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꼽히고 있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바르셀로나, 그리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두 팀은 닮았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클럽이다. 모든 축구선수들이 꿈꾸는 클럽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닮았다. 하지만 방한 경기를 가진 두 팀의 국내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맨유는 한국에 두 차례 방한해 친선경기를 가졌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두 번의 경기 모두 만석이었다. 6만5천석의 서울월드컵경기장이 꽉 들어찼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친선경기를 찾은 관중은 3만2천581명에 불과했다. 맨유의 절반 수준이다. 만석을 기록했던 맨유와 정확하게 3만2천419명이 관중수 차이가 났다.
클럽의 역사와 전통, 세계 축구에 미치는 영향력, 그리고 보유한 선수들의 인기와 명성. 맨유와 바르셀로나는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왜 한국에서는 이토록 큰 차이를 보인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맨유는 한국 팬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정확히 알고 실행했다. 그런데 바르셀로나는 한국 팬들이 바라는 것을 알지 못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또 보여주지도 못했다.
특히 클럽의 방향을 결정하는 수장의 인식이 달랐다.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한국 팬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았고 호셉 과르디올라 바르셀로나 감독은 전혀 몰랐던 것이다.
결국 맨유와 바르셀로나에 대한 국내 축구팬들의 온도 차는 퍼거슨 감독과 과르디올라 감독의 차이가 만들어낸 것이라 볼 수 있다. 한국 투어를 나선 퍼거슨 감독과 과르디올라 감독의 생각의 차이, 한국 팬들을 받아들이는 가치의 차이가 한국 팬들의 움직임을 결정한 것이다.
2009년 맨유 방한 때나 2010년 바르셀로나의 방한 때의 비판 여론은 비슷했다. K리그가 일정까지 바꿔주며, 또 비싼 돈을 주며 해외 명문 클럽과 친선경기를 치른다는 비난이었다. K리그의 자존심을 지키자며 방한 경기 반대여론도 일었다. 또 명문 클럽들의 오만한 행동에 실망을 하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맨유와 바르셀로나는 비슷한 행보를 걸었다.
맨유와 바르셀로나가 차이를 드러낸 것은 방한 멤버의 '질'에서부터 시작됐다. K리그를 상대하는 명문 클럽 스쿼드의 '질'은 상대적으로 명문 클럽이 K리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평가하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된다. 선수구성의 질적인 면에서 맨유와 바르셀로나는 큰 차이를 보였다.
퍼거슨 감독은 맨유의 긱스, 루니, 반데사르, 오언, 스콜스, 베르바토프 등 베스트 멤버를 총동원해 한국으로 왔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의 주축멤버인 사비, 이니에스타, 푸욜, 비야 등 스페인 국가대표팀 선수들 모두에게 휴식을 줬고 1.5군을 데리고 한국 땅을 밟았다.
그리고 또 결정적인 차이가 난 것은 경기 하루 전 열린 퍼거슨 감독과 과르디올라 감독의 공식 기자회견이었다.
지난해 맨유 방한 당시 화두는 박지성의 출전 여부였다. 박지성은 부상을 당한 후 재활 중이었다. 2007년 맨유의 첫 번째 방한 때도 박지성은 부상 중이라 그라운드에서 나서지 못했고, 한국 팬들의 아쉬움은 컸다. 2009년 두 번째 방한 경기 때 역시 박지성의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였다.
한국 축구팬들이 맨유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박지성의 모습을 또 못볼까봐 불안해 하고 있던 상황을 퍼거슨 감독이 한 방에 해결해줬다. 2009년 7월23일. 경기를 하루 앞두고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이 2007년 개인적인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지만 이번 코리아투어에 대단한 노력으로 준비를 했다. 박지성은 내일 출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지성은 후반 29분에 교체 투입돼 한국 팬들에게 처음으로 '맨유의 박지성'의 당당한 모습을 선보였다. 퍼거슨 감독은 경기 후 "박지성은 현재 회복 중이기 때문에 오늘같이 긴장감 있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어야만 했다. 하지만 박지성의 모국에 방문했고, 그동안 박지성 본인이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교체 투입했다"며 한국 팬들을 위해 박지성을 출전시켰다고 밝혔다.
2010년 8월3일. 경기를 하루 앞둔 과르디올라 감독은 폭탄발언을 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금 메시의 상태는 100%가 아니다. 몸무게도 1~2kg 올라갔다. 확실한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경기에 출전하면 부상 위험이 있다. 메시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며 팀의 간판스타 메시의 결장을 통보했다.
스페인 대표팀도 빠진 상태에서 대부분의 한국 축구팬들은 메시를 보기 위해서 티켓을 샀다. 그런데 메시마저 경기에 나설 수 없다면 바르셀로나전은 사실상 의미 없는 경기가 될 수밖에 없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폭탄발언으로 환불하려는 팬들이 속출하기에 이르렀다.

비난 여론에 부닥친 과르디올라 감독은 마지못해 메시를 15분여 동안 경기에 투입했다. 경기 후 과르디올라 감독은 "최소 30일간 선수들에게 휴가를 부여해야 한다. 나는 감독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는데 집중했다. 월드컵이 없었고 경기를 치르지 않았다면 메시가 더 많은 시간을 출전할 수 있었다"라며 한국 팬들을 위해 메시를 출전시켰다고 변명했다. '사후약방문' 격이었다.
한국 축구팬들이 가장 원하는 것을 퍼거슨 감독은 알았고 과르디올라 감독은 몰랐던 것이다. 한국 축구팬들이 메시같은 세계적인 선수가 인터뷰를 하고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하는 모습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진정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그 클럽이 가지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력이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땀 흘리며 선보이는 최고의 플레이가 보고 싶었던 것이다.
전력의 반을 떼놓고 한국에 온 바르셀로나는 이미 낙제점수를 받았다. 그나마 위안거리였던 메시를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한 과르디올라 감독의 발언은 한국 축구팬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앗아갔다.
맨유가 비난 여론에 휩싸였어도 상암의 6만5천석이 꽉 들어찰 수 있었던 힘은 한국 축구팬들이 진정 원하는 것을 그라운드에서 모두 보여줬기 때문이다. 맨유의 슈퍼스타들은 모두 그라운드에 등장했고 박지성 역시 한국 축구팬들을 위해 다소 무리가 되는 상황에서도 경기에 뛰는 노력을 보였다.
선수를 보호하는 것은 감독의 몫이다. 그리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즐겁게 하고 만족시키는 것, 해외 원정에 나서 현지 팬들을 매료시켜 클럽의 위상과 인기를 세계적으로 더욱 높이는 것 역시 감독의 몫이다. 퍼거슨은 둘 다 해냈고, 과르디올라는 하나에만 충실했다.
과르디올라 감독. 스페인에서, 또 유럽에서 '젊은 명장'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노련한 명장' 퍼거슨 감독에게 한 수 배워야 하지 않을까.
조이뉴스24 /상암=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김현철기자 fluxus19@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