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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권 "배우로서 소진됐다, 휴식 가질 것"(인터뷰)


"저는 정확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배우라는 직업은 꼼꼼해야 한다. '과학자 같은 접근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저는 제가 설득당해야만 움직인다. 연기를 할 때도 '저를 설득시켜주세요'라고 말한다."

배우 박혁권은 '꼼꼼함'을 추구한다. 그래서 "소심한 것 같기도 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런 엄격함은 연기에서 빛을 발했다. 다수의 작품으로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으며 최근 드라마 '초인가족'에서는 주연으로, '육룡이 나르샤' 등에서는 신스틸러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장산범'(감독 허정, 제작 스튜디오 드림캡쳐)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박혁권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장산범'은 목소리를 흉내 내 사람을 홀린다는 장산범을 둘러싸고 한 가족에게 일어나는 이야기.

박혁권은 '장산범'에서 민호 역을 맡았다. 아내 희연(염정아 분)이 데려온 소녀가 딸 준희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것을 수상하게 여기는 인물이다. 배우로서 연기력이 입증된 박혁권은 '장산범'에서 '튀는' 역은 아니다. 기존에 해왔던 캐릭터들보다 다소 임팩트가 없다는 질문에 박혁권은 "저도 이 역할이 제게 들어온 게 의아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장산범'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민호는 사건에 맞써 싸우는 인물은 아니에요. 사실, 역할보다는 영화가 최종적으로 나왔을 때 '어떻게 될까' 궁금했어요. 영화 특성상 소리나 영상 같은 특수 효과가 작품에 많이 삽입될 테니까요. 호기심이 일었어요."

'장산범'은 신선한 소재, 충격적 전개를 통해 560만 관객을 사로잡은 영화 '숨바꼭질'을 연출한 허정 감독의 신작이다. 허정 감독은 '장산범'에서 소리가 주는 공포감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박혁권은 배우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팀 워크"라고 말했다. '장산범'에서 도이런 신념은 변함 없었다. "어떤 연기자 한 명이 작품에서 부각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그것도 팀 워크가 잘 받춰져야 그 한 사람이 돋보인다고 생각해요. 배우는 어떤 작품이든 그 팀워크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특이하거나 독특한 표현을 하는 게 중요하고요. 이번 작품에서도 팀워크를 많이 생각하려고 했어요. 민호는 사건에 부딪치는 인물이 아니고 공을 잘 던져야 하는 인물이죠. '장산범'에서 민호가 홀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나라도 정신차리자'라고만 생각했어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장산범'에서 연기한 박혁권은 실제 무서움을 잘 느낄까. 박혁권은 "그런 것 같다. 어렸을 때는 귀신이 무서웠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귀신과 사람 모두 무섭다"고 웃으며 "극중 연기했던 인물 민호도 무서웠을 거다. 다만, 역할에 깊이 빠지는 편이 아니라서 공포 영화를 찍고 나면 갖게 되는 후유증은 없다"고 밝혔다.

'장산범'에서 무당 역을 맡았던 배우 이준혁과는 함께 한 작품이 많다. 박혁권은 이준혁에 대해 "같이 작품을 할 때마다 든든한 친구다. 저는 애매한 상황이면 가만히 있는 편이지만 이준혁은 어떻게든 뭔가를 만드는 배우다. 이준혁과 있으면 편하다"며 "특히 예능에 함께 나가면 더 그렇다. 시청자 모드로 이준혁이 하고 있는 것만 봐도 재밌다"고 우정을 과시했다.

함께 연기한 아역 배우 신린아에 대해선 극찬했다. 박혁권은 "린아는 너무 잘하는 친구다. 보통 아역 배우는 엄마의 (캐릭터) 분석력에 따라 연기가 나오기 때문에 현장에서 디렉팅이 바뀌면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린아 엄마의 분석력도 좋으시고 린아가 현장에서 대처하는 능력도 좋다. 좋은 동료 배우다. 그래서 성인 배우가 되도 잘될 수 있게 (이미지가 소모되지 않도록) 아꼈으면 좋겠다. 주위에서 칭찬도 많이 안 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신린아를 아꼈다.

