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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의 패션잉글리쉬]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소환한 그 시절 패션


김태리, 남주혁 주연의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드라마에는 지금의 팬데믹보다 더욱 혹독했던 IMF 시국을 겪었던 X세대들, 띵띵 소리를 내며 연결되는 왠만한 인내심 없이는 사용하기 힘든 모뎀, 지금 부캐가 있다면 '달려라 뭐하니' '신밧드의 보험' '황홀해서 새벽까지'와 같이 패러디한 닉네임으로 온라인 상에서 대화를 했던 천리안, USB가 없었던 시절 네모난 플로피(floppy) 디스크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지금의 스마트폰은 상상도 못했던 그 시절의 부의 상징 시티폰, 빨간 머스탱(mustang) 오픈카를 타고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를 휩쓸던 오렌지 족까지 그 시절들이 소재들이 완벽하게 재현됐다.

그 밖에도 삐삐, 카세트 테이프, 초록색 공중 전화, 만화방, 풀하우스 만화책 등 예전의 추억을 보는 재미 때문에 모든 장면에 눈을 뗄 수 없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사진=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사진=tvN]

한참 잊고 있었던 나희도(김태리 분)의 1990년대의 의상, 소품, 화장 등을 살펴보자. 늘 머리를 묶고 있는 곱창 밴드는 '굽슬굽슬하게 만든다'라는 의미를 지닌 scrunch를 명사화 하여 'scrunchie'라고 한다. 나이트 복장으로 선보인 허리를 묶은 청자켓은 1930년대에 리바이스(Levi’s) 청바지의 창시자인 독일인 Levi Strauss(리바이스 스트라우스)가 청바지에 맞게 재작한 상의가 청남방이 되어 지금의 청청패션의 시초가 되었다. 나이트 복장 안에 입었던 'JUICY'라는 글씨가 새겨진 탱탑은 Juicy Couture(쥬시 꾸뛰르)제품으로 1990년대 말 벨벳 운동복으로 대유행을 이끌었던 브랜드다.

나이트를 가기 위한 그 당시 고딩 화장법을 연출한 세심함도 찾아 볼 수 있다. 빰을 서 너대는 맞은 듯한 벌건 볼터치, 둘리의 마이콜을 연상케 하는 두꺼운 입술라인까지 그 시절의 다소 촌스러운 화장법을 완벽히 재현했다. 볼터치는 우리식 명칭이며 blush가 올바른 영어 단어다. 이는 '얼굴이 빨개지다'라는 의미를 지녀 붙여진 화장품이다. 당시에는 하늘색 혹은 분홍색 컬러의 메이크업 베이스가 지금의 BB(blemish balm cream) 크림을 대신했다. 화장하기는 다소 쑥스럽고, 안하기에는 대학생 티를 좀 내고 싶었던 대학교 1학년 시절 살짝 메이크업 베이스만 바르고 가는 날이면 선배 언니가 "야 너 얼굴에 치약 묻었다"라고 하늘색 메이크업 베이스를 닦아 주곤 했던 추억까지 생각 난다.

백이진(남주혁 분)은 긴 기럭지 때문인지 요즘 패션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뭘 입어도 느낌 있는 룩이 연출된다. 옛날 감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백이진의 패션은 단연 청바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유명 디자인너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이 밑위가 짧은 로우 라이즈 진(low rise jeans)을 대유행시키기 전까지는 스티브 잡스가 즐겨 없었던 '리바이스 501'이 최고의 잇템이였다. 1990년대의 패션 연출을 위해 다소 통이 넓은 바지(wide leg pants)나, 가랑이(crotch) 부분이 아래까지 내려온 청바지를 볼 수 있다.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1화 예고편이 공개됐다. [사진=tvN]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1화 예고편이 공개됐다. [사진=tvN]

레트로 열풍을 타고 다시 사랑을 받고 있는 운동화 어글리 슈즈(ugly shoes) 역시 드라마에 등장한다. 이는 아빠가 신은 투박한 운동화라는 의미로 dad shoes라고도 한다. 1993년 데뷔한 인기 듀오 듀스(Deux)때문에 유행했던 고글 패션도 빼 놓을 수 없다. 싸움을 벌인 불량한 남학생 머리에는 동계 올림픽에서 보던 고글이 어느 새 드라마로 옮겨와 있는 듯 했다.

만화 '들장미 소녀의 캔디'의 손을 확 잡아 채는 테리우스처럼 백이진이 희도의 손을 잡고 나갈 때면 왜 나도 같이 마음이 설레는지 그 당시 21세의 나와 24세의 오빠가 연상되기 때문인 듯하다. 그 시절을 보냈던 분들이라면 혹시나 옛날 추억을 담아 놓은 플로피 디스크나 빛 바랜 사진이 어디 있지 않을 까 하고 먼지 쌓인 짐을 보물 찾듯 갑자기 찾고 싶은 충동을 느낄 지도 모른다.

드라마 때문에 지금 마흔 다섯이 되어 스물 하나의 그 때 추억을 주말마다 회상하는 분들이 많아 질 듯하다.

조수진 토익연구소 소장
조수진 토익연구소 소장

◇조수진 소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SAT, TOEFL, TOEIC 전문강사이며 '조수진의 토익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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