마무리 했다. 수치상으로 봤을 때 분명 대박 드라마는 아니지만, 체감 인기는 신드롬에 가깝다.
'킬미힐미'가 열광을 이끌어낸 데는 진수완 작가의 탄탄한 필력과 촘촘한 스토리, 지성과 황정음의 열연 등 모든 것을 고루 갖춘 웰메이드 드라마기 때문.
전작 '경성스캔들'과 '해를 품은 달'로 로맨스 장르에 일가견을 보여온 진수완 작가는 '킬미힐미'를 통해 구멍 없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로맨틱코미디는 물론 미스터리한 스릴러까지 완벽하게 곁들여 훌륭한 음식을 만들어낸 것. 달달한 로맨스로 시청자들을 녹이다가, 따뜻한 멜로로 힐링을 안기고, 휘몰아치는 반전 스토리로 눈 뗄 수 없는 긴장감을 녹여냈다.
지성이 연기하는 차도현은 주인격 차도현 외에 신세기, 페리박, 안요섭, 안요나, 나나, 미스터X 등 7개의 인격을 갖고 있다. 한국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다중인격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녹일까 우려도 됐지만, 진수완 작가는 각각의 인격에 설득력 있는 스토리와 사연을 부여해 '역대급'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드라마 초반 지성과 황정음의 톡톡 튀는 달달한 로맨스와 코믹함이 웃음을 안겼다면 후반부로 가면서 '킬미힐미'의 진가가 드러났다. 도현과 리진의 숨겨졌던 과거가 밝히지며 몰입도를 높였고, 매회 새로운 단서를 던지고 뒤통수를 치는 반전으로 짜릿한 쾌감을 안겼다. 이에 수많은 네티즌들은 진수완 작가를 '갓수완'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기도 했다.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 하나 둘 던져진 복선도 톱니바퀴처럼 완벽하게 맞아떨어질 때는 감탄을 자아냈다. 예컨대 오리진과 차도현의 이름에 얽힌 사연이나 승진가의 비밀, 신세기의 '오후 10시 내가 너한테 반한 시간'이라는 오글거리는 고백 대사에도 사실 슬픈 과거사가 숨겨져 있었다.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할 만큼 매회 명장면과 명대사가 탄생했다. 다시 주인격으로 돌아온 도현이 눈물을 쏟는 리진에 '다시는 늦지 않겠습니다'라며 담담한 사랑 고백을 하는 장면도, '앞으로 킬미(Kill me)라는 말 대신 '힐미(Heal me)'라는 요청을 보내라'라는 리진의 위로도 시청자들의 가슴을 짠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진수완 작가는 단순히 예쁘고, 멋진 캐릭터로 사랑의 판타지를 만드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로 로맨스의 '품격'을 높였다. 두 사람의 아픈 과거를 보여주기 위해 차용된 아동학대라는 소재도 너무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결코 가볍지 않게 다뤘다.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고 품으며 깊은 사랑을 보여준 것. 드라마에 담긴 따뜻한 메시지들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마음도 다독였다.
그렇게 '킬미힐미'는 따뜻한 선물을 안기고 시청자들에 작별했다. '잊지 않을게. 수목 오후 10시 킬미힐미에 반한 시간'.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