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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불' 양경원 "마스크 써도 표치수 알아봐…배역으로 기억됐으면"(인터뷰)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다녔는데, 눈만 보고도 '표치수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존재감이 강렬했다. 드라마 속에서 손예진을 향해 쏘아붙인 "에미나이"와 "후라이 까지 말라"는 유행어가 됐다. 길을 지나다니면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겼고, 본명보다 "표치수"라는 극중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배우 양경원은 "연기를 하며 내가 맡은 배역으로 기억되고 싶었는데, 그 바람이 이뤄졌다"고 활짝 웃었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출연한 배우 양경원을 최근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스타카페라부에노에서 만났다.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소속으로, 매니저가 없는 양경원은 인터뷰 스케줄도 꼼꼼히 직접 정리했고, 인터뷰 당일 직접 차량을 운전해서 카페를 찾았다. 양경원은 "인터뷰 사진 촬영을 위해 어제는 와이프가 옷을 사줬다"고 자랑했다. 소박하고 털털한 양경원의 얼굴 위로 표치수가 겹쳐졌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마지막회 21.7%(닐슨코리아)를 기록, tvN 역대 최고 시청률을 다시 쓰며 인기리에 종영했다. 주인공 현빈과 손예진 뿐만 아니라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열연은 드라마의 인기를 이끈 일등공신이다.

양경원은 민경대대 5중대 특무상사 표치수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험상궂은 인상에 톡톡 쏘아붙이는 말투지만, 그 누구보다 여린 속내와 인간미를 가진 캐릭터. '남한 재벌녀' 손예진과 애증의 관계로 큰 웃음을 선사하고, 떠난다고 하니 무심하게 손편지를 읽어주며 훈훈함을 안긴다. 위기의 상황에선 의리로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뺐다.

마지막까지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양경원은 "굉장히 아쉽다. 너무 좋은 작품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하다. 이런 작품의 일원인 표치수라는 역할을 할 수 있었고,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제가 하고자 하는 일들에 다가가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종영 소회를 전했다.

인기를 실감하냐고 묻자 "지인들이 제게 사인을 엄청 부탁한다. 죽마고우 친구들과 단체 채팅방이 있는데, 친구들이 표치수 얼굴로 프로필을 해놨더라"고 웃으며 "축하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저보다 기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너무 고맙다"고 했다.

양경원은 '북한 출신이냐'는 말을 들었을 만큼 실감 나는 사투리 연기와 뛰어난 캐릭터 소화력으로 매력적인 '표치수'를 만들어냈다.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공연을 보러 온 캐스팅 디렉터의 추천으로 오디션을 봤다. 2,3차 오디션에서 표치수를 콕 찍었다는 양경원은 "일단 북한사람처럼 생긴 외모가 큰 역할을 한 것 같다"고 웃었다.

"치수가 북한군이라길래 카리스마 있고 무서운 역할인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반가웠죠. 인간적인 면모도 있고, 연민할 수 있는 캐릭터잖아요. 사실 중대원 4인방 중에 제가 도전할만한 캐릭터는 치수 밖에 없었어요(웃음). 30대의 나이에, 약간 험악하고 비호감인 표치수를 보고 '이거다' 싶었죠. 검증이 안 된 배우에게 모험을 해준 것 같아 감사해요."

자신에게 온 기회를 잘 해내고 싶었다. 한 달전부터 북한 사투리를 연습하고, 촬영장에서는 민낯으로 연기했다.

"눈앞의 흉터를 만든 것 빼고는 메이크업도 일부러 안 했어요. 처음에 촬영할 때는 최전방 부대원이라 태닝을 했는데, 남한으로 올 때쯤에는 태닝을 중단하기도 했어요. 주변의 색과 맞추기 위해서 톤 조절을 했죠."

"북한말 자문 선생님이 있었어요. 2015년에 뮤지컬에서 인민군 역을 맡았을 때 북한 말 선생님이었는데, 또 만나게 됐죠. 대본이 나오면 늘 녹음을 해줬는데, 북한말을 입에 붙인 다음에는 '마음대로 하라'고 자유를 주더라고요. 표치수에 맞게, 은동이에 맞게 각각 맞춤식으로 가르쳐줬어요. 선생님이 북한 장교 출신이라 북한 군인의 마인드나 자세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는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됐죠."