박혁권은 자신을 "정확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성격은 연기를 할 때도 해당된다. 박혁권은 최근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와 개봉을 앞둔 '장산범'에서 연기했던 경험을 밝혔다. '택시운전사'에서는 불의에 저항했던 광주 기자로 열연했다.

"약속도 정확하게 지키고 나누는 것도 정확하게 하려고 해요. 실제 생활에서 '정확하게 해'라는 말을 많이 쓰기도 하고요. 이런 게 연기할 때도 나와요. 캐릭터를 정확하게 분석하려고 하죠. 예를 들어 '택시운전사'에서 제가 맡은 분량은 크지 않았지만 그 캐릭터는 자신이 하려고 하는 일을 못하고 있는 인물이에요. 거기에서 오는 피로감을 연기하고 싶었어요. 이렇게 저 스스로 캐릭터를 정리하고 스스로 납득해야만 연기가 나와요. '장산범'을 촬영할 때는 재밌었어요. 허정 감독님이 (캐릭터에 대해) 조곤조곤 얘기해주셨는데 그 과정이 재밌었어요. 물론 배우로서 이런 성격을 어쩔 수 없이 타협해야 하는 상황도 생기죠. "

이런 성격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박혁권은 "스트레스 받을 일이 벌어지면 일부러 참지 않는다. 불편하면 바로 말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새치기를 하면 '저기요, 제가 먼저 왔어요'라고 말한다(웃음)"며 "참을성은 없다. 참기 싫다. 잘못된 것에 대해선 분노한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이 힘들어 한다"고 고백했다.

박혁권은 드라마와 영화를 합쳐 50편이 넘는 작품에서 연기를 펼쳤다. 또 연극 '서울노트', '체크메이트', 뮤지컬 '불 카르멘' 등에 출연, 연기를 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리지 않았다. 그렇게 필모그래피를 탄탄히 쌓아올리며 배우로서의 인지도를 차근차근 높여갔다.

"사람들도 많이 알아봐주시더라고요. 월세를 주고 살았는데 최근에 집을 샀어요.(웃음) 마스크를 쓸 수 있는 계절에는 지하철과 버스도 타요.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이 생겨서 문제가 생길 때도 있어요. 그럴 때 고민을 하죠. 하지만 환경이 변했다고 해도 저는 변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선술집에서 누군가가 시비를 걸 수도 있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 가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제는 휴식이 필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박혁권은 요즘 "작품으로도 그렇고 배우로서도 많이 소진된 부분이 있다"며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고백했다.

"연기에 정답은 없어요. 항상 공부하는 과정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움직여야 하는 신에서는 꼭 제가 몸으로 움직여 봐야 하는 성격이에요. 10년 넘게 지나간 일도 끄집어 내요. 했던 연기도 되새김질을 하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게 창피하거든요.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 한 것도 그 이유예요. 관성적으로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연기가 맞는지 안 맞는지 생각해봐야 하는데 시간에 쫓기게 돼죠."

하지만 배우로서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고백했다. 박혁권은 "잊힐까봐 걱정된다. 무섭기도 하다"며 "제 주위에서는 '예전보다 훨씬 (상황이) 좋아졌는데 왜 무서워 하느냐'라고 하거나 '안 돼. 잊히는 거 금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박혁권은 고민과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예능에서는 유쾌한 모습들이 자주 비춰진다. 대중들이 갖는 이미지와 실제 성격 간 괴리감에 대해서 박혁권은 어떻게 생각할까. 박혁권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능에서는 재밌는 장면들을 편집해서 내보내야 하기 때문에 시청자 분들은 그런 제 모습들만 볼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이것도 제 직업으로서 겪게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감수해야죠. 그리고 특별하게 만들고 싶은 제 이미지는 없어요. 잘 살다보면 만들어지고 만들어지면 그게 제 이미지가 될 수도 있겠죠. 다만 제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배우로서 비난을 받으면 견딜 수 있고 칭찬을 받으면 확 휘둘리지 않는 그런 중심이요. 그걸 잡기 위해서라도 쉬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인간 박혁권으로서, 배우 박혁권으로 채워야 하는 부분이 있죠."

한편, '장산범'은 오는 17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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