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리미노이드(238회) …제8장 메시아의 눈물 (39)


 

나이튼이 바이스톤의 집에 도착하니 벌거벗은 여자가 훌리의 패대기에 넋을 놓고 당하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 여자는 반항을 하거나 애원을 하지 않았다. 마치 식물처럼 훌리의 발길질을 받아내고 있었다.

“이 쌍년아. 너를 내 집에서 키워 준 내가 미친년이다. 이 거지 같은 년아. 이 벼락맞을 년아!”

훌리는 광분하고 있었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으며 말이 끝날 때마다 습관처럼 발길질을 했다. 그녀는 등뒤에 나이튼이 서 있는 줄도 모르고 격투기 선수처럼 벗은 여자를 짓밟았다.

벗은 여자는 도마뱀처럼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 무신경하게 걷어 채이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여기 저기 살갗이 긁히고 살점이 떨어져나가 퍼런 피멍과 붉은 핏물이 고여 있었다. 엉겁결에 홑이불을 움켜쥐고 나왔지만 그것으로 몸을 가리도록 그냥 놔둘 훌리가 아니었다. 훌리는 홑이불을 빼앗아 내팽개치며 무카이의 알몸을 힘껏 걷어찼다. 그녀는 막 갈비뼈가 부서지도록 걷어 채이고 짓밟히면서도 전혀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바닥에 껌처럼 달라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

나이튼은 옆에 서서 어쩔 줄 모르는 경비대원 하나를 손으로 불렀다. 경비대원이 나이튼을 발견하고 쏜살같이 달려와 거수경례를 했다. 나이튼이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고 지시했다.

“저 여자가 누구냐.”

“무카입니다.”

“무카이.”

“네. 벙어리 종년이죠.”

경비대원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근데 왜 저리 맞고 있는 거냐?”

나이튼은 다 알면서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식으로 물었다.

“그게…”

경비대원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각하가 바람을 피우다 들켰느냐?”

“아, 네.”

“그때 너희들은 무얼 하고 있었느냐?”

“네?”

나이튼의 서슬 퍼런 질문에 경비대원은 오줌을 지렸다.

전갈을 받은 경비대장이 몹시 뚱한 얼굴로 나타나서 거수를 붙였다. 나이튼은 그의 불쾌한 표정을 충분히 읽어낼 수 있었다. 반항하는 부하를 다루는 방법은 처음부터 아예 숨을 쉬지 못하도록 족치는 방법과 그 반대로 누구보다 그를 깊이 이해하는 것 그 두 가지였다. 나이튼은 후자를 택했다. 그것은 나이튼 혼자만의 판단이 아니었다. 경비대장의 표정과 태도에는 바이스톤과 훌리 그리고 나이튼까지 경멸하는 기묘한 조소가 깔려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항명이 아니었다. 나이튼은 가급적 최대한 따뜻하게 말했다.

“어이, 워어트 대장.”

“네, 수석비서관 각하.”

“나도 자네 마음과 같네. 그러니 저 애를 내 집으로 데려와.”

“네. 각하.”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훌리는 지칠 때까지 무카이를 걷어찼다.

무카이 역시 마당 한 가운데 엎드린 채로 악착같이 바닥을 움켜쥐며 내쫓기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얼마나 바닥을 긁었는지 손톱이 다 벗겨져 피가 날 지경이었다. 얼마나 맞았는지 숨을 제대로 쉴 수도 없었다. 횡경막이 움직일 때마다 심장을 후비듯 고통이 밀려왔다. 그녀는 고통을 참으려 어금니를 독하게 깨물었다. 관자놀이가 쥐가 날 지경으로 이를 깨물고 있었다.

“이 쌍년 좀 봐! 이 년 거기를 아예 확 불로 지져버려야겠어.”

훌리는 그렇게 걷어차고도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무카이의 허벅지를 구둣발로 질근질근 밟으며 가랑이를 거칠게 벌렸다. 그리고는 가까이 서 있던 경비병의 총을 빼앗아 겨누었다.

“부인, 안됩니다.”

경비대장 워어트가 화들짝 놀라서 쏜살같이 달려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이런 건방진 놈! 이 손 놔. 이 손을 놓지 못해!”

훌리는 발악을 했다. 워어트의 손을 물어뜯으려고까지 하였다. 그러나 워어트 경비대장은 결코 주저하지 않고 그 총을 빼앗아 경비대원에게 던져주었다.

/이대영 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animorni@hanmail.net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