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法] 대가 없는 헌신, 장기(臟器)기증


얼마전 뇌출혈로 쓰러진 어느 40대 여성이 뇌사판정을 받고 가족들의 장기기증 의사에 따라 심장, 간장, 신장, 각막 등을 기증하고 사망하였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뇌사자가 자신의 장기를 제공하여 여러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은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현재 장기이식은 면역억제제, 마취술, 수술 수기 등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말초기관뿐 아니라 생명의 중추를 담당하는 복잡하고 예민한 주요기관까지도 이식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앞으로도 장기이식에 관한 기술적인 부분은 점점 한계를 극복해 나갈 것으로 보이나, 여기에 항상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닐 게다. 윤리적인 문제나 적지 않은 현실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수많은 영화 속에서, 그리고 현실에서의 다양한 괴담 형태로 쉽게 접할 수 있듯이, 장기 밀매가 심심치 않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자발적으로 장기를 제공하는 경우도 이를 매매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느냐는 상당한 화두가 될 것일진대, 하물며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장기를 적출당하는 경우라면 이는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범죄에 해당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전 재산을 바쳐서라도 반드시 지키고 싶은 것이 목숨인지라 누군가에게는 그러한 윤리적인 문제는 별 고민거리조차 안 되거나, 그 성격상 큰 규모의 금전이 오갈 수밖에 없는 일이기에 검은 유혹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이나 집단이 반드시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된다.

공식적으로는 1999년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현재까지 시행 중이다. 위 법은 장기를 제공하는 사람을 ‘장기등기증자’로, 장래 장기를 기증할 의사를 표시한 사람을 ‘장기등기증희망자’로 구별하고 있는데, 장기등기증자가 살아있는 사람일 경우는 본인의, 그리고 뇌사자 또는 사망한 자라면 그 가족 또는 유족의 각 동의를 갖추어 등록기관에 등록을 해야 하고, 이때 등록기관의 장은 신체검사를 통해 장기등기증자로 적합한지 여부를 확인한 후 등록 여부를 결정한다.

장기등기증희망자는 자신이 장래 뇌사 또는 사망할 때 장기등을 기증하려는 의사를 미리 밝히는 것이므로(단 말초혈 또는 골수를 기증하려는 경우에는 살아있을 때를 포함한다) 등록기관에 장기등기증희망등록신청을 하면 별도의 신체검사 없이 본인 동의 여부만 확인하게 된다.

이들이 한 기증에 관한 의사표시는 언제든 철회 가능하고 위 의사가 철회되면 그 등록은 말소된다.

살아있는 사람의 장기등은 당연히 본인이 동의한 경우에만 적출 할 수 있다. 뇌사자나 사망한 자의 장기등은 당사자가 뇌사 또는 사망하기 전에 이미 동의의사를 밝힌 경우에 해당하여야 하고, 만일 그 전에 본인이 동의하거나 반대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그 가족 또는 유족이 동의하여야 장기등의 적출이 가능하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본인이 살아있거나 아예 죽은 경우라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나, 뇌사에 빠진 경우라면, 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의 장기 적출에 동의하였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모든 고민은 가족들이 떠안게 된다. 뇌사는 엄밀히 사망이 아니기에 함부로 장기등을 적출하기에는 거부감이 들고,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소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장기등이식대기자들의 절박함을 마냥 외면하는 것도 왠지 무책임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최근 장기이식학회 등이 발표한 통계를 보면 장기기증을 받지 못하여 사망하는 사례가 하루 6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우리 사회에 장기기증의 수요와 필요를 잘 드러내고 있는 수치라고 생각된다. 한 사람의 헌신으로 여러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장기기증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사회가 인식하고 있다면 그 중대한 결심을 내린 기증자 또는 그 가족의 마음을 이제는 법과 제도가 헤아려 줄 때가 왔다. 기증자에 대한 제대로 된 사회 지원과 기증자 유가족들에 대한 예우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야 할 시기다.

/남현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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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식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형사전문 변호사로 현재 법률사무소 삼흥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천안=이숙종 기자(dltnrwh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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