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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일의 남자'들, 남기일 축구를 말하다


코치진이 본 광주FC와 남기일 감독…'집요함+세밀함'의 조화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매년 강등 후보로 꼽히는 시민구단 광주FC는 올해도 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서 대구FC를 1-0으로 꺾고 생존을 위한 출발을 알렸다. 선수들이 끈끈하게 뭉쳐 한 골 승부를 끝까지 버티며 이겨내고 광주 특유의 스타일을 확인시켜줬다.

광주가 상대로부터 쉬운 팀으로 꼽히지 않는 데는 남기일 감독의 꼼꼼함이 있기 때문이다. 작은 부분을 놓치지 않고 보완해주는 능력이야말로 최고라는 평가다. 선수들도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르는 남 감독의 지도력을 믿고 가면서 상호 신뢰도 굳어진다.

감독과 선수단 사이의 '남기일의 남자들'로 불리는 세 명의 코치들도 남기일 감독처럼 세심한 남자들로 변해가고 있다. 이정효(42) 코치, 마철준(37) 코치, 기우성(39) 골키퍼 코치가 남기일 축구를 종요히 만드는 중이다.

이 코치는 1999~2008년 부산 대우 로얄즈의 영광을 몸에 담고 있다. 부산 아이콘스, 부산 아이파크로 변하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던 부산 레전드다. 화려한 선수 생활을 앞세워 전남 드래곤즈 코치를 거쳐 광주로 왔다. 마 코치도 2004년 부천SK를 시작으로 제주 유나이티드를 거쳐 2012년 전북 현대, 2013년 광주로 옮겨 2015년에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두 코치에 반해 기 코치는 프로 경력이 전혀 없다. 2001년 내셔널리그 천안시청에서 뛰었다가 고촌초, 능곡고, 중앙대 코치를 하며 일찌감치 지도자에 입문했다. 성이 기씨라서 누군가는 "기영옥 단장과 친척 아니냐"고 의심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실상은 성만 같을 뿐 아무 관계도 없는 데 말이다. 오히려 광주의 팀 스타일과 딱 맞는 '이름 없는 지도자'다.

남기일 축구가 광주에 잘 녹고 2015년 승격 후 생존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코치는 "남 감독님이 선수단에 대한 파악을 정말 잘하고 있다. 무엇이 부족하고 어려운지, 몸이 아픈 선수는 없는지 등을 잘 알고 있다. 코치진의 생각을 많이 참고한다"며 선수단 장악력을 꼽았다.

기 코치는 '소통'을 꼽았다. 그는 "식사 시간이 되면 코치진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한다. 식사가 끝나고 나서도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고 정말 많이 붙어 있게 한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아서 확인하게 된다. 코치진의 생각을 받아 보완하려는 것이 아닐까"라고 했다.

2015년까지 현역으로 뛰어 지도자 경력이 짧은 마 코치는 남 감독의 지도 방식이 많이 놀랐다고 한다. 그는 "선수 한 명을 붙잡고 세밀하게 지도하는 것은 선수 시절에도 겪어보지 않았다. 신기했다. 내가 직접 선수에게 무엇인가를 전해주니 나 역시 하나씩 늘게 되더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코치는 "마 코치는 한 해가 다르다. 움직임이 정말 좋더라"며 웃음을 유도했다.

결국 남 감독의 집요함과 세밀함이 코치진도 괴롭히면서 달라지게 하는 셈이다. 이 코치는 "예를 들어 보겠다. 컵이 있으면 일반적으로는 '컵이 있네'라고 하는데 남 감독은 다르다. '이 컵이 어디서 만들어졌지?', '어떤 과정을 거친 것이지?'라며 의문을 갖는다. 그런 것들이 경기를 보는 것도 다르게 하는 것 같다. 코치진 역시 설명을 하기 위해 문제점을 찾고 답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가 있다고 치자. 보통의 경우에는 그냥 2군으로 내려보내서 자극하게 한다. 그런데 남 감독은 '이렇게 해서 네가 안 되고 있다', '이렇게 해보라'라며 가르친다. 코치들도 선수들에게 문제가 되는 부분을 설명해준다. 광주가 한 명이 아쉬운 팀이라 그럴 수 있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예상 밖의 방식이다. 어떻게든 있는 자원을 활용해야 하지 않는가"며 정성이 들어간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지런하고 꼼꼼한 감독은 코치진도 공부하게 한다. 세 명 모두 "감독이 공부하니 우리도 공부하고 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다른 구단으로부터 주목을 받는 선수들이 나오게 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성장시킨 선수가 이적하고 그러면 서운하지 않을까, 올 시즌을 앞두고도 이찬동이 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적하는 등 선수 유출이 있었다. 광주는 매년 김은선(아산 무궁화), 김호남(제주 유나이티드) 등 주전들이 다른 팀의 선택을 받아 팀을 떠난다.

이 코치는 "같이 절실하게 고생해서 성장해 선수는 가치를 인정받고 옮긴다. 하지만 코치는 그렇지 않다"라며 은근히 아쉬움을 표현하면서도 "결국은 키워내는 맛이 있는 것 같다. 지도자는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광주가 그렇게 해서 생존해야 하는 구단이라는 것도 알기 때문이다"며 묘한 반응을 보였다.

무명으로 광주에 와서 지난해 윤보상이라는 핵심 골키퍼를 만든 기 코치는 "개인적으로는 프로 경험이 없지만 가진 경험으로 선수를 지도하면서 달라지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다. 내가 부족했던 것을 선수에게 전수하고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 참 즐겁다"며 웃었다.

다른 구단과 비교하면 꽤 젊은 코치진이라 서로 우애도 깊다. 남 감독과 '수석코치'인 이 코치가 대화를 나누고 오면 이 코치는 기 코치와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또 기 코치는 마 코치와 깊은 소통을 하는 연계 방식이다. 서로는 "스트레스를 전가해서 푼다"라며 웃음을 터뜨렸지만 결국은 이야기가 돌아가는 순환 작용이 잘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방식이다.

선수들을 괴롭히는(?) 것도 남 감독을 닮아가고 있다. 숙소인 목포축구센터에서는 오갈 곳이 없으니 식사를 하고 특정 선수에게 "나와라"라고 한 뒤 집중 지도를 한다. 선수 역시 발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니 자연스럽게 따라온단다. 어린 선수가 많아 기복이 있는 단점은 있지만 젊으니 패기로 도전하는 모습은 참 좋은 것 같다고 한다.

몰입하지 않으면 제대로 가르치기 어렵다는 이 코치는 다른 구단 코치진으로부터 "광주는 정말 징글징글한 팀이라고 하더라. 그 정도로 경기하기 쉽지 않은 팀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된 것 같다"며 올해도 절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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