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상욱 기자] 배우 신현종은 묵직하고 꾸준히 자신의 길을 찾아온 사람이다. 스타덤이나 유명세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무대 위에서의 진심으로 40년 넘는 세월을 살아냈다. 1981년 서울예전 연극과에 입학한 이후, 해마다 한 편 이상의 연극 무대에 올랐다. 지금까지 그의 연극 출연작은 168편에 이른다.
“배우 신현종입니다. 저는 그냥, 평생 연극배우로 살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의 말처럼, 그는 단 한 번도 연극을 삶에서 내려놓은 적이 없다. 무대가 그에겐 일상이었고, 동시에 ‘자신’이었다.

- 시작은 중학교 2학년, 아버지 손에 이끌려
연극과의 인연은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그의 첫 연극 관람은 중학교 2학년 시절, 아버지의 권유로 본 손숙 주연의 <홍당무>였다고 한다. “그날 무대 위 손숙 선생님을 보며 느꼈던 감정은 지금도 생생해요. 그 이후로도 아버지의 권유로 연극을 자주 보았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연극이 제 삶에 들어왔어요.” 배우 신현종에게 연극은 단순한 ‘꿈’이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그는 그렇게 연극에 물들어갔다.
- 길 위의 혼란, 그리고 무명의 시간
모든 여정이 그렇듯, 그의 배우 인생에도 흔들리는 시기가 있었다. 특히 30대, 40대 초반까지는 동료들이 방송이나 영화에서 자리 잡는 모습을 보며 불안함과 조급함을 느꼈다.
“나도 20년 넘게 연극을 했는데… 왜 나는 아직도 이 자리에 있는 걸까. 그런 생각, 솔직히 많이 했어요.”
하지만 현실을 살아가야 했기에, 무대에서 내려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닥치는 대로 하던 시절, 마지막 연극이라 생각하고 임했던 연극무대에서 <히서연극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딸의 한마디, ‘아빠는 무대에 있을 때 가장 빛나 보여요.’ “그 말을 듣고, 다시 정신이 번쩍 들었죠. 아, 나는 무대를 절대 놓으면 안 되는 사람이구나!” 그렇게 그는 무대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

- 연극이 주는 힘, 무대 위의 밀도
168편의 작품 중, 그에게 가장 인상 깊게 남은 건 <레미제라블>과 <세일즈맨의 죽음>이었다. <레미제라블>에서 여관 주인 ‘테나르디에 부부(Thénardiers)’ 역을 아내 정국향 배우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그 공연은 왜 명작이 명작인지 뼛속까지 느끼게 해 줬어요. 연기하면서도 감사했고, 관객의 반응도 대단했죠.” <세일즈맨의 죽음>에 대해서는 “희곡이 완벽하다”라는 말로 요약했다. 그는 매회 최선을 다했고, 커튼콜 때마다 전해지는 관객의 에너지가 무엇보다 벅찼다고 말했다.
- 영상 작업과 연극의 차이
신현종은 영화 <살인의 추억>, <와이키키 브라더스> 같은 작품에도 출연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연극으로 돌아왔다. 이유는 명확했다. “영화는 정말 치열한 작업이에요. 영화를 만드시는 모든 분을 존경합니다. 그런데 참여하면 참여할수록 알 수 없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톱니바퀴처럼 완벽하게 굴러가는 시스템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무대 위의 작업이 너무나도 그리웠습니다. 무대 위에서 관객과 호흡하는 시간은 제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빛날 수 있도록, 그림자처럼
이제 그는 말한다. “제가 중심이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후배들과 동료들이 빛날 수 있도록 작은 숨결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저는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는 무대 위에서 쉬지 않는다. 대사가 없어도, 한 걸음 한 걸음이 의미 있는 움직임이 되도록 준비한다. “연출이 뭐든 얘기하면, 일단 시도해 봅니다. 그렇게 부딪히고 조율합니다. 모두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무대 위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하고 시도해 보는 자세야말로 배우의 기본 중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가 품은 세 가지 꿈
배우 신현종은 세 가지 목표를 품고 있다. 하나는 제대로 된 <리어왕>을 올리는 것. 40대 중반에 시도한 리어왕은 나이도, 깊이도 부족했다고 한다. 그래서 언젠가 다시, 온전한 리어를 무대 위에 구현해 내는 것이 해보고 싶다고 한다.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면서 조금씩 저축하고 있습니다. 제가 꿈꾸는 리어를 무대 위에 올리기 위해서, 70대 리어왕이 제 꿈이에요.” 또 하나는, 200편의 연극 출연이다. 지금까지 168편을 해왔으니, 멀지 않았다. “꿈은 클수록 좋잖아요?” 그는 그렇게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극을 사랑하고 문화예술 분야에 종사하고 싶어 하는 분들을 위해 <예술인 기본소득> 제도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처럼 어렵게 연극이나 예술 활동을 해야 하는 사람들, 현실을 살아야 하기에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후배들에게...
그는 후배들에게 “게으르지 말라”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배우는 절박하고 절실해야 해요. 쉬지 않고 배워야 하고, 실험해야 해요. 저질러야 해요.” 그 말엔 40년 넘게 고된 길을 걸어온 배우의 진심 어린 마음이 담겨 있었다.
- 무대가 끝나지 않는 이유
배우 신현종은 오늘도 연극을 한다. 누군가는 그를 무명이라 부를지 모르지만, 그는 알고 있다. 무대 위에 서는 한, 배우는 결코 무명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는 눈에 띄지 않아도, 한 사람의 관객이 그의 존재를 기억한다면 만족한다. 무대는 그에게 여전히 재미있고, 흥미로운 삶의 터전이다. 그리고 그 무대 위에서 그는 가장 ‘자기답게’ 살아 숨 쉬고 있다.
/수원=박상욱 기자(sangwook@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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