양경원에게 가장 기억이 남는 장면을 묻자 세리(손예진 분)를 조철강(오만석 분)으로부터 지키고자 하는 의사를 중대장 리정혁(현빈 분)에게 전달하는 신을 꼽았다. 표치수의 긴 대사를 그 자리에서 줄줄 읊어대는 모습에 놀라자 "대사를 생각해서 연기하면 글자 밖에 안 보인다. 내가 활자로 전달하면, 보는 사람들도 활자로밖에 안된다"라며 표치수의 상황 그 자체를 생각해 연기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신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라며 현빈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발음을 신경 썼더니 치수로서 중대장에게 전달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았어요. 현빈 씨가 그걸 알아채고 '다시 한 번 찍으면 되지'라고 했어요. '조명이 바뀌었다. 다시 한 번 더 가야하지 않겠나'라고 핑계를 대면서 분위기를 만들어줬고, 그래서 치수의 마음이 중대장에게 잘 전달된 신이 만들어졌어요. 대사를 하고 난 뒤 현빈 씨가 엄지를 척 해주는데, '저 사람은 왜 이렇게 멋진거지?'라고 했어요. 비주얼도 멋지지만 배려심이 엄청 나요. 남자인 제가 심쿵을 다 했죠(웃음)."

우애가 남달랐던 5중대원(유수빈, 이신영, 탕준상)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5중대원 배우 중 가장 맏형이었던 양경원은 5중대원 이야기에 "너무 좋고 귀여운 동생들"이라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 친구들과 따로 시간도 보내고 이야기도 나눴고, 호응도 잘 해줬어요. 언제 또 이런 동생들과 관계성을 갖고 작품을 할까. 감사한 시간이었요. 드라마에서도 알게 모르게 그런 기운들이 보여져요. 촬영할 때 사춘기 소년들처럼 눈만 마주 쳐도 웃었어요. 웃느라 NG가 나기도 했어요."

양경원은 "'나는 상대를 잘 만나야 하는구나' 생각했다. 모든 상대를 잘 만나서 잘 얹혀갔던 것 같다. 표치수는 혼자 뭘 하는 것보다,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느냐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들이 다 만들어준 것 같다. 크게 한 건 없었다"라며 함께 한 배우들에 고마움을 드러냈다.

'사랑의 불시착'으로 큰 인기를 얻고 얼굴을 알렸지만, 양경원은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다.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건축 설계 일을 하던 그는 27세에 극단에 들어갔다. 그가 속한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는 이희준, 진선규 등을 배출한 극단으로 유명하다. 동료 배우들을 보며 "연기를 너무 못하는 것 같다"는 마음에 작아지기도 했던 순간들도 있었다.

"지금의 극단을 만나고 나서 먼지가 되어 사라질 것만 같았어요. 제가 연기를 너무 못해서요. 저희 극단 그 어느 누고도 저를 포기하지 않아서 지금의 제가 있지만, '나 이렇게까지 연기를 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죠. 연습 때 제가 대사 한마디를 하면 다들 코멘트를 하느라 스톱된 적도 있었어요. 그 때 '나라는 배우가 못나게 느껴졌지만, 그만 해야지'라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다행히 사고가 부정적이지 않아서요."

극단 소속 배우였던 이희준과 진선규 이야기가 나오자 "먼저 좋은 행보를 걸어줘서 저는 그 발자국을 따라가기만 해도 잘 가는 거다. 보폭을 넓게, 깊숙이 가기도 해야지만 열심히 따라가고 있다"고 웃었다.

2010년 '브로드웨이 42번가'로 데뷔한 양경원은 다양한 연극 무대에 섰다. 간간히 드라마에서 단역을 했던 그는 지난해 '아스달 연대기'에서 처음으로 이름 있는 배역을 맡았고, 표치수로 얼굴을 알렸다. 앞으로 제2의, 제3의 표치수 같은, 생명력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이 그의 꿈이다.

"내 배역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양경원이라는 이름이 드러나는 것보다 표치수가 사랑을 받아 더 반갑고 감사해요. 저의 캐릭터를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오래오래 그들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회자되었으면 합니다."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mycuzmy@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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