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리미노이드(231회) …제8장 메시아의 눈물 (32)


 

“뭐해, 빨리 튀지 않고.”

벌크가 호치의 등을 떠밀면서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호치는 벌크를 말렸다.

“움직이지 마.”

“이 병신아, 지금 튀지 않으면 우린 다 죽어.”

“글쎄, 움직이지 말라니까.”

호치는 벌크의 옷자락을 꽉 붙잡았다.

“지금 도망쳐봐야 소용없어. 저 많은 군중들을 어떻게 뚫고 나가겠어.”

“그럼 어떡하자고!”

“설득해 봐야지.”

“그게 통할 것 같아! 저 사람들 얼굴 좀 보라고!”

“만약 그게 안 되면, 내가 죽은 샤만리스또를 인질로 잡고 있을 테니. 자네가 이 애를 데리고 여길 빠져나가라고.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나?”

“그럼 자넨?”

“묻지 말고 내 말대로 해!”

호치가 아미타의 손을 잡아당겨 벌크의 손에 쥐어주고는, 칼을 뒤에 감추고 앞으로 나섰다. 그는 샤마넬라를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샤만리스또의 시체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하기 위해서였다. 지킴이 청년들이 빠르게 샤마넬라를 에워쌌다. 송골매가 크게 원을 그리며 주변을 빙빙 돌았다.

호치는 일장연설을 시작했다.

“제 아들은 죄가 없습니다. 저 앤 샤만리스또 선생님을 해칠 이유가 없습니다. 여러분, 제 말을 믿으세요. 저는 건축사입니다. 여러분의 신전을 개축하기 위해 여기에 왔습니다. 저 샤만리스또 선생님께서 저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래서….”호치는 연설을 하다가 말고 갑자기 제 목을 부여잡았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몸이 허공으로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샤마넬라가 염력을 쓴 것이었다. 호치는 공중에서 바둥바둥 대며 시뻘개진 얼굴로 벌크를 향해 외쳤다.

“도망 가, 도망 가-”

벌크는 즉각 아미타의 손을 붙잡고 냅다 마을을 향해 내달렸다. 그러나 헛걸음이었다. 아미타의 몸이 바윗돌처럼 굳어져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이 놈아, 빨리 도망치지 않으면 우린 다 죽어-! 저 년이 무당 귀신이란 말이여!”

벌크가 안간힘을 다해 아미타를 잡아당겼다.

“안 죽는다!”

아미타는 소리를 지르며 벌크를 뿌리쳤다. 그리고는 한 걸음 나서서 두 눈을 부릅뜨고 샤마넬라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허공에 떠있던 호치의 몸이 서서히 아미타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아미타 쪽에 가까워지자 호치는 갑자기 풀썩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때는 이때다 하고 벌크가 달려가 호치를 들쳐 매고 다시 아미타 쪽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된 거야?”

호치가 죽을 듯이 기침을 해대며 벌크에게 물었다.

“나도 몰라. 어쨌거나 아미타 저 녀석이 샤만리스또를 죽인 게 분명해. 아미타 저 놈이 하는 짓을 잘 보라고. 저 놈이…”

벌크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샤마넬라가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샤마넬라는 흡사 연처럼 하늘 높이 오르기 시작했다. 군중들은 비명을 질렀다. 하늘 정원은 공포의 도가니로 돌변했다. 호치가 놓아주라고 아미타에게 소리를 질렀지만, 아미타는 더 높이 샤마넬라를 띄웠다. 지킴이 청년들이 달려와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애원하였지만, 그들마저도 하늘로 띄워버렸다. 아미타는 미쳐 버린 것 같았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갈 때까지 그들은 땅으로 내려오지 못했다. 그러나 호치의 간곡한 설득으로 샤마넬라와 지킴이 청년들은 목숨만은 건질 수가 있었다.

호치는 그날 밤, 잠이 오지 않았다. 벌크와 아미타는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었지만, 호치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서쪽마을 사람들은 보복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이미 그들은 미망인 샤마넬라의 명령에 의해 호치 일행을 융숭하게 대접하고 있었다. 샤만리스또는 심장마비로 죽은 것이며 호치가 피라미드 신전을 다시 지어줄 것이라고 그녀가 말해주었기 때문이었다. 호치의 걱정은 아미타의 이상한 능력 때문이었다. 아미타가 가진 능력은 이에스피가 분명했다.

/이대영 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animorni@hanmail.net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