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와 늑대 인간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다분히 만화적인 상상력에서 출발한 렌 와이즈만 감독의 이 작품은 흡혈귀와 늑대 인간이 총격전을 주고 받는 황당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따라서 심각한 메시지나 주제에 대해 고민할 필요없이 2시간의 상영시간을 그저 눈으로 즐기기만 하면 된다.
이를 위해 랜 와이즈만 감독은 장면 전환이 빠른 영상과 폭주족의 쾌속 질주 같은 음악을 곁들여 보는 이의 쾌감을 극도로 자극한다. 랜 와이즈만 감독이 극 영화 데뷔작인 이 영화에서 이 같은 장기를 십분 발휘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인텔, 오라클, 워너 등 단시간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광고를 주로 만들었던 베테랑 CF 감독 출신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요란한 볼거리로 보는 이를 즐겁게 해주기는 했지만 평단으로부터는 혹독한 비난을 들어야 했다.
미국 시카고선타임즈는 "단순히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내용의 깊이가 없는 영화"라고 혹평했으며 뉴욕타임스는 "혼란스런 싸움과 소음만 가득한 이 작품은 영화 사상 가장 멍청한 영화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미국 평단의 혹평처럼 메시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랜 와이즈만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대니 맥브라이드가 참여한 음성 해설을 들어보면 이 작품에는 미국 내 인종차별에 대한 갈등이 숨어 있다.
고상한 생활을 영위하는 흡혈귀는 백인을, 어두운 지하에 숨어사는 늑대 인간은 흑인을 상징한다는 것. 흡혈귀의 노예였던 늑대 인간이 반란을 일으키면서 전쟁이 시작됐다는 설정도 이를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같은 메시지가 요란한 총격전에 묻혀 드러날 겨를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런 설명이 아전인수처럼 들린다.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신선한 배역 설정은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600년 동안 이어진 흡혈귀와 늑대 인간의 싸움을 해결할 실마리를 추적하는 흡혈귀 여전사 셀렌 역은 영화 <진주만>의 청순 가련한 여주인공 케이트 베킨세일이 맡아 쌍권총을 휘두른다. 또 흡혈귀의 수장 빅터 역은 지난해말 개봉한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능글맞은 록가수 빌리를 연기한 빅 나이가 맡았다.

나머지 스코트 스피드먼, 마이클 쉰 등은 그다지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 재미있는 것은 대본을 쓴 대니 맥브라이드가 흡혈귀 경호원 가운데 하나로 얼굴을 내민다는 점.
DVD의 화질과 음질은 홈시어터 시스템 시연용으로 사용해도 좋을 만큼 뛰어나다. 2.35대 1 아나몰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영상은 100인치 HD급 프로젝터로 봤을 때 물로 씻은 듯 매끈한 화질을 자랑한다.
필름 질감을 강조한 다른 영화와 달리 영상이 부드러운 편이며 사물도 깔끔하게 표현된다. 흡혈귀 납골당 바닥에 새겨진 금속 문양과 각종 총기류의 매끈한 금속성 질감을 표현하기에는 적합한 화질이다.
이 같은 영상에는 이유가 있다. 두 번째 음성해설인 테크니컬 코멘터리를 들어보면 이 작품은 필름 인화를 거치지 않고 바로 HD변환 작업을 거쳤다는 설명이 나온다. 필름 질감보다는 매끈하고 선명한 영상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밤 장면이 많고 어두운 장소에서 벌어지는 결투가 잦다보니 화사한 색감을 느낄 만한 부분이 없다. 전체적인 색조는 청색, 흑색, 갈색 등 단색 위주의 톤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푸르스름한 색조가 감도는 흡혈귀의 피부는 인상적이다. 피를 빠는 흡혈귀답게 창백함이 돋보인다.
챕터22의 검은 철문 등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지글거림과 일부 장면에서 윤곽선이 사물의 안쪽으로 겹치는 현상이 보이기도 하지만 특별히 의식하지 않으면 못 느낄 정도. 일반 SD급 브라운관 TV라면 발견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dts와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잠시도 쉬지 않고 사방의 서라운드 스피커를 통해 요란한 음향을 뿜어낸다. 마치 전쟁 영화처럼 저음이 강조돼 있으며 서라운드 효과가 탁월하다. 이런 점을 감안해 dts로 들을 때에는 음량을 평소보다 조금 줄이는 게 좋다.
챕터 2의 천둥소리는 감상 공간을 우렁우렁 울리며 리어 스피커를 가득 채우는 빗소리는 실제 비를 맞는 느낌을 준다.
특히 전방 스피커에서 총소리가 울린 뒤 후방 스피커에서 총탄이 작렬하는 음향 효과는 탄착지점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방향감이 뛰어나다. 챕터 22의 수류탄이 폭발할 때 터져 나오는 소리는 서브 우퍼의 위력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음량이 지나치게 강조된 사운드는 시간이 지날 수록 귀를 피로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인위적인 후방 스피커 소리는 자연스러운 음향과는 거리가 있다.
부록으로는 감독과 작가, 각종 효과 담당자들의 테크니컬 코멘터리 등 두 가지 음성 해설이 들어 있으며 모두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제작과정, 특수 효과, 스턴트 액션, 촬영 현장의 재미있는 모습 등을 담은 46분 분량의 '피처렛'과 일종의 하이라이트인 33분 가량의 '프로모션 클립', 줄거리와 제작 배경, 배우 및 제작진을 소개한 텍스트 자료인 '더 필름', 스토리 보드와 영화를 6분 정도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스토리보드 비교', 하드코어 그룹 핀치의 'Worms of the earth' 뮤직비디오와 포토 갤러리, 예고편이 들어 있다. 대부분 한글 자막이 들어 있으므로 편하게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기계를 이용해 정교하게 표정을 재현한 늑대 인간 분장에 얽힌 이야기와 촬영 틈틈이 배우와 제작진의 우스꽝스런 모습을 담은 피처렛 부록은 재미있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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