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연재소설] 리미노이드(237회) …제8장 메시아의 눈물 (38)


 

디스랜드 사람들은 포스랜드의 집요한 추적을 따돌리며 올리브를 감춰주고 그녀를 신격화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올리브는 낮에는 볼 수 없는 밤의 요정이 되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밤과 달의 여신 올리브가 낮과 태양의 신 아미타를 만나는 날이 곧 디스랜드의 해방의 날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디스랜드의 소망일 따름이었다. 포스랜드에서는 눈곱만큼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디스랜드 사람들이 아미타의 생일에 모여 축제를 벌이고, 그의 무사귀환을 비는 제사를 지내지 못하도록 전자창살을 곳곳에 설치하여 군중을 해산하였지만, 그것은 군중심리가 자칫 포스랜드에 대한 부정적 집단행동으로 변질될까봐 내려진 으레 적인 조치였다.

나이튼은 새벽 일찍, 잠에서 덜 깬 채로 바이스톤 성주의 부름을 받고 달려나갔다. 여간해서는 새벽 호출이 없는 느긋한 포스랜드였다. 설사 화급한 사건이 터졌다고 해도, 화상전화로 먼저 사건의 전후가 논의 된 뒤에 만나곤 했다. 그런데 다짜고짜 집무실로 달려오라는 호출을 받고 나니 뒤숭숭하기 짝이 없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각하?”

나이튼은 집무실로 달려들어가며 바이스톤의 상태를 살폈다. 그는 옷도 제대로 챙겨 입지 못하고 머리도 부스스한 꼴이 간밤에 극성맞은 아내 훌리와 한판 붙은 것이 분명했다.

“부탁이 있네.”

“말씀하십시오.”

“오해는 하지 말게. 나는 내 아내를 사랑해. 그거 알지?”

바이스톤은 먼저 아내 훌리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것은 나이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다. 훌리는 애당초 나이튼의 여자였다. 그것을 대학동창인 바이스톤이 가로챈 것이었다. 그때 바이스톤은 이미 결혼을 한 상태였고, 울며불며 매달리는 아내와 이혼을 하면서까지 훌리를 유혹했다. 훌리는 로맨틱한 바이스톤에 흠뻑 매료되어 나이튼을 버리고 홀랑 바이스톤과 결혼을 한 것이었다. 그후 네사루 게이츠의 먼 친척인 훌리는 바이스톤에게 네트워크 요직을 줄 것을 요청했고, 그 자리가 바로 P-303의 성주 자리였다.

“훌리는 대단한 여자야. 정말 여걸이지.”

“그렇습니다.”

“집안도 좋고. 네사루 네트워크에서 몇 안 되는 여걸이야.”

“그렇습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이 포스랜드를 훌리가 좌지우지한다고 하더군.”

“그건 금시초문입니다.”

“아냐, 내가 다 알고 있다고. 비밀 여론 조사 결과 우리 포스랜드에서 가장 영향력이 센 남자가 나이튼 수석이고, 여자가 바로 훌리라고 하더군.”

“귀를 닫겠습니다.”

나이튼은 충성스럽게 두 손으로 자신의 귀를 가리는 시늉을 했다.

“그 말이 맞아. 난 밤에는 훌리 말을 듣고, 낮에는 자네 말을 듣지. 하여튼 그래서 자네에게 부탁을 하려는 거야.”

나이튼은 다시 귀에서 손을 뗐다.

“내게 다른 여자가 생겼어.”

“여자라니요?”

바이스톤은 나이튼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하고 그가 다가오자 귓속말로 소곤거렸다. 나이튼은 바이스톤 몰래 얼굴을 찡그렸다. 돌대가리 자식, 남의 여자를 가로채고도 모자라서 그 아내 몰래 또 바람을 피우다니. 그것도 그녀의 침실에서. 그리고 그것을 내게 상의를 하다니. 나이튼은 바이스톤의 더러운 인간성에 구역질이 났다. 그러나 정작 면전에서는 정중하게 그의 의견을 경청했다.

“이럴 경우 자네 같으면 어떻게 하겠나.”

“훌리를 버리면 게이츠 집안이 발칵 뒤집어 질 겁니다. 당장 네트워크 인사고과에 나쁜 영향을 줄 겁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훌리 입맛에 맞게 행동하시면 인생이 재미없어 질 겁니다.”

“그렇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다면, 먼저 훌리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십시오.”

“관심을 돌리다니?”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먼저 각하의 여자를 안전하게 제 집에 데려다 놓겠습니다.”

“서두르게. 아마, 벌써 죽었을 지도 몰라.”

나이튼은 집무실을 나와서, 서둘러 바이스톤의 집을 향해 갔다. 그는 이제 비로소 아미타를 활용할 때가 왔다고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성공하면 혁명이고, 실패하면 역적이다. 그 어떤 경우든 죽음은 한 번 뿐이다.

/이대영 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animorni@hanmail.net







alert

댓글 쓰기 제목 [연재소설] 리미노이드(237회) …제8장 메시아의 눈물 (38)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