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치매여행]<19> 드라마 속 치매증상, 현실감 있나


최근 치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말드라마에서 치매환자가 등장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KBS2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 편'에서도 재벌할머니가 치매에 걸려서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초로기치매를 다룬 '천일의 약속', '하나뿐인 내 편'의 직전 드라마 '같이 살래요'에서도 치매가 등장한다.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 소설등에서도 치매는 가족간의 애증을 풀어가는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해 왔다.

문학, 드라마 등 서사속에서는 치매환자의 이상심리행동에 대해 정신분석학적 시도가 엿보인다. 환자의 행동을 의미있는 것으로 해석하고자 노력한다. 환자의 과거사 어떤 지점을 끌어와서 현재의 행동을 이해하고자 하며, 그 사람의 숨겨진 본능이 이성의 걸쇠를 벗기고 전면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래서 드라마 '하나뿐인 내 편'을 보면서 왕할머니의 행동이 여동생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김비서'와는 과거 어떤 인연을 갖고 있는 것인지, 또는 왕할머니가 며느리를 '첩'이라고 부르며 머리채를 쥐어뜯는 행동이 며느리에 대한 질투에서 비롯된 것인지, 이런 저런 추측을 하게 만든다.

여기에서 특이한 점은 왕할머니는 낮에는 너무나 멀쩡한데 밤에만 사람이 돌변해서 아들을 아버지라고 부르고 며느리를 첩이라며 괴롭히고, 현실에 없는 여동생을 찾는다. 그리고 한숨 자고 나면, 하이드씨가 지킬박사로 돌아온 것처럼 '내가 그랬어?' 하고 스스로 놀라며 며느리에게 사과를 한다.

치매환자의 내면에 이중인격이 자리잡은 것일까? 드라마가 치매를 왜곡하는 것은 아닐까?

정신분석학적 시도보다 병리학적 해석이 궁금하다. 치매전문의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치매환자 가운데에는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때에는 정상적으로 보이는데 또 다른 때에는 기억을 잃고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물론 드라마이기 때문에 이런 증세를 과장되게 표현했을 수 있다.

치매라고 해서 모든 인지능력이 서서히, 전반적으로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아침 먹은 사실은 기억못하면서 영어로 된 책을 읽거나 수학문제를 풀기도 한다.

일본 뇌신경외과의 히라카와 와타루(平川亘)이케부쿠루(池袋)병원 부원장은 이런 증상에 대해 일본에서는 마다라인지증(まだら認知症)이라고 부른다고 알려준다.

'마다라'란 '얼룩처럼 흔적이 남아있는 모습'을 의미하며, 일본에서는 '치매'의 부정적 의미를 해소하기 위해 '인지증'이라고 부르고 있다. 즉 정상적인 부분과 실인, 실언 등 치매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측면을 일컫는 말이다.

마다라인지증의 경우, 주위 사람들은 환자들이 '일부러 저러는 게 아닐까?' '가족들을 괴롭히려는 것은 아닐까'라고 오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마다라인지증은 대체로 뇌혈관성치매에 의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치매는 뇌의 부분이 손상을 받아 일어나는데 이때 손상을 입은 부위에 따라 인지기능에 장애가 온다. 또 뇌혈류의 변화에 따라 하루 중에도 다른 모습을 보인다. 아침에 일어난 직후, 식사직후, 목욕이나 더워서 체온이 올라간 경우, 수분부족 등일 때 뇌 혈류량이 저하한다. 이 순간 치매증세가 심해지는 것처럼 보인다.

치매 증세를 통해서 뇌혈관성 장애의 가능성을 알아챌 수도 있다. 갑자기 치매 증상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경우 뇌혈관성 장애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국지적인 뇌경색이 서서히 인지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전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뇌혈관성치매의 경우는 어느 정도의 재활로 증세를 개선할 수 있다. 뇌는 가소성이 크기 때문에 뇌의 다른 부분을 활성화시킴으로써 망가진 부분의 기능을 어느 정도는 대체할 수 있다. 그리그 그는 “나이가 젊을수록 재활 효과가 크다”고 덧붙인다.

치매전문온라인매체 '디멘시아뉴스' 양현덕 대표(용인 하버드신경과의원)는 드라마속 증세가 알츠하이머치매에서도 흔히 보이지만, 레비소체치매에 의한 증상일 가능성도 지적한다.

인지 뿐 아니라 각성을 담당하는 뇌영역에도 문제가 생기는 레비소체치매의 경우에 각성 상태의 변화가 심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레비소체치매의 경우, 증상의 기복 외에도, 파킨슨증상, 환시, 망상을 잘 동반한다.

치매의 원인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지만, 다른 경우에도 몸의 상태가 좋지 않거나 다른 원인, 예를 들면 변비 등이 원인이 돼 인지혼란이 심해지기도 한다.

'마다라인지증'과 같이 인지능력의 편차가 심한 치매의 경우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세심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 본인이 스스로의 상태를 자각하기 때문에 우울, 불안, 절망감, 분노 등을 심하게 느낀다.

가족들은 환자가 할 수 없는 부분 보다는 아직 할 수 있는 부분을 격려하며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재활이 필요하다고 해도 본인이 거부하는 것을 억지로 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가능한 기능을 통해 잃어버린 능력을 보완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식후 혈압을 측정해 보거나 평소 어떤 상황에서 증세가 악화됐는지, 저녁에 수분이 부족하지 않은지 등을 관찰하고 기록해서 의사와 상담하는 것도 좋다.

◇김동선 조인케어(www.joincare.co.kr)대표는 한국일보 기자를 그만두고 복지 연구에 몰두해 온 노인문제 전문가다. 재가요양보호서비스가 주요 관심사다. 저서로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 '마흔이 되기 전에 준비해야 할 노후대책7'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번역)' '노후파산시대, 장수의 공포가 온다(공저)' 등이 있다. 치매미술전시회(2005년)를 기획하기도 했다. 고령자 연령차별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땄다.블로그(blog.naver.com/weeny38)활동에도 열심이다.







alert

댓글 쓰기 제목 [치매여행]<19> 드라마 속 치매증상, 현실감 있나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