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리미노이드(245회) …제8장 메시아의 눈물 (46)


 

“들어가라. 가서 그를 진정시켜 줘라.”

나이튼은 페로몬으로 목욕시킨 무카이를 아미타의 방에 강제로 밀어 넣었다. 그런 뒤에 원격 카메라로 그 방을 살폈다.

무카이가 들어서자, 아미타는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난동을 부리던 것을 즉각 중단하고, 갑자기 덜컥 들어와 서 있는 낯선 여자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아미타는 눈을 찌푸렸다. 그녀는 맨발이었다. 게다가 그녀가 서 있는 주변 입구에 경비대원 시체 두 구가 피를 토하고 쓰러져 있었던 터라 발이 검은 피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몸과 옷에서 좋은 향기가 났다. 그 냄새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미타는 한참동안 넋을 잃은 듯이 무카이를 바라보았다. 발작을 했을 만큼 흥분한 아미타였지만 그녀를 바라보면 볼수록 기분이 차분해졌다.

그것은 무카이도 마찬가지였다. P-303에 도착해서 유닛을 전전하다가 바이스톤의 눈에 띠여 그의 아내 훌리의 몸종이 될 때까지, 무카이는 수많은 남자들의 욕망의 배설구가 되어야 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또 한 번의 습관적인 섹스를 하고 나오면 되겠지 하는 담담한 심정으로 아미타의 방에 들어섰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서 일을 끝내고 나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정작 방에 들어서자마자 흡-하고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잔인하게 살해당한 경비대원의 시체를 보고 있으려니 속이 울렁거렸다. 피비린내가 비위를 긁어내며 구토를 유혹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현기증이 일고 머리 속이 뒤엉켜 머리가 빠개질 날 지경이었다.

이 얼굴,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야. 헌데 누구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아.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녀는 뚫어지게 아미타를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공포심으로 제대로 그를 바라 볼 수 없었지만, 보면 볼수록 무척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그러나 누구라고 딱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었다.

이 남자 누구일까. 혹시 나와 같이 잠을 잔 남자일까? 아닐 거야. 그렇다면 이런 편안한 감정이 생기지는 않겠지. 이 남자 도대체 누구일까. 아니, 누구면 어때. 나는 지금 이 남자를 유혹해야 하는 것이고, 그래야 내 목숨을 유지할 수가 있어. 가자, 더 앞으로.

무카이는 잡념을 털어 내기 위해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그런 뒤에 아미타를 유혹하기 위해 슬그머니 앞가슴을 풀어 젖혔다. 그녀의 새하얀 젖무덤이 반쯤 드러나고 보라색 오디처럼 생긴 유두가 수줍게 고개를 쳐들었다. 그렇게 가슴을 다 드러내 보인 채로 한 발 한 발 아미타에게 다가갔다.

무카이는 아미타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쥐고 자기의 가슴 쪽으로 잡아당겼다. 손이 떨렸다. 행여 그가 반항을 한다면 무카이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 끝장이다.

“그를 꼬셔라. 그와 섹스를 해.”

나이튼이 헐레벌떡 당황한 얼굴로 무카이의 방에 달려 들어와서는 다짜고짜 그렇게 말했었다. 워어트가 보낸 경비대원이 즉사한 뒤였다. 벙어리 무카이는 완곡하게 의견을 말했다.

“아, 으, 아, 으-”

전 바이스톤 각하의 여잡니다. 그 분의 허락이 없으시면….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이튼의 손이 얼굴로 날아왔다. 무카이는 풀썩 주저앉았다. 나이튼은 쓰러진 그녀를 신경질적으로 일으켜 세우더니 몇 번 더 세차게 뺨을 휘갈겼다. 무카이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넌 죽을 것이다. 그와 섹스하지 못하면 넌 죽을 것이야-!”

나이튼의 목소리가 아직도 무카이의 귀에서 앵앵거렸다.

무카이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살아야 해. 살아야 해.

그렇게 미친 듯이 속으로 뇌까렸다. 그렇다 살아서 한단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슨 짓을 해서든 살아남아야 한다.

다행히 아미타는 손을 빼거나 그녀를 밀치거나 하지 않았다. 그냥 무카이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고 있었다. 무카이는 가슴에 닿는 남자의 손이 얼음장처럼 차다고 느꼈다. 무카이는 그가 지금 긴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했다.

긴장을 하기는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입장에서 전혀 낯선 남자를 유혹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대부분은 남자들이 먼저 무카이를 원했다. 그들은 짐승처럼 무카이에게 달려들었다. 성적 자극도 없이 그 짓을 하기란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그 때는 수동적으로 받아만 주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반대였다. 적극적으로 사내를 유혹해야 하는 일이었다. 무카이는 남자를 유혹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무카이는 서툴게 그를 유혹하고 있었다.

/이대영 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animor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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