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체구, 음영이 뚜렷한 얼굴, 낮은 탁음의 배우 알 파치노는 배역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카리스마로 유명하다.
같은 연배의 할리우드 스타로는 로버트 드니로 정도만 그와 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시적인 이미지가 강한 탓인지 형사와 범죄자 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
해롤드 베커의 1989년 작 <사랑의 파도 CE>와 브라이언 드 팔머의 1993년 작 <칼리토의 길 CE>는 파치노가 먼저 대본을 입수해 출연을 자처한 작품들이다. 파치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형사와 범죄자가 주인공인 영화임은 물론이다.

제작자 마틴 브레그만은 파치노의 1970년대 대표작을 맡았던 오랜 동료다. <서피코>(1973), <개같은 날의 오후>(1975), <스카페이스>(1983)가 두 사람이 함께 한 이전 작품 목록이다.
<사랑의 파도>는 파치노의 재기작이다. 파치노는 1969년에 데뷔해 세 번째 출연작 <대부>(1972)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70년대를 대표하는 반영웅 이미지 스타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미국 독립 전쟁 야사 <야망>(1985)의 대실패 후 영화 출연을 접었다.
리처드 피어스의 다이내믹하고 지적인 대본에 반한 파치노는 브레그만에게 이를 건네고, 같은 뉴욕 출신인 베커가 감독을 맡아 <사랑의 파도>가 탄생한다.
자제력 부족과 술 때문에 아내를 동료에게 빼앗긴 20년 경력의 베테랑 형사 프랭크. 중년의 외로운 사나이는 연쇄 살인 사건 수사 중 섹시한 용의자와 사랑에 빠진다. 파치노 아닌 다른 배우를 생각하기 힘든 줄거리고 캐릭터다.
제작 다큐와 코멘터리에서 베커는 파치노가 배역에 완전 몰입해 거리 촬영 중 행인이 치고 가는 것조차 모를 정도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권투 선수 코를 가진 엘렌 바킨의 도회적 매력과 섹시함, 고상하며 유머 감각이 풍부한 존 굿맨, 색소폰 음색으로 고독한 도시 분위기를 살린 트레버 존스 등도, 이 현대판 필름 느와르가 좋은 평가를 받는데 일조했다고 덕담한다.
어두운 실내 조명과 네온이 명멸하는 밤거리 장면이 많은 영화인데, DVD는 빛과 그림자에 신경 쓴 뉴욕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다. 5.1 dts 사운드는 필 필립스의 명곡 ‘Sea of Love’의 나른한 분위기를 잘 전해준다.
숀 펜과 알 파치노라는 두 연기파 배우의 뛰어난 연기와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유장한 연출이 돋보이는 갱스터 무비의 수작 <칼리토의 길>은 34분짜리 메이킹 필름으로 제작 이면을 전한다.
드 팔머 감독은 <스카페이스>에서 쿠바 출신 갱을 그렸기 때문에, 다시 푸에르토리코 출신 갱 이야기를 맡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데이비드 코헵의 시나리오, 파치노와 브레그만의 권유, 원작자인 맨하튼 판사 에드윈 토레스와 함께 가본 스페니시 할렘의 실제 장소들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그럼에도 <스카페이스>의 비공식적인 속편으로 평가되는 <칼리토의 길>은 영화의 서늘함에 패트릭 도일의 유려한 스코어가 영화의 비극미를 잘 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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