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法] ‘방탄소년단’이 주는 자부심, ‘방탄국회’가 주는 부끄러움


[아이뉴스24 이숙종 기자] 이제는 전세계적 수퍼스타이자 케이팝의 선두주자로 인정받는 BTS가 처음 데뷔했을 때 ‘방탄소년단’이라는 팀명에 사뭇 놀랐던 기억이 있다. "총알을 막아내듯, 10대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힘든 일, 편견과 억압을 막아내겠다“는 심오한 뜻이 담겼다지만, 그 의미의 깊이보단 기존 아이돌 그룹과는 다른 방식의 팀명에서 생소한 느낌을 더 크게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현재 글로벌 스타로 팝시장에 군림하며 케이팝의 세계화에 앞장선 그들을 보면 이제는 ‘방탄소년단’이라는 명칭이 되레 친숙하고 자랑스럽기까지 하니, 사람 마음이 참으로 간사하다 싶다.

반면 대한민국에는 ‘방탄소년단’의 등장 이전, 무언가를 막아낸다는 의미에 있어서는 ‘방탄소년단’과 유사하지만 그 취지와 느낌은 전혀 다른 소위 ‘방탄국회’가 있다.

국회의원은 헌법 제44조에 따라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하고, 만일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경우라도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 이러한 불체포특권은 과거 영국에서 현역의원들을 체포·구금하려 했던 제임스1세 때문에 그 시초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오늘날에도 여전히 행정부(주로 독재정권)에 의해 의회가 불법적 억압이나 부당한 간섭을 당할 우려가 존재하므로, 의회의 정상적 기능을 보호하고 대의제를 유지하기 위하여 개별 국회의원의 신체의 자유를 두텁게 보장할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위에서 본 대로 회기 중이라도 수사를 위하여 의원을 체포하거나 구금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국회법은 현역의원의 체포·구금을 위한 동의절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관할법원의 판사는 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체포동의 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하여야 하며, 정부(법무부)는 이를 수리한 후 지체 없이 그 사본을 첨부하여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청하여야 한다. 국회의장은 정부로부터 위 체포동의를 요청받으면 이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이를 보고하고, 체포동의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느 국회의원이 범죄의 혐의를 받으면 그 소속정당이 임시회를 소집하는 경우를 자주 보아왔다. 적어도 현행범이 아닌 한 일단 회기 중이어야 국회의 동의 절차가 요구되고, 그에 따라 본회의에서 정부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그 동안의 경험상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당해 국회의원의 인신구속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불체포특권이 수사 및 소추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피의자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수사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동료들의 지원 속에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마당에 해당 의원이 자진 출석할 가능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과거와 달리 정부가 의회를 대놓고 탄압하기 어려운 오늘날의 상황 속에서 이렇듯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 개인의 일탈이나 비위를 감추고 단기적인 당리를 추구하는 데에 악용되기 십상인 것이다.

28일 현역인 이상직 의원이 전주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되었다. 약 열흘 전 국회에서 그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것은 역대 15번째이자 제21대 국회에서만 벌서 두 번째라 하는데, 이상직 의원에 대한 이번 표결 결과만 보더라도(출석의원 255명 중 찬성 206표, 반대 38표, 기권 11표) 이제는 무턱대고 동료의원을 감싸기만 하려는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찬성한 의원들 저마다의 속내와 계산은 천차만별이겠지만 민망함을 넘어 분노까지 자아내던 과거의 ‘방탄국회’가 사라진 것은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일단은 그저 반갑기만 하다. 사람 마음이 참으로 간사하다. 여야 간 끝없이 펼쳐지는 원색적 비방과 발목잡기 등으로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다가도, 우리 대한민국이 정치에서도 곧 누구나 인정하는 일류로 거듭날 수 있겠다는 기대까지 품게 되니 말이다.

/남현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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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식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형사전문 변호사로 현재 법률사무소 삼흥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천안=이숙종 기자(dltnrwh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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