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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담론으로 지역 이기주의만 부추기는 대선후보


과기계 “우주관련 신설 거버넌스 두고 본말 전도돼”

올해 우리나라는 누리호 2차 발사, 달 탐사선 발사 등 굵직한 우주관련 행사가 준비돼 있다. 깊이 있는 우주 거버넌스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역 이기주의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
올해 우리나라는 누리호 2차 발사, 달 탐사선 발사 등 굵직한 우주관련 행사가 준비돼 있다. 깊이 있는 우주 거버넌스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역 이기주의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항공우주청. 어디에 설치한다구요? 항공우주청 설치는 결정된 건가요? 깊이 있는 논의가 된 건가요?”

우주관련 거버넌스를 두고 본말이 전도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해 의견을 종합적으로 조율하는 게 먼저인데 특정 지역에 우주관련 정부 조직을 설치하겠다며 ‘툭툭 던지기식’ 선심성 공약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등은 최근 우주관련 거버넌스 의견을 내놓으면서 특정 지역에 유치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윤 후보는 “항공우주청을 설립할 경우에 우리 항공 기술에 관해 국가가 자원을 어떻게 집적해 기획하고 지원, 추진할 것인지는 제가 판단할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경남이 업무효율이나 클러스트 면에서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항공우주청을 경남에 설치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최근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소속 청년 연구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 직할 기구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같은 ‘우주전략본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우주전략본부를 경남에 설치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전했다.

대선 주요후보들이 잇따라 특정 지역에 항공우주청과 우주전략본부 설치를 언급하면서 다른 지역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실제 대전지역 과학단체는 대선후보들의 이 같은 특정 지역 유치 발언에 반대 성명서를 내놓았다.

대전 과학기술계 관련기관, 단체, 전문가들은 지난 20일 ‘(가칭)항공우주청은 대전에 설치해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항공우주청과 관련해 윤석열 후보의 공약에 대해 ‘전략적 고민 없는 선심성 공약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신규 조직의 정체성과 역할, 위치는 국가적 명운이 걸린 사안이고 최대한의 명분과 효과를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설정돼야 한다”고 전제한 뒤 “특정 대선 후보가 경남지역에 항공우주청을 설치하겠다고 준비되지 않은 선심성 공약을 던짐으로써 전략적 잘못을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항공우주청이 신규조직인 만큼 철저한 준비를 거쳐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를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급한 공약발표로 국가적 명운을 그르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대선후보들의 우주관련 거버넌스 논의가 지역 이기주의로 흘러가고 있는 모양새다. 본말이 전도되면서 자칫 우주관련 거버넌스가 ‘산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깊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과학계 인사는 “우주관련 거버넌스 논의는 지역이기주의 차원이 아니라 국가차원의 종합적 대응과 전략을 담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우주관련 거버넌스는 크게 두 가지로 조율되고 있다. 항공우주청와 우주개발전략본부 신설 등이다. 항공우주청은 윤석열 후보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우주개발전략본부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의 한 과학계 인사는 “우주는 전통적 과학기술 개발·국제협력 대상만 아니라 경제, 안보, 외교와 밀접한 국정영역이 됐고 국제 협력·협상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제가 되고 있다”며 “정부차원의 효율적 대처와 다부처 통합관리를 위한 국가우주 발전 목적의 ‘우주개발전략본부’ 신설이 지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와대에 민간우주기술정책비서관을 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주문했다. 총리실 산하에 우주개발전략본부를 설치하면 우주 등 첨단기술전략과 관련해 부처 간 이해관계의 통합·조정을 위한 전문적 리더십 기능이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반면 항공우주청 신설에 대해 찬성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부 한 관계자는 “우주관련 조직을 대통령 직속 혹은 총리실 산하에 두면 힘이 분산돼 집중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항공우주청 등 독임부처를 신설해 의견을 통합하고 예산과 전략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민간업체와 집중적으로 어우러지면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 후보들의 반복되는 ‘공약(空約)’도 여전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남승훈 한국경제과학기술협력협의회 회장은 “대선 후보들의 일반론적 개혁 담론 수준으로는 국민 공감대에 다가갈 수 없다”며 “예컨대 ‘과기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 ‘전문가를 자문역 혹은 재정 의사결정에 참여토록 하겠다’는 등의 공약(空約) 남발만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전략과 과학기술의 전략적 운영에 대한 이해도가 없을 경우 과기 부총리제를 도입해도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10대 전략기술과 관련해 전략실을 지역과 연계해 설치하고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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