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밝고 솔직하다. 온 몸에서 뿜어나오는 에너지가 활기차다. 영화 속 성혜와는 전혀 다른 기운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마치 성혜가 앞에 있는 듯 뭉클하고 애틋한 마음이 생긴다. 어떤 자리에서든 내 삶을 묵묵하게, 또 열심히 살아가는 이 시대 청춘의 모습 그대로다. 그만큼 배우 송지인이 보여준 연기가 묵직한 힘을 가졌다는 의미일테다.
영화 '성혜의 나라'는 스물아홉 성혜(송지인 분)가 힘겹게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현실을 묵묵히 보여주는 영화다. 24시간 일해도 부족한 생계를 힘겹게 이어가는 암울하고 답답한 현실 아래 꿈도 사랑도 청춘도 떠나 보내고 희망조차 꿈꾸지 못하는 20대 여성의 모습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2018년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성혜의 나라'는 지난 달 30일 개봉되어 관객들을 만났다. 저예산의 독립영화다 보니 상업적으로는 큰 주목을 얻지 못했지만, 마니아층의 꾸준한 호평과 관심 덕분에 전국에서 GV를 진행하며 또 한 번 '작품의 힘'을 느끼게 했다.
촬영 2년 만에 성공한 '개봉'에 송지인은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영화를 찍으면서도 '개봉할 수 있을까. 하기만 해도 엄청난 일이다'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는 점이 개봉에 도움이 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웃는 송지인의 얼굴 위로 '뿌듯함'이 물씬 느껴졌다.
송지인에게 '성혜의 나라'는 여러 모로 의미가 큰 영화다. 연기에 대한 절박함이 있을 때 찾아온 작품이기 때문. 송지인은 "감독님께서 제 이미지를 보고 성혜와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연락을 주셨다. 대화를 나누는데 잘 통하다 보니까 같이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저도 그 때 어려운 상황이었다. 전 소속사를 나와서 광고만 찍고 작품을 못하던 시기였다. 정말 연기를 하고 싶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성혜에게 공감이 많이 갔다"라고 '성혜의 나라' 속 성혜를 만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렇게 시작된 촬영은 단 7회차.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다고 말한 송지인은 "정말 열악하게 찍어서 다 같이 고생을 했다"며 "그 중에서도 인형탈 쓴 장면은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더라. 제가 대학 다닐 때 대학가 앞에서 카페 아르바이트를 했다. 비슷한 나이대의 친구들이 차마시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저는 공강 시간 쪼개서 아르바이트를 계속 했어서 한 번도 친구들과 카페에 가보지를 못했다. 그 생각이 났다"라고 지난 날을 떠올렸다.

이어 "연기를 하면서도 극한의 힘든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절제를 하면서 연기하려 노력했다. 어떤 분이 괴로움을 과시하고 가난을 전시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과하고 극적으로 보이지 않게 담담하게 표현하려 노력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다들 먹고 살기 힘들고 고생하고 취업도 어렵지 않나. 나만 겪는 대단한 일이라고 표현하기 싫어서 최대한 담담하게 연기했다"고 연기적인 고민과 노력을 전했다.
워낙 단시간에 많은 분량을 찍어야 했기 때문에 촬영 전 준비해야 하는 것도 많았다. 송지인은 "감독님과 두 달 동안 매일 만나서 얘기를 나누며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제작비가 워낙 없어서 최대한 현장에서 NG없이 완벽하게 모든 것을 찍어야 했다. 그래서 리허설을 정말 많이 했다. 거의 원테이크에 찍었다. 연기적인 NG는 거의 없었고, 다시 찍어야 했던 건 기술적인 부분이었다"라고 불가능할 것 같았던 7회차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비결을 밝혔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열악했던 환경은 물론이고 2년 전 자신의 모습을 보자니 더욱 아쉬움이 커졌다는 송지인이다. 그럼에도 송지인에게 '성혜의 나라'는 걱정을 떨쳐내고 '해냈다'는 성취감을 안겨준 작품이기에 '감사함'과 '안도감'이 더 크다고 한다.
그 중심에는 늘 믿고 응원을 보내준 정형석 감독이 있었다. 송지인은 "긴 호흡을 혼자서 찍다 보니 '내가 할 수 있을까', '나 때문에 망하면 어쩌나'라는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딱 성혜다'라는 말씀을 해주시면서 저를 붙잡아주셨다. '두 시간 동안 관객들이 나가지 않고 다 본다. 관객들의 대화에서 진심으로 공감하는 건 네가 성혜를 잘 해냈기 때문이다'라며 많은 지지를 해주셨다. 정말 감사하다"라고 정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또 송지인은 "한 신 빼고 제가 다 나오는데 '내가 영화를 망치지 않았구나'하는 안도감이 있었고 기뻤다. 스크린으로 상영이 되고, 관객들 모두 제각각 느끼는 부분에 대해 소통하는 것이 기쁘고 감개무량하더라"라며 "이것이 계기가 되어 배우 생활을 하는데 동기부여가 됐다. 가족들에게도 '내가 죽을 때까지 이런 날이 없을 수도 있다'며 사진 찍어놓으라고 하곤 했다.(웃음) 좋은 경험이 됐고, 다시 또 이런 일이 있기를 바라며 배우로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더라"라고 '성혜의 나라'를 통해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2008년 다비치 '사랑과 전쟁'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송지인은 그간 '직장의 신', '호구의 사랑', '7일의 왕비,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 '땐뽀걸즈', '해치' 등의 드라마와 '인간중독', '카트' 등의 영화를 통해 개성 강한 연기와 매력을 보여줬다.
이번 '성혜의 나라'를 통해 다시 한 번 연기력을 인정받은 송지인은 앞으로 "웃기고 코믹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최근까진 얌전하고 단아한 캐릭터를 많이 맡았기 때문에 자신의 이미지를 반전시키는 역할을 통해 연기 변신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리고 독립 영화에 도전을 하면서 배우로서 의미 있는 행보를 잇고 싶다는 각오도 덧붙였다.
"코로나 여파로 인해 극장가가 많이 위축이 됐는데, 그런 상황을 뚫고 극장에 와주시는 분들이 계시더라. 그런 애정은 어지간해서는 생기는 것이 아닌데,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감사드린다. '성혜의 나라'가 일반적이지 않고, 독립 영화다 보니 어렵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조금만 마음을 열고 봐주시면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neat24@joynews24.com사진 정소희 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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