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노케 히메>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일본 영화계 전체의 흥행 순위를 바꾸어 놓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2002년 신작은 뜻밖에도 신인 감독이 제작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손을 떠나 만들어진 <고양이의 보은>의 탄생에는 상당히 긴 뒷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이 작품의 원안은 1999년에 한 테마 파크가 의뢰해 제작된 고양이를 주제로 한 20분 분량의 단편에서 비롯됐다.
테마 파크의 요청을 받아들인 미야자키 하야오는 <귀를 기울이면>에 나왔던 고양이 남작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뤄보기로 마음먹고 <귀를 기울이면>의 원작자였던 히이라기 아오이에게 애니메이션용 원작의 집필을 부탁하였는데, 원작은 ‘고양이 남작 바론’이라는 제목의 코믹스로 완성됐다.
그런데 그 사이에 테마 파크 계획이 무산되는 바람에 갈 곳을 잃어버린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와 타카하타 이사오의 뒤를 이을 지브리의 신예를 양성하기 위해 노선을 변경한다.
첫 기획과 달리 45분 분량의 비디오용 특별판으로 변경됐고, <이웃의 야마다군>에서 원화를 담당했던 모리타 히로유키에게 제작 책임이 맡겨졌다.
그런데 모리타 히로유키가 9개월 여에 걸쳐 완성한 525장 분량의 그림 콘티를 본 프로듀서는 비디오용을 훨씬 상회하는 규모와 퀄리티에 감명을 받아 극장용 장편으로 계획을 변경했고, 최종적으로 2002년 7월에 극장용으로 공개된다.
원작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건전한 순정 만화풍으로 각색된 <귀를 기울이면>과는 달리 원작과 거의 동일한 내용으로 애니메이션화된 <고양이의 보은>은 작화 수준이나 주제 의식 등에서는 기존의 지브리 작품들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
그러나 정교하고 화사한 배경 그림들이나 약동적인 비행 신 등은 금방 지브리 작품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특유의 전통을 착실하게 계승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는 25분 분량의 풀 디지털 애니메이션인 <기브리스 에피소드 2>와 동시에 상영됐다. DVD에도 함께 수록·발매됐지만 국내판에는 <기브리스 2>가 빠지고 <고양이의 보은>만 실려 큰 아쉬움을 준다.
16대9 아나몰픽 영상은 소프트한 파스텔톤으로 화사하게 채색된 투명하고 깨끗한 화질을 보여준다. 장면에 따라 약간 흐릿한 부분들도 있지만 전체적인 해상도는 최고 수준이며, 색 농도와 영상 S/N비도 무척 높다.
국내판은 일본판에 비해 색 농도를 약간 높여놓은 탓에 색 밸런스가 균일하지 못한 면이 보이지만,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
754kbps의 dts 5.1과 448kbps의 돌비디지털 5.1로 수록된 일본어 트랙은 높은 밀도감과 또렷한 방향감, 분명한 이동감 등 모든 면에서 최고 수준의 음향을 들려준다. 우리말 더빙도 돌비디지털 5.1 채널로 수록돼 있다.
서플먼트 디스크에는 지브리 시리즈의 규격화된 멀티 앵글 스토리보드, 예고편 모음, 더빙 현장 스케치, 작품 정보(시놉시스, 캐릭터 소개, 스탭 프로필, 포토 갤러리) 등과 함께 일본판에 수록됐던 34분 분량의 제작 다큐멘터리가 함께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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