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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비 인하 위해 '비교 공개' 카드 꺼낸 정부…업계는 '시큰둥'


배달 수요 대비 라이더 공급 부족 지속…배달비 인상 근본 원인은 그대로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정부가 오는 2월부터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별로 배달 수수료(배달비)를 비교해 공개하기로 했다.

가파른 배달비 인상 속 업체별 비교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달비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취지인데, 배달업계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배달비 인상의 근본적 원인과는 동떨어진 방식이라는 이유에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오는 2월부터 배달 플랫폼별로 배달비를 조사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홈페이지 등에 비교 및 공개하겠다고 지난 21일 발표했다. 정부는 2월 한달간 서울시 등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해당 제도를 시행하고 이후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서울 학동역 인근 매장에서 라이더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학동역 인근 매장에서 라이더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소비자단체협의회가 매달 1회 배달수수료 현황을 조사해 홈페이지에 공개할 것"이라며 "배달앱별 수수료 정보를 비교 제공하고 거리별, 배달방식(묶음·단건)별 수수료 정보도 제시하며, 최소주문액·지불배달료·할증여부 등 주문방식 차이에 따른 금액도 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근 배달비 인상이 심상찮다고 판단했다. 최근 다수 배달대행 업체들이 배달비를 최대 1천원 이상 올린 가운데, 점심·저녁시간 등 주문이 몰리는 시간대에 악천후까지 겹칠 경우 배달비가 1만원 이상까지 치솟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배달비 더치페이'까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음식을 먹고 싶은 이웃 주민들끼리 단체 채팅방이나 커뮤니티 등에서 모여 음식을 한번에 시킨 뒤 배달비를 각출하는 식이다.

정부는 일단 2월에 한 차례 조사를 통해 플랫폼별 배달비 현황을 시범적으로 파악할 방침이다. 이후 정식 사업 시행이 결정되면 별도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일정 시간마다 플랫폼별 배달비를 취합, 소비자단체협의회 홈페이지 등에 비교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시간대별로 플랫폼별로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 정보를 나란히 공개해 배달비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배달업계는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배달비 인상의 근본적인 원인이 폭등한 배달 수요 대비 부족한 라이더 숫자에 있는데, 이 같은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비 폭등은 라이더가 부족한 상황에서 라이더들을 유인하고자 나타나는 현상인데 단순히 업체별로 가격 비교를 한다고 해서 배달비 인하가 유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배달비를 비교 공개해서 배달비가 인하되는 식이었다면 애초에 배달비가 이렇게까지 오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배달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쿠팡이츠 배달 관련 이미지.  [사진=쿠팡이츠]
배달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쿠팡이츠 배달 관련 이미지. [사진=쿠팡이츠]

라이더 부족은 배달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배민1)을 중심으로 단건배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라이더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양사는 막대한 프로모션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이에 기존 배달대행업체의 주문을 주로 소화하던 라이더들도 높은 배달비를 따라 단건배달로 시선을 돌리게 됐다. 라이더 이탈에 시달리는 다수 배달대행업체들도 지난해부터 배달 수수료를 올리며 라이더 붙잡기에 나섰고 지난해 연말과 올해 1월에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지며 배달비가 전반적으로 인상됐다.

배민1와 쿠팡이츠는 막대한 마케팅비를 쏟아부어 배달비 부담을 상당 부분 떠안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이에 자영업자와 소비자가 합계로 부담하는 배달비(기본료 기준)는 배민1이 5천원으로 유지되고 있고 쿠팡이츠도 본래 5천원이었다가 정액·정률 등을 결합한 4가지 요금제로 배달비 개편을 앞둔 상황이다.

다만 주문이 몰리는 특정한 상황에서 각종 할증 등으로 인해 배달비가 1만원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있는 데다 배달대행업체들의 배달비 인상이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은 배달비가 전체적으로 올랐다고 체감하고 있다.

이러한 근본 원인을 그대로 두고 단순히 배달 앱에 표기된 가격을 비교 나열한다고 해서 저절로 배달비가 인하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각 플랫폼별 배달비가 비교 공개된다면 라이더들이 오히려 배달비를 더 많이 주는 쪽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라고 짚었다.

더욱이 이번에 비교 공개되는 배달비는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배달비만 해당된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배달비는 결국 자영업자가 어느 정도까지 배달비를 분담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최소 주문액과 거리 할증 등도 자영업자가 결정한다. 이는 배달비 자체가 올랐어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 때문에 근본적으로 배달비 인하를 거론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에서 배달비를 살펴본다고 하면 단순히 소비자가 내는 배달비만 볼 게 아니라 자영업자가 내는 배달비 등도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라며 "지금의 조치는 단순히 공개된 정보를 정리하는 수준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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