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굿 보트(Good Vote)와 연구실 냄새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수학천재가 있었다. 그는 두꺼운 책도 몇 시간 안에 다 읽어버린다. 대학교수가 풀지 못한 수학 난제를 몇 분 만에 척척 풀어낸다. 하버드대 역사전공 학생과 남북전쟁을 두고 토론하면서 망신을 줘 버린다. 대학 문턱에도 가 보지 못했는데.

그는 고아였다. 어릴 때 여러 위탁가정을 전전긍긍하면서 여러 폭력에 노출된 ‘트라우마’를 가진 청년이었다. 이 청년을 돕기 위해 정신과 전문의를 소개하는데 대부분 ‘내가 감당할 수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때 상담을 한번 해 보겠다고 나선 정신과 교수가 있었다. 수학천재이자 트라우마를 가진 청년에게 백조가 뛰노는 호숫가 벤치에서 정신과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작심 발언이다.

굿 보트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사진=조은수 기자]

“넌 네가 뭘 지껄이는 건지도 모르고 있어. 내가 미술에 대해 물으면 넌 온갖 정보를 다 갖다 댈걸? 미켈란젤로를 예로 들어볼까. 그에 대해 잘 알거야. 그의 걸작이나 정치적 야심, 교황과 관계, 성적 취양까지도 말이야. 시스티나 성당의 냄새가 어떤지는 모를걸? 한 번도 그 성당의 아름다운 천장화를 본 적이 없을 테니까.”

“또 여자에 관해 물으면 네 스타일의 여자들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겠지. 여인 옆에서 눈뜨며 느끼는 행복이 뭔지는 모를걸.”

“전쟁에 관해 묻는다면 셰익스피어의 명언을 인용할 수도 있겠지. 다시 한 번 돌진하게 친구들이여. 넌 상상도 못해. 전우가 도움을 구하는 눈빛으로 너를 바라보며 마지막 숨을 거두는 걸 지켜보는 게 어떤 건지.”

“사랑에 관해 물으면 한 수 시까지 읊겠지. 한 여인에게 완전히 포로가 돼본 적은 없을 걸. 눈빛에 완전히 매료돼 신께서 너만을 위해 보내주신 천사로 착각하게 되지. 진정한 상실감이 어떤 건지 넌 몰라. 타인을 너 자신보다 더 사랑할 때 느끼는 거니까. 누군가를 그렇게 사랑해 본 적 없을걸?”

수학천재이자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청년에게 정신과 교수는 ‘모를걸’ ‘없을걸’ ‘어린애’라는 자극적 단어를 동원하며 처절하게 무너트린다. 청년은 정신과 교수에게 그 어떤 변명도 내놓지 못한다. 모두 사실이니까.

정신과 교수는 마지막으로 청년에게 “내 눈에는 네가 지적이고 자신감 있다기보다 오만이 가득한 겁쟁이 어린애로만 보여”라고 있는 그대로를 전달한다.

영화 ‘굿윌헌팅(Good Will Hunting)’의 한 장면이다.

20대 대통령선거가 코앞이다. 이때만 되면 대선후보들은 ‘작가’이자 ‘연인’이자 ‘시인’이자 ‘천재’가 된다. 모르는 게 없다. 여러 공약을 내놓으면서 온갖 명언과 선전 문구를 인용하면서 국민을 유혹한다. 가슴으로 느끼지도 않고, 타인을 더 사랑하지도 않는 문구와 명언들만 난무한다.

“과학기술인들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선전 문구이자 허언’이다. ‘과학기술인들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공약이 실천됐다면 우리나라는 벌써 세계 초일류 과학강국이 됐을 거다. 과연 ‘연구실의 냄새’가 어떤 건지는 알고나 있을까. 연구실 가서 냄새를 직접 맡아보라는 게 아니다. 현장을 찾아 그들을 직접 만나 보라는 거다.

‘과학기술 현장의 저 밑바닥에서 연구하고 있는 이들과 가슴을 연 대화를 한 적이 있는지’ ‘지역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면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자기 자신보다 타인을 더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하는 것도 이젠 식상하다. 말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가슴으로, 스스로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굿 보트(Good Vote)’가 필요한 시간만이 다가오고 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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