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상반기결산] ① 아카데미 뒤집어놓은 '원더풀 윤여정'


윤여정, 韓 배우 최초 오스카 수상…전도연·이병헌·송혜교 "자랑스러워"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2021년 시작부터 6월 현재까지, 연예계는 바빴고 또 소란스러웠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는 스타들의 사건·사고·논란들로 연일 뜨거웠다. 대중의 축복을 받은 스타들의 열애와 결혼, 안타까운 결별과 이혼도 이어졌다.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에도 K콘텐츠들은 새로운 활로를 찾았고, K팝과 영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2021년 상반기 연예계를 장식한 연예계 10대 뉴스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원더풀 윤여정!"

그야말로 아카데미를 뒤집어놓은 윤여정이다. 전세계 영화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싹쓸이한 윤여정은 이변없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계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어 윤여정이 남긴 특별한 행보는 한국을 넘어 전세계를 열광시켰다. 수상소감부터 의상까지, 윤여정의 모든 것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럼에도 윤여정은 "오스카에서 상을 받았다고 해서 내가 '김여정'이 되는 건 아니"라며 최고가 아닌 최중이 되어 살던대로 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 오스카까지 석권, 찬란하게 빛난 56년 연기 인생

배우 윤여정이 26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LA 시내 유니온 스테이션과 돌비 극장에서 개최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윤여정은 지난 4월 26일 미국 LA 시내의 유니온 스테이션에서 진행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미나리'는 재미교포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실화를 담은 영화로, 미국 아칸소로 이민 온 한국 가족이 겪는 인생 이야기를 그렸다. 윤여정은 딸 모니카(한예리 분)를 돕기 위해 아칸소로 온 할머니 순자 역을 맡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했다.

102년 한국 영화 역사상 오스카에서 한국 배우가 연기상을 받는 것은 최초이며, 영어 대사가 아닌 연기로 오스카 연기상을 받는 여섯 번째 배우가 됐다. 또한 아시아 배우로는 1957년 영화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64년 만에 두 번째 수상자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또 오스카 수상을 포함해 영국 아카데미(BAFTA), 미국 배우 조합상(SAG), 미국 독립영화상 등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총 42관왕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오스카에서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과 감독상 등 총 4개 부문 수상의 영광을 안은 것에 이어 윤여정이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국내 영화인들 역시 큰 기쁨을 드러냈다.

'화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 함께 출연한 바 있는 전도연은 "모두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수상소식"이라며 "축하드린다는 말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진심을 담아 온 마음으로 축하드리며 큰 기쁨을 마음껏 누리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이어 "선생님 멋지고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선생님의 앞날에 꽃길만 가득하시길 바란다"라고 진심 어린 축하의 말을 건넸다.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고 기자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 박서준은 "'윤스테이'를 함께할 때에도 선생님은 늘 존경스러운 분이셨다. '미나리' 촬영장에서의 선생님도 다르지 않으셨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영화 속 순자 할머니가 더 애틋하기도, 사랑스럽기도 했던 것 같다"라며 "오스카 수상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건강하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이서진은 "이미 여러번 말했듯이 나는 이미 선생님이 이 상을 꼭 타실거라 생각했고 그래서 지난번 뵈었을 때 선생님은 김칫국을 마신다고 뭐라 하셨지만 축하 인사도 직접 건넸다"라며 "건강하게 귀국하시면 만나서 선생님이 즐기시는 화이트 와인과 모델되신 맥주 취할 때까지 같이 마실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겠다"고 기뻐했다.

이승기는 "이번 수상은 개인적으로도 영광이시겠지만 한국 배우들에게도 너무 큰 영광으로 큰 획을 그어주셨다. 예전에 작품을 같이 하면서 호흡을 맞출 수 있었던 것도 새삼 영광스럽고 우리 후배들에게 위대한 족적을 남겨줘서 큰 힘이 될 것 같다"라며 "아카데미라고 하면 막연히 외국 배우들을 위한 시상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한국 배우가, 그것도 이렇게 가까운 윤여정 선생님이 그 무대에서 수상하시게 돼 너무 설레고 기쁘다"라고 진심어린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이 외에도 정유미, 최우식, 박정민, 이성민, 이병헌, 김혜수, 송혜교 등 수많은 후배 배우들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을 축하했다.

