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사랑은 교통사고다'라는 드라마 대사가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사랑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우연을 강조하기 위한 의미였다.
하지만 최근 방영중인 TV 드라마들을 보면 '결혼은 교통사고다'라는 말이 더 어울려 보인다.
MBC ‘원더풀 라이프’, ‘굳세어라, 금순아’, ‘안녕, 프란체스카’, KBS ‘열여덟 스물아홉’의 주인공들에게 결혼은 교통사고처럼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우주인의 음모, 그리고 재앙?
MBC ‘원더풀 라이프’에서 김재원과 유진은 외국 여행지에서 만나 우연히 하룻밤을 보낸 끝에 결국 결혼에 이른다.
김재원은 극중 유진의 언니 김효진이 하룻밤의 실수로 태어난 딸 신비를 데리고 감재원의 가족들을 찾아왔을 때 “이건 우주인의 음모야”라며 당황할 정도로 그에게 결혼은 '전혀 뜻밖의 음모 같은 사건'이었다.

MBC 일일연속극 ‘굳세어라, 금순아’의 한혜진도 엉겁결에 짝사랑하던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 후 아이가 생겨 결혼에 골인한 케이스다. 갑작스런 결혼과 이후 남편의 교통사고에 의한 죽음으로 좌충우돌 생활을 이어간다.
김재원과 한혜진의 경우는 MBC 주간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의 이두일이나 KBS ‘열여덟 스물아홉’의 박선영에 비하면 마음의 준비라도 할 여유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안녕, 프란체스카’의 두일은 그야말로 ‘흡혈귀'프란체스카(심혜진)에게 덮쳐져 엉겁결에 부부의 연을 맺게 됐으니 교통사고보다 더 기습적인 재앙(?)이었던 셈이다.
어떻게 보면 결혼을 빙자해 두일의 경제력을 착취하는 흡혈귀 가족 사기단에 걸린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열여덟 스물아홉’의 박선영 역시 잠시 기절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전혀 모르는 남자가 남편이라고 나타나 기절초풍한다.
29살의 유부녀 박선영이 교통사고로 기억이 18살로 퇴행해 자신이 결혼한 사실을 잊어버렸지만 정작 18살의 기억밖에 없는 박선영에게는 ‘자신이 이미 결혼했다’는 사실은 받아들일 수 없는 ‘사고’와도 같다.
결혼 초점 이동, 그리고 다양한 변주곡
이처럼 과거의 드라마에서 결혼이 갖가지 시련을 이겨낸 연인들의 달콤한 결실로 아름답게 표현되었다면, 최근 드라마는 우연한 사건에 의한 결혼과 그 결혼 이후에 파생되는 문제들로 초점이 옮져진 양상이다.
‘원더풀 라이프’는 결혼을 ‘젊은 날의 실수’에 대한 일종의 책임으로 그리고 부모와 부부가 되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열여덟 스물아홉’ 은 전혀 다른 타인이 결혼이란 전제 속에서 부딪치며 온전한 하나가 되어 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굳세어라, 금순아’의 경우에는 비록 일찍 남편이 떠났지만 시가 식구들과 금순이가 아옹다옹 지내며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한편 ‘안녕, 프란체스카’의 경우에는 결혼이란 제도적 통과의례를 치른 것은 아니지만 엉겁결에 가족과 부부를 연기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원수(?) 같은 한 가족의 모습을 냉소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물론 한 사람의 인생에서 무엇보다 진지한 문제로서 결정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결혼을 드라마에서는 한없이 가볍게만 다룬다는 지적도 있다.

앞으로 이 드라마들이 결혼과 가족에 대해 어떤 이야기 실타래를 풀어갈지에 따라 갑작스런 결혼이 '후유증만 깊은 교통사고'로 남을지, 혹은 알고보니 ‘로또 대박’의 행운으로 판명될 지 드러나게 된다.
조이뉴스24 /석현혜 기자 actio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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