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리미노이드(244회) …제8장 메시아의 눈물 (45)


 

그 말은 적중했다. 바이스톤의 경쟁심을 묘하게 자극했다. 그는 안보비서관을 연결하여 지시했다.

“워어트에게 체포를 연기하라고 하지.”

안보비서관은 반문했다.

“무슨 체포 말입니까?

“그냥 그렇게 전해.”

그러나 나이튼이 부랴부랴 집에 돌아왔을 때, 기막힌 사건이 벌어졌다. 예민해지고 불안해진 아미타가 미친 듯이 난동을 부렸다는 것이었다. 그 바람에 아미타를 체포하려던 두 사람의 경비대원이 그 자리에서 뇌가 파열되어 즉사한 것이었다.

그 소식을 듣고 워어트가 더 많은 병력을 보냈지만, 나이튼의 집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가 없었다. 외부 출입을 차단하는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었다. 그것은 외부로부터의 침입보다는, 아미타가 외부로 뛰쳐나가지 못하도록 한 나이튼의 조치였다.

“아미타, 괜찮니?”

나이튼이 외부와 차단된 아미타의 방과 화상연결을 시도했다.

“아, 미, 타, 아, 미, 타.”

아미타는 게거품을 물고 간질발작증세를 보였다. 그는 다시 말을 잊은 듯 제대로 된 단어를 구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십여 분 동안 바들바들 떨다가 지쳐 떨어진 뒤, 다시 잠에서 깨어날 때까지 나이튼은 꼼짝 않고 화면을 응시하고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미타, 깨어났느냐.”

“아버지, 아버지-!”

정신을 차린 아미타는 나이튼의 홀로그램 영상에 다가와 아버지를 찾았는가 재차 확인을 했다.

“아직. 그러나 곧 찾을 거다.”

나이튼은 거짓말로 둘러댔다.

호치는 포스랜드로 돌아오자마자 살해됐다. 살해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호치였다. 아미타는 포스랜드에 입성할 때에 호치에게 잠시라도 자기 곁에서 떨어져 있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호치는 포스랜드 구석구석을 다녀보고 싶었다. 혹시라도 트루퍼즈 대원들이 이곳 P-303 지역에도 잠입했거나, 혹은 우호적인 사람들이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순전히 삐라 덕분이었다. 처음에는 사막마을로 기어 들어가 몸을 숨길 생각이었지만, 포스랜드로 들어온 뒤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어차피 한 번 태어나고 한 번 죽을 운명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래서 나이튼에게 부탁하였지만, 나이튼은 호치에게 잘라 말했다.

“등록되지 않은 자는 포스랜드 내부로 들어갈 수 없소.”

“통행증명서를 발급해주면 되잖습니까.”

“그건 내 소관이 아니오.”

“당신은 수석비서관인데 그럴 힘도 없습니까?”

“힘은 아무 때나 쓰는 것이 아니오. 아무 때나, 부정하게, 혹은 과하게 쓰면 그건 폭력과 다름없소. 난 포스시민들의 신뢰를 잃고 싶지 않소.”

“그렇다면 나와 내 아들을 정식으로 등록시켜 주십시오.”

“싫소.”

“왜죠?”

“당신 아들의 머리에 칩을 박아 넣고 싶지 않소. 똑똑한 고고학자들은 유적지를 함부로 파헤치지 않소. 보존 기술이 부족하다면 그냥 덮어두고 기다릴 것이오. 지금 내가 꼭 그 심정이오. 당신 아들 아미타의 능력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뇌 속이 아니라면 그게 어디겠소? 그리고 굳이 두뇌칩으로 등록할 필요 없소. 여건이 되면 두루두루 여행을 시켜드리도록 하겠소.”

그러나 호치는 기다릴 수가 없었다. 본토로 갈 수 있는 이동통로를 찾아내야 했다. 그래서 나이튼 몰래 수석관저를 빠져나가 여기저기 헤매던 중에 주민들의 신고에 의해 교도관리인에게 발각 구금되고, 호된 고문을 이기지 못해 나이튼 수석에게 구해달라고 애원하였지만, 나이튼이 처음 보는 생면부지 사람이라고 잡아떼는 바람에 그가 유명을 달리하게 된 것이었다.

호치가 죽은 뒤, 포스랜드에서는 그에게 트루퍼즈에 부화뇌동하는 협잡꾼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주었다. 호치가 나이튼이 데려온 죄수라는 것을 모르는 포스랜드 경비당국은 포스랜드의 방어체계가 엉망이라는 것을 은폐하기 위해 테러리스트로 몰아간 것이었지만, 죽은 호치에게는 그것이 차라리 다행이었다.

/이대영 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animor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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