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체가 영어에 미쳐있다? 영어를 잘하는 것이 사회적인 능력의 척도가 된 지 이미 오래, 안 되는 발음으로 어떻게든 영어를 ‘마스터’하기 위해 한국 사람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조기 교육에, 네이티브 스피커의 개인교습, 유학, 학원까지 영어 한번 잘 해보겠다고 몸부림치는 우리네 인생을 코믹하게 반추한 <영어완전정복>은 그래서 어딘지 낯익고 정겨운가 보다.
“나.는.조.선.의.... 구급공무원이다.” 그렇다. 동사무소의 행정직원으로 일하는 9급 공무원 영주는 어리숙하고 맹한 이십대 아가씨다.

외국인 앞에서 벙어리가 되는 모든 동사무소 직원을 대표해 가장 어리다는 이유로 영어 학원에 다니게 된 영주. 그곳에서 백화점 구두 매장 직원 문수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나중에 사랑하는 여자가 나타나면 열심히 배운 영어로 멋지게 고백하고 싶다는 문수의 말에 영어를 완전히 ‘마스터’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영주. 영어방송을 보며 잠들고 큰 소리로 외쳐봐도 영어정복의 그날은 멀기만 하다.
세계화를 지향하며 영어에 온 국민이 매진하게 된 그 날부터 한국말은 뒷전이 돼버린 것 같다. 인터넷 통신용어와 비어가 순수한 우리말의 자취를 좀먹어 가는데도 사람들은 영어만 잘 하게 되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 말한다.
이렇게 온 국민이 영어 정복을 위해 매달리는 우리 모습은 드디어 코미디의 소재가 되었다.
<무사><비트><태양은 없다>의 김성수 감독이 2년여 만에 내놓은 <영어완전정복>은 전작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로맨틱 코미디다. 이나영의 어리숙한 연기가 압권인 영화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안간힘 쓰는 소시민들과 영주와 문수의 사랑이 이뤄지는 과정을 코믹한 터치로 그린다.
이 영화를 통해 개성있는 캐릭터 구축에 성공했다고 해도 좋을 이나영의 발군의 연기만큼이나 DVD에서도 그녀의 역할은 큰 공로를 한다. 서플먼트에 제공되는 뮤직 비디오 ‘사랑의 이름표’에서는 본편에서 영주가 부르던 장면과 어우러져 사랑스럽고 유쾌한 느낌을 준다.
TV드라마와 광고 등에서 보여주던 이나영의 중성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느낌이 영화를 통해 확고히 다져진다.
dts 사운드로 선보이는 <영어완전정복> DVD는 초회분에 한해 디지팩 케이스에 수록될 예정이다. 영화의 유쾌함을 고스란히 가져온 서플먼트는 아기자기하고 다채롭게 구성돼 있다.
일견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연상시키는 애니메이션 메뉴로 꾸며졌으며 발랄한 배경음악도 기분을 한층 돋워준다.
청설모가 제작한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DVD를 평범함 이상의 그 무엇으로 보이게 하는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2장의 디스크에 수록된 풍성한 서플먼트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메뉴에서 그 활용도는 최고의 수준인데, 메뉴를 따라 준비된 서플먼트를 감상하다보면 두서너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이중에서 영화와 관련된 게임으로 진행되는‘퀴즈 완전정복’은 공들인 흔적이 역력한 서플. 웬만한 공력을 들이지 않으면 제시된 문제를 풀기조차 힘들 정도다.
본편 감상 시에는 영어만 번역된 자막과 전체 한글 자막을 선택할 수 있는데, ‘Yes’와 ‘No’만 알면 된다는 홍보문구와는 달리 상당히 많은 영어가 쓰인 작품이라 친절한 자막이 필요했을 법하다.
100만의 관객이 보고 갔다는 <영어완전정복>은 극장에서와는 또 다른 매력과 공들인 흔적이 칭찬할 만한 DVD 타이틀로 다시 한번 DVD로 감상하는 것도 새로운 재미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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