◆ 한국 넘어 해외에서도 열광, 특별한 윤여정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사진=아카데미 시상식]

아카데미 이전부터 권위를 벗어난 유머러스한 소감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윤여정은 오스카 수상 직후 특유의 위트가 묻어나는 수상 소감으로 또 한번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윤여정은 여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선 배우 브래드 피트가 자신을 호명하자 무대에 올라 "브래드 피트, 드디어 우리 만났다. 우리가 촬영할 땐 어디 계셨나? 만나서 정말 영광"이라고 반가움을 드러냈다. 브래드 피트는 '미나리'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또 윤여정은 "아시다시피 저는 한국에서 왔고 제 이름은 윤여정이다. 유럽인들 대부분은 저를 '여영'이나 또는 '유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오늘만큼은 여러분 모두를 용서하겠다"라며 재치있게 소감을 시작했다. 이어 "저는 경쟁을 싫어한다.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를 이기겠나. 저는 그녀의 영화를 수없이 많이 봤다. 5명 후보가 모두 각자 다른 영화에서의 수상자다. 우리는 각자 다른 역을 연기했고, 우리끼리 경쟁할 순 없다. 오늘 제가 여기에 있는 것은 단지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다. 한국 배우에 대한 손님맞이가 친절하다"라고 겸손한 소감으로 시상식을 빛냈다.

1971년 스크린 데뷔작 '화녀'의 고(故) 김기영 감독에게 상을 바치고 싶다고 말한 윤여정은 "아주 천재적인 분이셨고 제 데뷔작을 함께 했다. 살아계셨다면 아주 기뻐하셨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고 김기영 감독은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고, '화녀'는 국내에서 재개봉되기도 했다. 또고 김기영 감독의 유작이자 과거 윤여정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죽어도 좋은 경험'도 7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외신 반응 역시 뜨거웠다. 로이터는 "윤여정이 수십 년간 한국 영화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주로 재치 있으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큰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호평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런 챔피언이라니"라며 윤여정의 수상 장면이 판에 박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윤여정의 수상 소감에 경의를 표하며 환호했다.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도 윤여정은 "다들 브래드 피트가 어땠느냐고만 물어본다"라며 "저는 미국 사람들 말 잘 안 믿는다. 단어가 화려하지 않나. 저는 늙어서 그런지 남의 말에 잘 안 넘어간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계획은 없다. 저 살던대로 살 생각이다. 오스카 수상을 했다고 해서 제가 '김여정'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남에게 민폐 끼치는 건 싫어서 민폐되지 않을 때까지 이 일을 하다가 죽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라고 밝혔다. 또 국민들의 성원이 감사하면서도 운동선수가 된 기분이었다며 "처음 받는 스트레스였고 즐겁지 않았다"라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배우 윤여정이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사진=뉴시스]

"브래드 피트에게서 어떤 냄새가 났나"라는 무례한 질문을 한 외신 기자에게는 "나는 그의 냄새를 맡지 않았다. 난 개가 아니다"라는 뼈 있는 말을 하기도. 이어 "그는 나에게도 무비 스타이기 때문에 믿기지 않았다"며 "그 순간이 '블랙 아웃' 됐다. '내가 어딨지?' '잘 말하고 있나?' 하고 내 친구에게 계속 물어보았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NBC 방송 아시안 아메리카와의 인터뷰에서는 "미국에서 어떤 프로젝트가 제안이 왔을 때, 한국 분들은 제가 할리우드를 동경해서 한다고 생각하지만 전 할리우드를 동경하지 않는다"라며 "제가 미국에 계속 오는 이유는 미국에서 일을 하면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아들을 한 번 더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제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윤여정의 특별한 행보는 의상에서도 드러났다. 윤여정에게 '옷을 입어달라'며 몰려든 의상만 250벌이 넘었지만, 화려한 것에 관심이 없던 윤여정은 "난 공주아 아니다. 난 나답게, 내 나이로 보이고 싶다"고 말하며 이를 다 물리쳤다고. 그리고 수수하면서도 우아한 매력이 드러나는 드레스를 선택했다. 미국 패션지 보그는 윤여정을 베스트 드레서로 선정했다.

또 시상식 이후 포착된 사진 속 윤여정은 드레스 위에 공항점퍼를 매치해 큰 화제를 모았다. 윤여정은 귀국 당시에도 이 공항점퍼를 입고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윤여정은 귀국 전 소속사를 통해 "여우조연상 수상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고, 여전히 설레고 떨린다. 무엇보다 같이 기뻐해주고 응원해준 많은 분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아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덕분에 수상의 기쁨이 배가 되고, 하루하루 정말 행복했다"라고 각별한 마음을 고백했다.

이런 윤여정에 '미나리' 역시 수혜를 얻었다.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 이후 역주행을 일으킨 '미나리'는 국내 누적관객수 113만1237명을 기록했다. 여기에 앞으로도 계속될 윤여정의 연기 행보 역시 세계적인 관심을 얻고 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