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이 만난 예술가]광대 조정래


"다같이 대동굿 만드는 세상 꿈꿔"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광대, 소리꾼'을 연출한 조정래 감독은 자신을 광대라 칭한다. 그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이 땅의 진짜 광대다. 영화 '귀향'으로 잘 알려진 감독이지만 고수로 유명한 국악인이기도 하다. 그는 스스로를 주류보다는 뒤에서 남을 챙기고 판을 깔아주는 또랑깡대로 규정한다. 신촌의 낭독공간 봄봄에서 그를 만나 남다른 삶의 철학을 들었다.

조 감독은 지난1973년 경상북도 청송에서 출생했고 중앙대 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1993년 영화 '서편제'에 매료돼 영화인이 되었고 무형문화제 5호 판소리 고법 이수자이기도 하다.

조정래 감독 [사진=조기숙 교수]

◆ '서편제' 보고 바뀐 삶

-'광대 소리꾼'은 어떻게 제작하게 됐나요.

"'광대 소리꾼'은 제작비 57억원 전액 개인 투자를 받아서 만든 영화에요. 시나리오 쓴 것부터 따지자면 4년 정도 걸렸지만 '서편제'를 봤을 때부터 준비하고 있었어요. 오랜 세월의 준비와 염원이 담겨서 가능했던 영화이지요. '광대 소리꾼'은 한국의 전통음악을 영화로 표현해서 K-pop의 근원이 전통이란 것을 알게 하는 영화입니다. 판소리는 천민집단인 광대들의 공동체 문화에 의해서 만들어졌는데 민초들이 삶 그 자체를 보여주죠. 영화는 심청전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추적하면서 만들었고, 시대를 초월한 지금의 얘기를 담고 싶었어요."

-감독과 배우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하고 어떤 방식으로 감독을 했는지요.

"촬영 전 배우와 스태프 모두에게 작품 설명 시간도 갖고 교감한 다음에 촬영에 들어가면 자유로운 분위기를 형성해요. 감독이 강제하지 않은 무엇인가 배우 자신의 자유의지를 발현할 수 있는 공간을 줘야 훨씬 효과가 좋아요. 그래서 배우와 같이 판을 만들고 (배우들이 잘하려고 용을 쓰기 보다는) 힘을 빼게 하는 것이지요."

◆ 꿈꾸는 영화 현장, 다같이 대동굿을 만드는 세상

-이 영화는 반질하게 잘 만든 영화라기보다는 편안함과 따뜻함이 있어요.

"배우들이 주체와 주인이 되어서 자신들의 신명으로 풀어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배우가 이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전 단역 분들께도 아침저녁 꼭 인사를 드렸어요. 감독이 그러니 주연 배우들도 단역들에게 잘 해주게 되고 따뜻한 기운이 흐르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원하는 것은 같이 대동굿을 만드는 세상이에요."

-제게 영화는 보이는 세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안 보이는 세계를 보게 하는 것인데 조 감독님에게 영화는 무엇인가요.

"영화는 굿판이고 시입니다. 굿은 흥과 한이 농축된 포스트모던 예술이고, 굿판이나 장례는 신명나는 먹거리 판이지요. 저는 영화 자체를 굿판으로 만들고 싶고 판을 잘 깔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영화는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어둠 속에서 작은 빛 하나를 던져 주는 것, 소리 없는 것을 듣게 하는 것이기에 시이기도 하지요."

-시는 춤이기도 해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을 때 인간은 춤을 춥니다. 춤은 메시지 없는 메시지이고 잘 추려는 생각을 내려놓고 힘을 뺄 때 잘 출 수 있지요.

"하려고 하는 것이 할 수 없게 만들지요. 이것이 굿판에서 얻는 메시지이고 제가 영화를 굿판으로 만들고 싶다는 이유이기도 해요. 맥락, 방향, 내용이 있지만 경직되지 않고 그냥 그대로 배우들이 몰입해서 할 수 있게 믿어주는 것이지요. 몰입은 힘을 뺄 때 가능합니다. 잘 하려고 악을 쓰면 더 안 되지요. 이럴 때 영화는 영혼의 시가 되는 것이지요."

