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리미노이드(235회) …제8장 메시아의 눈물 (36)


 

“진정해. 진정하라니까. 진정해 메시아!”

“싫다.”

“내가 잘못한 거야. 그러니 제발 아버지 말을 들어. 어서 무릎을 꿇어.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다 죽어-!”

“싫다. 저 놈이 아버지를…”

“이런 버르장머리없는 자식-! 내 말대로 하라니까-!”

호치는 갑자기 발작하듯 아미타의 뺨을 얼굴을 연거푸 때리며 강제로 꿇어앉히려고 했다. 그러나 아미타는 황소처럼 버티며 부글부글 끓는 눈으로 나이튼을 노려보았다. 그를 향해 오히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기 시작했다.

나이튼은 위용을 잃지 않으려 애를 썼지만, 아미타와 눈이 마주치자 눈동자가 뽑혀나갈 듯이 욱신거렸다. 그는 저도 모르게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언제 달려왔는지 모르지만 자기의 구두를 핥고 있는 호치의 등이 내려다 보였다. 호치는 애완견처럼 연신 그의 구두를 핥으며 비굴하게 애원을 하고 있었다.

“나으리,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저 놈은 미친놈입니다. 제발 저 놈의 무례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나으리 강아지가 되겠습니다-!”

호치는 개처럼 낑낑거리며 정신없이 나이튼의 구두를 핥았다. 절박하게 매달렸다. 그러나 이미 중무장한 에어카 두 대가 독수리처럼 내려와 경비병 일개분대를 토해낸 뒤였다. 경비병들은 순식간에 호치에게 달려들어 하반신 족쇄를 채웠다. 그리고 아미타를 에워쌌다.

그때 우와- 하며 마을 사람들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경비병들이 낙엽처럼 쓰러진 것이었다. 그때 마을 사람들 틈에 숨어 있던 벌크가 달려나와 ‘아미타-’ 하고 외쳤다. 그것을 본 마을 사람들이 일제히 ‘아미타, 아미타’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그 연호에 맞추기라도 하듯 나이튼의 몸뚱이가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늘 정원은 삽시간에 전쟁터로 돌변했다. 하늘에 대기 중이던 에어카가 일제히 작전형 편대로 퍼지더니 하늘 정원 외곽의 무화과나무 숲에서부터 전자 창살을 바닥에 내려뜨리고 옥죄어가기 시작했다. 단백질이란 단백질은 닿기만 하면 그대로 타서 재가 되어버린다는 창살이었다. 사람들은 그 창살에 닿지 않으려 비명을 지르며 안으로 몰려들었다. 아비규환이었다.

“멈추란 말이다, 이 미친놈들아-”

나이튼은 목이 터져라 에어카를 향해 소리쳤다. 아미타의 염력에 의해 이미 그의 몸은 뜨겁게 불타고 있는 샤만리스또 시신 위에서 바동거리고 있었다. 여차하면 그대로 불덩이 속에 쳐 박혀 분신될 지경이었다. 그런데도 상관의 목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지막지하게 밀어 부치는 부하들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나를 내려주면, 너를 샤만리스또의 후계자로 임명하겠다.”

나이튼은 절박하게 말했다.

“안돼.”

벌크가 아미타에게 달려와서는 나이튼을 풀어주면, 당장 우리 모두를 태워 죽일 것이라고 말하자, 사람들이 술렁술렁 했다. 하늘 위의 에어카도 아미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이에 점점 불길로 빠져드는 나이튼이 발악을 하듯 외쳤다.

“내 말을 믿어라. 나는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죽으면 너도 죽는다. 난 너를, 너의 능력을 사고 싶을 뿐이다. 내 진심을 믿어라.”

“아버지를 찼다.”

“사과한다.”

“아버지를 묶었다.”

“당장 풀어주겠다.”

나이튼의 명령에 따라 경비병들이 즉각 호치의 족쇄를 풀어주었다. 호치가 쓰러질 듯 아미타에게 달려왔다.

“내려 줘.”

“우릴 죽인다.”

“그래. 저 자의 말이 거짓이라면. 하지만, 너와 나만 죽으면 돼. 무고한 사람들까지 죽게 할 수는 없잖아.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

아미타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호치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아미타는 덩치는 컸지만 아직은 사춘기 소년이었다. 사리판단능력은 연륜과 경험이 길러주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몇 대 까진다고 하여 이렇게 섣불리 달려들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하늘 위에 새카맣게 에어카가 떠 있는데도 그에게 도전하다니,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었다.

/이대영 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animor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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