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와는 너무 먼 이국의 어느 궁정에서 일어난 대학살극. 그 현장에 있는 듯 참혹함은 생생하게 전달된다.
긴 러닝타임 동안 그들의 격정과 고통에 몸을 내맡긴다. 사랑과 열정을 온 몸으로 치열하게 겪어낸 어느 여인이 수백년의 시간을 넘어 화면으로 현신한다.
피로 물든 이자벨 아자니의 흰 드레스의 격정적인 이미지가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는 영화 포스터부터 <여왕 마고>가 94년 국내 개봉 이후 DVD로 다시 찾아왔다.
완화된 심의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만큼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삭제장면과 모자이크 상영분이 완벽하게 복원됐다.
16세기 프랑스 왕궁의 암투
파트리스 셰로 감독은 직접 화법을 택해 돌아가지 않고 시대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우리에겐 낯선 16세기 프랑스 역사는 살육과 학살의 장면을 통해 피비린내부터 풍기기 시작한다.
당시 프랑스는 가톨릭을 믿는 구교도와 칼뱅파의 신교도의 대립이 팽팽하다. 프랑스의 왕 샤를9세(장 위그 앙글라드 분)는 심약하고 신경질적인 군주. 그는 어머니 카트린느(비르나 리시 분)에게 섭정을 맡긴다.
신교의 우두머리인 꼴리니 제독의 막강한 권력을 저지하기 위해 왕은 여동생 마고(이자벨 아자니 분)을 신교의 거점인 나바르의 왕 앙리(다니엘 오떼이유 분)와 정략결혼 시킨다.
결혼식을 보기 위해 수천명의 신교도들이 파리의 베르사이유로 몰려온다. 결혼에 불만을 품은 마고는 우연히 길에서 만난 르 몰르(뱅상 카셀 분)을 잊지 못하고, 카트린느는 꼴리니와 함께 신교도들을 무참히 학살한다.
마고는 남편 앙리왕을 살리기 위해 그를 개종시키고 목숨을 부지하지만, 왕권을 노리는 궁정의 암투와 국외에서 진행되는 신교도의 반란은 점점 거세진다.
근친상간과 불륜으로 얼룩진 왕족의 삶에 익숙해 있던 마고는 정치의 희생양이 될 것인가, 스스로 살아남는 방법을 택할 것인가의 기로에 선다.
정략에 의해 애정없는 결혼을 했지만, 그 시대에 남편이 없는 여자는 어디도 기댈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남편을 지키고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무삭제 DVD에 담긴 장면들
당시 칸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여왕 마고>는 주연으로 열연했던 이자벨 아자니 대신 냉혹한 섭정여왕을 연기한 카트린느 역의 비르나 리시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 주었다.
최고의 캐스팅이라 할 만큼 프랑스의 내노라하는 배우들이 총출연해 그들의 화려한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찰 정도다. 시대의 광기에 내몰린,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사랑에 빠져든 인물들을 각자의 역량을 다해 연기한다.
무삭제 DVD로 출시된 <여왕 마고>에는 대규모 학살 장면, 벌거벗은 시체들의 모습, 낭자한 피 등이 여과없이 보여진다.
또 수위 높은 정사 신과 성기와 헤어누드 등이 모자이크 없이 수록됐으며, 엔딩 부문에 목이 잘린 시체 등 무삭제판의 이름이 무색하지 않은 장면들이 담겨있다.
놀라운 리마스터링의 힘
94년 개봉 당시 극장에서 봤던 영상을 떠올리게 하는 선명한 화질은 이 타이틀의 큰 장점이다.
실내에서 촬영된 궁정 신 등에서는 안정적인 영상을 선보이지만, 원근 표현력 등 균일한 화질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당대 프랑스의 화려한 복색을 잘 드러낸 색감과 이자벨 아자니의 창백한 피부가 그대로 묘사된 화질은 제작 연도를 생각할 때 더 이상 바랄 수 없을 정도다.
돌비 디지털 2.0채널을 수록한 사운드는 감상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 수준이지만 작품의 웅장한 스케일을 생각할 때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이다.
서플먼트에는 이 작품 뿐 아니라 <정사>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파트리스 셰로 감독의 인터뷰가 수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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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몰픽 와이드스크린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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