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리미노이드(239회) …제8장 메시아의 눈물 (40)


 

“너, 너…”

훌리는 눈을 부라리며 워어트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네 놈도 이 년 편이냐? 이 년과 놀아났어?”

워어트는 훌리의 손을 강압적으로 떼어내며 지극히 사무적으로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권태가 찌들어 있었다.

“살인은 안됩니다.”

“뭐, 뭐라고?”

“더 이상의 소란도 안됩니다. 들어가십시오.”

“뭐… 너 지금 나한테 명령하는 거야? 건방진 놈! 넌 당장 파면이야!”

훌리는 눈을 까뒤집으며 게거품을 물었다. 그러나 워어트는 훌리의 난리법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태연하고 담담한 어투로 경비대원들에게 말했다.

“어서 부인을 안으로 모셔라.”

“내 몸에 손대지마! 내 말 안 들으면 다 죽여버릴 거야!”

훌리가 발악하며 유리창 깨지는 소리를 냈다.

경비대원들은 주춤주춤 두 사람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워어트의 근엄한 명령에 따라 경비병 두 명이 훌리에게 다가가 그녀의 겨드랑이를 붙잡아 올렸다. 훌리는 미친 듯이, 발버둥을 치며 저 년을 당장 쏘아 죽이라고 발광을 하였다. 그러다가 나이튼과 눈이 마주쳤다.

“어, 나이튼…”

훌리는 갑자기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나이튼 앞에서 추한 꼴을 보인 것 같아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는 새색시가 된 것처럼 머리와 몸을 추스르기 시작했다.

“부인, 잘 지내셨습니까?”

나이튼이 깍듯한 경어를 쓰며 가볍게 목례를 했다. 옛날에는 연인이었지만, 지금은 엄연히 상관의 아내였다.

“으응….”

훌리는 나이튼에게 예쁜 미소를 보이려 애를 쓰고 있었다. 그것을 간파한 나이튼이 경비병들에게 떨어지라고 손짓하고는 훌리에게 다가가 팔을 내밀자 훌리는 수줍게 그의 팔짱을 꼈다. 조금 전의 독수리처럼 매섭게 달려들던 악녀가 아니었다. 잘 길들여진 종달새 한 마리였다.

“부인, 저와 함께 내전으로 들어가십시다.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나이튼이 훌리를 데리고 집안으로 사라지자 마당에는 갑자기 정적이 감돌았다.

“들켰니?”

워어트 경비대장이 그 지루한 정적을 깨고 무카이에게 다가가 그 앞에 쭈그리고 앉으며 물었다.

무카이가 엉금엉금 기어가서 홑이불을 끌어당겨 자신의 알몸을 감싸며 고개를 끄덕였다. 찢어진 입술에서는 연신 피가 흘렀다. 무카이는 본능적으로 홑이불로 흐르는 피를 닦았다. 눈에서는 피보다 진한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입에서는 그 눈물보다 더 진한 한숨이 토해져 나왔다.

새벽마다 바이스톤 성주는 훌리 몰래 무카이의 방에 쳐들어 왔다. 무카이는 자다가 말고 벌떡 일어나 옷을 벗어 던지고 성주 앞에 얌전히 무릎을 꿇고 앉아 그의 성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성주와의 섹스는 늘 그렇게 기계적으로 시작되었다. 색골인 성주는 한 번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녀의 입에 사정을 하고 난 뒤에는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무카이에게 자위를 하라고 요구를 했다. 그녀의 자위행위는 성주의 물건이 다시 일어설 때까지 계속됐다.

“바보같이. 내가 누누이 조심하라고 이르지 않았느냐.”

워어트가 어깨를 으쓱하며 그녀를 책망했다. 그러나 그의 말투는 자신이 없어 보였다. 바이스톤 성주의 시도 때도 없이 불끈거리는 야만적인 성욕을 잘 알고 있는 그였다. 하룻밤에도 수 십 명의 여자와 놀아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아니, 그것은 소문이 아니었다. 종신형을 받아 P-303에 유배되어오는 여자 죄수들은 죄다 바이스톤을 거쳐야 했다. 그나마 몸매나 얼굴이 조금이라도 괜찮다 싶으면 여지없이 능욕의 대상이 되어야 했다. 누구하나 성주의 추잡한 행동을 제지하거나 충고하지 않았다. 고립된 P-303에서 바이스톤 성주는 절대 권력자였다.

“무카이 옷을 챙겨와라.”

워어트의 명령을 받은 한 경비병이 힐끔힐끔 무카이의 벗은 알몸을 훔쳐보면서 집안으로 들어가더니 낡은 옷을 그대로 가져와 던져 주었다.

“날 따라 와라.”

무카이는 주섬주섬 옷을 입는 둥 마는 둥 서둘러 일어나 워어트 경비대장을 쫓아갔다. 경비대장은 숙소 안으로 무카이를 데려가 목욕탕에 집어넣었다. 일종의 치료를 겸한 목욕이었다. 무카이는 옷을 입은 채로 똑바로 서서 백색광선 아래에 섰다. 향기가 나는 미세한 수증기가 그녀의 몸을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그러자 몸 여기 저기의 통증이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었다.

/이대영 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animor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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