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 "자학하지 않겠다"는 박정민, '지옥'에 담은 진심


(인터뷰)배우 박정민 "'지옥' 좋아 참여, 다양한 해석 가능한 작품"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박정민은 스스로를 '염세주의'라고 말하곤 했다. 물론 지금도 그런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인터뷰 때까진 그랬다. 본인의 재능에 대해선 더 그랬다.

학창시절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를 잘했고, 그걸 다 버리고 연기를 시작할 정도의 결단력도 있으며, 지금은 대중들의 인정은 물론 시상식에서 수상도 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심지어 글까지 잘 쓰고, 위트가 넘친다. '뭐 이렇게 잘하는 게 많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지만 정작 본인 스스로에게는 냉정하기만 하다. 겸손도 정도가 있어야 하건만, 그렇지 못한 박정민이다.

배우 박정민이 넷플릭스 '지옥'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그랬던 그가 달라졌다. 영화 '기적' 인터뷰 당시 데뷔 10년을 돌아보며 "많은 감정의 요동이 있었다. 예전에는 많은 후회를 하고, 알 수 없는 반성들을 많이 했다. 하지만 최근엔 그러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라고 말했다. 즐겁게 해야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

그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 그 분들에게 영향을 받았다. 돌아보면 꽤 오랜 시간 동굴 안에 있었다. 제 탓을 많이 하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는데 그러지 않으려 노력한다"라고 스스로의 결심을 털어놨다.

이는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지옥'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옥'에서 배영재 PD 역을 맡아 4~6부를 이끄는 중심 역할을 했던 박정민은 만족도에 대한 질문에 "어떤 배우도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는 만족을 못할 것 같다"라며 "그럼에도 '선방했어'라고 생각한다. 그간 제 자신을 너무 학대하려고만 했던 것 같아서 앞으로 제 작품을 그렇게 생각하려고 한다"라고 대답했다.

자신의 연기를 완벽하게 만족할 수는 없지만, 작품과 그 속에 묻어난 캐릭터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 솔직하면서도 진심이 묻어나는 그의 대답은 '지옥'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졌다.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로,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가 집필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배우 박정민이 넷플릭스 '지옥'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이 웹툰에 추천사를 쓰기도 했던 박정민은 "1~3부에 해당되는 웹툰을 보고 너무 감탄해서 감독님이 시리즈를 한다고 하실 때 '저도 할래요'라고 했었다. 대본을 보고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라며 "그런데 배영재 역할을 받아보니 곤란하다 싶더라. 어떻게 인물을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을 했다"라고 캐릭터가 아닌 작품 자체에 대한 매력을 느껴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배영재는 대본 안에서 굉장히 평면적이라고 느꼈다. 4~6부를 끌고 가기에 재미없는 인물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제가 잘하는 것을 하는 것이 좋겠다 생각했다"라며 "배영재가 처해있는 상황이 짜증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는 그 어디에도 관심이 없고 방관자인데 그들을 위한 영상을 만들어야 하고 활개를 치는 것을 바라봐야 하니 짜증이 나는 상황일 것 같았다. 짜증을 낼 것인가 아닌가는 선택의 문제인데, 그런 감정들이 배영재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캐릭터가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박정민은 '이선균을 잇는 짜증 연기 2세대'라며 '현실적인 짜증 연기 장인'이라는 호평을 얻고 있다. 이 같은 평을 알고 있다는 박정민은 "제가 감히 선균 선배님과 비교가 될 건 아니고 이런 관심을 '스우파' 이후 처음 받아보는 것 같아서, 감회가 새롭고 신기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물론 부담도 있었다. 그는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배우들이 3부까지 나오고, 제가 웹툰을 봤을 때도 좋아하는 부분이 앞부분이라 만약 4~6부가 재미없으면 독박 쓰는 건 아닌가 하는 부담이 있었다"라고 하면서도 "그런 생각을 빨리 떨쳐내려 했다. 제 할거를 찾아서 했다. 답답하고 화가 나는 감정이 올라왔을 때 배영재가 긁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세상 사람들은 보통 사람이다. 세상을 바꾸고 패러다임을 만드는 사람은 소수다"라며 "배영재는 일반 회사원이다. 평범한 사람에게 갑자기 불행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 그러기 위해 최대한 어딘가에 있는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극 자체가 극단의 상황에 있지 않나. 존재하는 평범한 사람마저 극단의 연기를 한다면 보는 사람들이 피로할 것 같아서 최대한 평범하게 연기를 했다"라고 배영재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배우 박정민이 넷플릭스 '지옥'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부성애 역시 마찬가지. 이를 경험해보지 못한 박정민은 "아직도 알 수가 없는 것인데, 어쨌든 연기는 해야 하니까 가장 가까운 감정이 무엇일지 생각했다"라며 "우리 가족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 가족이 고지를 받고 불행이 닥친다면 이 상황을 대처해나갈 것인가 하는 감정을 대입을 해서 연기를 하려고 했다"라고 밝혔다.

'지옥'은 박정민에게 여러가지 경험을 하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마지막 장면을 촬영할 때 슬픔의 감정이 가득했고, 자신의 연기를 모니터하면서 처음으로 슬프다는 감정을 느꼈다는 것. 그렇기에 마지막 장면이 가장 만족스럽고, 또 결말에 대한 아쉬움도 없다고 했다. 연상호 감독과 촬영 전부터 깊이 공감했다며 작품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렇기에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는 "각자 해석의 여지, 해석의 방법이 다르고, 말할거리가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사람들의 맹목적인 믿음이 가져오는 비극이다. 요즘 세상이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추천사에 '의견마저 정보가 되어가는 세상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왜 믿고 있는가'라고 썼다. 그런 것에 대해서, 혹은 정반대의 또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작품이라서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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