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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여파에 싱숭생숭한 재계…연말 인사서 칼바람 불까


실적 악화에 높아진 경영 불확실성 속 조기 인사로 내년 대비 나서는 곳 많아져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각 사]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주요 그룹들의 연말 인사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국내외 경기 부진, 미·중 갈등 격화 등에 따른 경영 환경이 내년에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인사 시기를 가급적 앞당겨 미리 조직을 안정화시키고, 폭도 확대해 '세대교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가장 먼저 인적 쇄신에 나서 곳은 지난 8월 깜짝 인사를 발표한 롯데그룹이다. 매년 12월께 인사를 단행했던 롯데그룹은 올해 창립 이래 사상 처음으로 8월 인사를 전격 단행하면서 재계에 높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신동빈의 남자'로 불리며 그룹 내 2인자 역할을 했던 황각규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전격 퇴진하고, 롯데지주 대표 후임으로 이동우 사장이 선임되면서 큰 변화를 예고했다.

또 롯데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롯데지주는 빠른 속도로 몸집을 줄이고 있다. 이에 올해 6월 말 173명이던 임직원 수는 9월에 140여 명으로 감소했고, 올해 말 100여 명 수준까지 줄어들 예정이다. 특히 핵심 부서였던 경영전략실에서만 20여 명이 외부로 전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의 극심한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롯데지주에 묻는 성격이 강한 조치"라며 "롯데가 이전보다 조금 이른 11월에도 큰 폭의 추가 사장단 인사에 나서면서 사업 재편 등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 [사진=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 [사진=롯데지주]

한화도 지난달 28일 그룹 수뇌부를 교체하며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을 사장으로 승진키며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알렸다. 본격 3세 경영 시대를 맞은 한화그룹은 '김동관 사장 경영 체제' 원년임을 공표하며 한화 글로벌·방산 부문, 한화정밀기계, 한화디펜스 등 10개 계열사 대표 인사를 단행, 40대 대표를 2명 발탁해 눈길을 끌었다. 재계에선 큰 폭의 세대 교체가 이뤄진 만큼 이달 말까지 상당한 규모의 후속 임원 승진 인사가 단행될 것이란 것으로 예상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매년 12월 1일 있었던 정기 인사를 두 달가량 앞당겨 지난 15일 이마트 부문만 발표했다. 이번 인사로 이마트 부문 13개 대표 중 절반에 가까운 6개사 대표가 교체됐으며, 이 중 4명은 외부 출신으로 선임됐다. 12월 초에 있을 백화점 부문 정기 인사 역시 폭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사진=신세계그룹]
(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사진=신세계그룹]

이처럼 일부 그룹들이 정기 인사 시기를 속속 앞당기면서 조직에 큰 폭의 변화를 주자 재계의 분위기는 상당히 얼어붙은 모습이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국내 주요 그룹들의 경영 환경이 불확실해진 탓에 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불안감도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의 연말 인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리스크 등과 맞물려 정기 인사를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오히려 이 때문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내 사장단 인사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불법 승계',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등 두 개의 재판과 연루돼 있어 앞으로 향후 경영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두고 삼성 주요 계열사 현직 경영진까지 대거 재판에 휘말리면서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기소된 11명의 삼성 전·현직 임원 중 이 부회장과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현직이다. 김용관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 이왕익 부사장, 김종중 삼성바이오로직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나머지 부사장급 이하 임원들도 현재 재직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모두 주요 계열사에서 핵심 업무를 맡고 있는 이들인 만큼 재판이 본격화되면 업무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라며 "삼성이 업무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 정기임원 인사에서 재판을 받게 된 임원 상당수를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이 부회장이 동시에 두 개의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 만큼 연내 제대로 인사가 가능하겠느냐는 전망도 있다. 지난해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 발이 묶이면서 통상 12월 초 에 했던 사장단 인사를 약 한 달 가량 미뤄 올해 초 진행했다는 점에 근거해서다.

또 일각에선 올해 초 단행된 인사에서 대표이사 3명을 2년 연속 모두 유임시키며 변화보다는 안정을 꾀한 만큼, 이 부회장이 이번에는 세대교체를 통해 변화를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사진=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정의선 회장의 공식 취임으로 이르면 다음 달부터 임원급 후속 인사를 단행하며 상당한 변화를 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18년 정 회장이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을 당시의 인사 패턴을 고려하면 이르면 한 달 안에 임원급 인사, 연말께는 부회장급을 포함한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GV80, 코나EV 등 리콜 사태에 따른 후속 조치로 품질 및 R&D 관련 인사부터 대대적으로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몽구 명예회장과 손발을 맞춰 왔던 인물 대신 정 회장 본인의 비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인물들로 대거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SK그룹은 올해도 예년과 비슷한 시점인 12월 초·중반께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선 지난 21일부터 2박 3일간 제주에서 SK그룹 최고 경영진들과 CEO 세미나를 가진 최태원 회장이 이번에 논의했던 내년 경영전략에 따라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또 차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의 적임자로 최 회장이 급부상한 만큼 이를 수락할 지에 대한 여부와 SK텔레콤 사업부 분사 추진,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관련 비자금 의혹 수사 등이 변수로 작용하면서 일부 핵심 경영진의 교체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LG생활건강을 시작으로 한 달간 각 사업부문별 사업보고회를 진행하는 LG그룹은 예년처럼 11월 말께 정기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LG화학에서 배터리 부문을 물적분할한 LG에너지솔루션(가칭)이 오는 12월 출범할 예정이기 때문에 관련 인사와 맞물려 인사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LG는 이달 초 임원 승진 후보자 면접을 실시한 상태다.

하지만 재계에선 취임 3년차를 맞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기존 5명 체제를 유지하면서 젊은 인재를 등용하는 안정 기조를 지속하며 '코로나19' 등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에 대비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조성우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조성우 기자]

이 외에 올해 사업 부문별 부침이 비교적 컸던 CJ그룹도 이르면 이번주 안에 정기 임원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미국 자회사인 슈완스컴퍼니 미디미트리오스 스미르니오스 최고경영자(CEO)를 지난 23일 CJ푸드 아메리카 CEO로 선임하며 이미 정기 인사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CJ그룹은 통상 12월께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했으나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정을 앞당길 것으로 알려졌다. 승진자 규모는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이며, 지난해부터 이어온 비상경영을 고려해 대폭적인 변화보다 안정에 방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이번 인사를 통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씨가 업무 복귀와 동시에 종전 부장 직위에서 상무로 승진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각 그룹별로 포스트 또는 위드 코로나를 준비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조직 개편이나 고위급 임원 인사가 나올 수도 있다"며 "일부 그룹에선 인적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해 젊은 임원을 대거 발탁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코로나 사태로 인해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연말에 인사를 내면 내년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각 그룹들이 올해는 인사 시기를 서두르는 모습"이라며 "이번에 대내외 경영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인사와 조직 개편 등으로 분위기 쇄신에 나서려는 기업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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