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라임 사태·금소법에…사모펀드, 시중은행서 자취 감추나


은행권 사모펀드 잔액 20조원대 깨져…개인 고객 대상 판매 비중도 18%대

시중은행 영업 창구에서 고객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요즘 사모펀드 찾는 고객은 거의 없어요. 부정적 이미지가 워낙 강하다보니 은행들도 조심스러운 모습입니다. 수익성이 확실한 상품이 나오지 않는한,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반전될 것 같진 않아요" (시중은행 프라이빗 뱅커)

파생결합상품·라임·옵티머스 등 잇따른 펀드 사태로 시중은행의 사모펀드 판매량이 뚝 떨어졌다. 고객 수요도 예전만큼 높지 않은데다, 은행들도 좀처럼 수탁 계약을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여기에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판매 규제가 더 강화된 만큼, 펀드 사태 이전의 판매량을 회복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 은행권 사모펀드 설정 규모는 18조3천245억원으로 집계됐다.

◆ 라임·DLF 컸다…고객도 은행도 "안 찾고 안 팔아요"

은행권 사모펀드 잔액은 지난 2019년 7월 29조51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해 10월엔 26억6천572억원, 이듬해 6월엔 21조8천667억원으로 떨어졌다. 급기야 지난해 말엔 18조4천294억원으로 20조원대가 깨졌다. 은행권 사모펀드 잔액이 20조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 2017년 4월말 이후 처음이다.

계기는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였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고금리를 가져다주는 펀드 상품으로 수요가 몰렸는데, 마침 독일 등 주요국의 국채금리가 급락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DLF의 수익률도 급락했다. 여기에 은행들의 불완전 판매까지 드러났다.

비슷한 시기 라임 사태도 터졌다. DLF 때와 마찬가지로 원금 보장을 원하는 고령의 투자자에게 라임이라는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거나, 투자 등급을 임의로 기재하는 등 불완전 판매 사례가 속속 드러나면서 '금융권 맏이' 체면을 구겼다. 이밖에도 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의 사모펀드 사태도 속출했다.

펀드 사태 이후 사모펀드에 대한 현장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 뱅커(PB)는 "워낙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보니 요즘은 고객들이 사모펀드를 그렇게 많이 찾지 않고, 은행들도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라며 "몇몇 사모펀드 사태 영향이 너무 컸다"라고 전했다. 이어 "지난 해부터 줄곧 이러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수치가 이 같은 분위기를 증명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6월말 기준 은행권의 개인 고객 대상 사모펀드 판매 비중은 전체의 38.51%였는데, 지난 해 6월엔 23.61%, 지난 2월 말엔 18.88%까지 떨어졌다.

◆ 리스크는 크고 수수료는 적고…은행, 수탁 거부 속출

공급 상황도 좋지 않다. 자산운용사가 사모펀드를 설정하려면 은행들이 수탁 업무를 맡아줘야 하는데, 각종 펀드사태로 리스크가 커지면서 은행들이 이를 거부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어서다. 리스크는 큰 반면, 수수료 수익은 크지 않아 은행들이 나설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6월 말 기준 은행권의 수탁 펀드 수는 7천548개에서 지난 2월말 6천258개로 감소했다.

지난 달 24일엔 은행 등 수탁기관의 사모펀드 감시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까지 본회의를 통과돼 이 같은 분위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법안에 따르면 수탁기관은 펀드 운용지시의 법령·규약·설명서 준수 여부를 감시하고, 불합리한 운용지시가 있는 경우 시정요구를 해야 한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은행의 상품 심사도 엄격해져서 비집고 들어갈 데가 없는 상황이라 사모펀드의 리테일 판매는 거의 막혔다고 보면 된다"라며 "수탁사가 계약을 안 해주기 때문에 사모펀드 설정 자체가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탁사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수탁회사들이 비용을 올릴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지난 달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은행에서의 사모펀드 판매는 더 어려워졌다. 적합성·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준수, 불공정영업행위·부당권유행위 및 허위·과장광고 금지 등 6대 판매 규제가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된다.

이를 어겼을 시 징벌적 과징금과 함께 최대 1억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밖에도 ▲일정 기간 내 금융상품 계약을 자유롭게 철회할 수 있도록 하는 '청약철회권' ▲금융회사의 위법행위가 발견될 경우 별도의 비용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위법계약해지권'도 신설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의 파장이 워낙 컸다보니 이젠 은행들도 안정적인 자산 위주로, 명확한 상품을 판매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라며 "부동산의 경우 대형 건물이나 물류창고가 될 수 있겠지만, 좀처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해 11월 사모펀드 판매를 재개하면서 내부 재정비와 판매 기준을 재설정 했는데, 그중 하나가 '실재성 확인'이다. 그간 문제가 됐던 사모펀드들은 복잡한 구조 때문에 자산의 실재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였는데, 하나은행은 그 실재성을 파악할 수 있는 상품만 판매하기로 했다.

/서상혁 기자(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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