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法] 범죄자 풀어주는 ‘고도의 정치적 결단’, 특별사면에 대하여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27일 주요 경제단체장 공동 명의로 ‘이재용 부회장 사면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이에 앞서 박형준 부산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도 같은달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가진 오찬자리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각계각층에서 빗발치는 사면요구를 비롯하여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둘러싼 특별사면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4주년 특별연설 도중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면서 판단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사면은 ‘특정 범죄’에 대하여 소송법상의 절차에 의하지 않고서 형 선고 효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소멸시키거나 형의 선고를 받지 않는 자에 대하여는 공소권을 소멸시키는 일반사면과 ‘특정 범죄자’에 대하여 형의 집행을 면제하거나 유죄선고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특별사면(소위 대통령 특사라고도 한다)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79조에서 사면과 관련한 그 구체적인 내용을 법률에 위임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특별사면의 경우 사면법 상 특별사면의 대상, 기준, 한계 등에 관한 실체적 요건과 제한을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아 특별사면권의 남용 가능성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사면권은 본래 군주시대 국왕의 은사제도(恩賜制度)에서 유래한 것으로서 영국의 헨리 7세 때부터 의회가 관여할 수 없는 군주의 특권으로 보통법상 인정되었다가 1787년 미연방헌법에서 최초로 성문화된 후 각국 헌법상의 제도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위와 같은 배경에 따라 오늘날에도 대통령의 사면권은 국가원수의 지위에서 행하는 사법상 은전조치이자 대통령의 고유권한 내지는 특권에 해당된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사면권이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통치행위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우리 헌법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법치주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특히 미국이나 일본 등 외국의 특별사면제도를 살펴보면 살인죄와 같은 중범죄의 사면을 금지하거나 정치적 중립성 유지를 위해 동일 정당에 속한 자의 수를 제한하는 등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제한을 설정하고 있어 우리 사면법 역시 대통령의 권한을 사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특별사면이 시행된 이후에도 정례적으로 평가보고서를 작성·활용하는 방안을 제도화하는 등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대한 사후통제방안 역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위 보고서의 내용은 단순히 해당 특별사면 전후 시점의 여론조사 등 단편적인 조사결과에 그쳐서는 안 되며, 해당 특별사면이 미치는 영향을 장기적이고도 입체적인 방법으로 평가·분석하여 실제로 국민대통합이나 경제발전 등에 기여했는지 여부를 실증해야 할 것이다.

전직 대통령들과 국내 최대 기업의 총수로 이어지는 특별사면 논란에 대하여 대통령은 어떠한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통해 특별 사면권을 행사할지 그리고 그 대상은 누구일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고도의 정치적 결단’은 반드시 그와 상응하는 정치적 심판을 받게 될 것이므로 그 결정은 신중할 수밖에 없고 어떠한 결정을 하든 사회적 파장은 당연할 것이다. 다만, 모든 정치적 결단은 국민 여론의 행방과 그 수렴 과정을 거치므로 사면법상 특별 사면의 기준이 부재하다 하여 대통령의 자의적 판단으로 특별사면이 이루어 질 가능성은 없다.

결국, 사면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 내지 특권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그 힘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국민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 역시 소모적이고 일방적인 주장은 접어두고 특별 사면에 대한 발전적 논의와 소통을 통해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에 올바른 잣대를 제시할 필요가 있겠다.

/복성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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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성필 변호사는?

국민대학교 산학멘토위원으로 현재 법률사무소 삼흥 구성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숙종 기자(dltnrwh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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