-국악 전문가인데 국악과 영화를 어떻게 통섭하는지요.

"많은 사람들이 왜 국악인이 영화감독을 하느냐고 의아해 하지요. 하지만 저의 원래 뿌리는 영화에요. '서편제'를 보고 판소리 오바탕(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적벽가, 수긍가)을 통으로 다 외워 버렸어요. 그 때 어깨 너머로 배워서 한 고법대회 금상을 받았어요. 대회 측에서 "자네는 스승이 누구냐"고 묻는데 스승이 없다고 하니까 상을 취소해야 되는지 논의를 하더군요. 전 고수이자 영화감독으로서 국악을 영화로 잘 만들고 싶어요."

영화 '광대 소리꾼' 포스터 [사진=리틀빅픽처스, 트윈플러스파트너스㈜]

◆ "산사람을 위한 또랑광대가 되어야"

-'광대 소리꾼'을 '서편제'의 오마주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서편제'의 영향으로 영화의 길에 들어서게 됐고 작품 영향도 많이 받았으니 그 말이 나올 만 하지요. '서편제'와 '광대 소리꾼'은 닮은 점이 많지만 완전히 다른 영화에요. 영화는 감독의 철학과 정서가 드러나요. 딱딱 들어맞는 각진 구도가 아니라 모난 것이 없고, 엉성한 듯 하지만 따뜻한 구도에요. 이는 의도한 것이 아니라 민주적으로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서편제'와 많이 달라요."

-영화의 자랑과 약점을 든다면요.

"장점인 동시에 단점은 판소리를 제대로 들려줌으로써 민초들의 삶을 보여준 것이에요. 어떤 이들은 영화성 보다는 판소리를 더 강조한 것 아니냐고 묻기도 하지요. 즉 판소리를 제대로 들려 준 것은 한국문화의 뿌리를 보여준 것이고 K-pop의 힘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인생철학이라고 할까. 영화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2개의 근간이 있어요. 첫째는 사람이 하늘이라는 것이에요. 한 굿판에서 어느 분이 제게 "우리는 죽은 사람을 팔아서 굿해서 사는 사람이지만 제일 무서운 건 산 사람이니 산 사람을 상대로 해라"라고 했어요. 즉 산 사람을 잘 모시고 잘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또랑깡대(또랑광대) 정신이에요. 또랑깡대는 핵심에서 활동하지 못하지만 계속 예술 활동을 하는 예술가를 말해요. 지역예술가를 하대해서 부르는 말이기도 해요. 이 또랑깡대가 우리 사회에서는 아주 중요해요. 집을 지을 때 반듯한 돌만 갖고는 지을 수 없고 그 사이사이 꼭 짱돌이 들어가야 해요. 짱돌을 쐐기돌이라고 해요. 또랑광대는 바로 쐐기돌이지요. 쐐기돌이 있어야 시민이 예술을 즐기고 함께 할 수 있게 되지요. 저는 사람이 하늘이라는 생각과 또랑광대 정신으로 일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차기작으로 두 편의 아이디어가 있어요. 하나는 1980년 말부터 90년대의 대학 노래 동아리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어요. 다른 하나는 일본 홋카이도 원주민 아이누족의 핍박사를 장편 영화로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영화 때문에 제대로 못한 북을 치고 싶어요.

조기숙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 [사진=본인 제공 ]

◇조기숙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교수는 이대 무용과 발레 전공과 영국 써리대학에서 무용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30편 이상의 발레작품을 창작공연하면서 K발레의 미학적 토대를 구축한 안무자이다. 대표작으로는 '그녀가 온다: 여신 서왕모', '그녀가 논다: 여신 항아' 등이 있으며, 무용연구자로서 35편 이상의 논문과 저서가 있다. 그는 춤추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온몸으로 메시지를 던져왔다.

/조기숙 교수 kscho2@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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