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자. 살아내자. 살아야 한다. 이를 악물고 또 그렇게 하루를 사는 우리의 하류인생에 보내는 선물상자같은 영화 '귀여워'. 고된 삶을 사는 주변부 인생이 느끼는 찰나의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이들의 슬픔을 감싸 안는 측은지심이 영화 안에 녹아 있다.
김수현 감독은 장편 데뷔작임에도 정말 그럴 듯한 영화를 뽑아냈다. 그가 선보이는 영화 테크닉들과 영상 이미지, 그리고 직접 쓴 시나리오의 맛깔스러움은 칭찬받을 만 하다. 의외의 자리에 배우를 배치하는 힘, 배우의 가려진 역량을 이끌어내는 연출력도 영화 곳곳에 묻어난다.
많은 남자 감독들이 여성을 통해 남자의 상처를 치유받고자 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모순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 고결한 성녀의 모습이거나 어머니의 모습 때로는 창녀의 형태로 어느 한 면만을 왜곡시켜 보여줄 뿐이었다.

그러나 '귀여워'의 4명의 남자를 보듬는 '순이'는 정말 남자들을 귀여워한다. 성녀인지 악녀인지 알 수 없는 여자 순이. 너무 헤픈 듯 보이지만 실제로 순이가 성관계를 갖는 장면은 한번만 보여준다. 상상에 이어지는 해답을 내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발랄하고 사랑스럽고 표독스러운, 우리의 첫사랑 순이. 영화를 통해 관객은 순이를 사랑하는 남자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영화는 유쾌하고 독특하고 서글프고 특별하다. 폐허 속에 서 있음에도 축제에 와 있는 듯한 흥분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작품이다.
어느날 집에 순이가 찾아온다면 그의 방식대로 신명나게 놀고 싶다. 글라스에 소주를 따라 마시고, 볼에 연지를 발갛게 바르고, 뻥튀기를 튀기며 놀고 싶다. 무료하고 심심한 인생에 순이는 언제나 들러 줄까. 순이야 노~올~자. 26일 개봉. 18세 관람가. 튜브픽처스 제작.
조이뉴스24 /정명화 기자 som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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