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멸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지구 전역에 핵폭탄이 떨어지거나 화성인의 대공습으로 하루 아침에 지구가 끝장나 버릴 수도 있겠지만 영화 <28일 후...>에서는 제목 그대로 ‘28일’이라고 말한다.
한 달도 채 안된 시간에 지구를 멸망시킨 존재는 다름 아닌 바이러스, 그것도 실험 중이던 원숭이에게서 발생한 ‘분노 바이러스’ 때문이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붉게 변한 눈을 번득이며 좀비처럼 살아있는 사람들을 공격한다. 전통적인 좀비와 다른 점은 비틀거리며 조금씩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온 몸으로 분노를 흩뿌리며 가공할 속도로 공격해 온다는 것이다.

교통 사고로 의식불명이 된 주인공 짐은 최초의 감염자가 발생한 날로 28일이 지나 지구가 멸망한 후 갑자기 깨어나 정적이 흐르는 런던을 헤맨다.
<트레인스포팅>으로 일약 영국 영화계의 쿠엔틴 타란티노로 떠올랐던 데니 보일은 <비치>의 실패 이후 영국으로 돌아와 독특한 감각의 묵시록적인 SF 영화 <28일 후...>를 완성했다.
SF의 고전 <지구 최후의 인간>의 원작인 리처드 매드슨의 소설 ‘나는 전설이다’에서 영감을 받았다. 조지 로메로의 <시체들의 날>과 <12 몽키즈> 등 수많은 호러, SF의 흔적을 담은 영화는 분명 장르 영화의 틀 안에 있지만 한때 영상천재로 각광받던 데니 보일답게 폭력과 인간,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감각적인 영상과 인상적인 음악으로 새롭게 부활시켰다.
아나몰픽 1.85대1의 화면비를 지원하는 영화의 화질은 어두운 밤 장면이 대부분인 영화의 특성상 전체적으로 어둡고 거친 느낌이지만 전체 화질은 좋은 편이다.
특히 디지털로 촬영해 점프 커트된 좀비들의 공격 장면에서의 화질은 거친 카메라워크와 어우러져 대단히 기괴하면서도 낯선 동시에 급박한 공포를 선사한다.
영화는 결국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 이전의 공포와 폭력에 깊이 중독돼 있는 인간의 본능에 대한 비판을 가한다. 이 장면에서는 특히 사운드가 뛰어나다. 칠흙같은 어둠을 뚫고 미친 듯이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난무하는 총성 등의 방향감도 뛰어나서 소리만으로 공포는 가중된다.
워낙이 감각적인 감독답게 서플먼트 역시 독특하다. 이 영화는 특히 극장 상영 시 영화 말미에 또 다른 버전의 엔딩을 붙여 상영한 것으로 유명하다. VD에서도 극장판과는 또 다른의 엔딩을 포함시키고 있어 극장판과는 다른 결말을 만나는 특별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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