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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의 패션잉글리쉬] 완소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1998년도를 배경으로 하는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당시 사용했던 물품들 뿐만 아니라 감성까지 소환하며 주말마다 옛 추억에 빠지게 하는 청량 로맨스 드라마다.

초록색 공중전화기 위에 백 원짜리 동전을 탑처럼 쌓아 놓고 계속 동전을 넣어가며 통화했던, 지나가다 공중전화기에 남아 있는 50원을 쓰려고 불쑥 친구에게 전화 걸었던 시절이다. PC통신의 신세계를 열어준 천리안 통신으로 누구나 한 번쯤 꽃을 들고 나가 번개팅을 했던 추억의 감성을 재현한 부분은 스마트폰과 인스타에 익숙한 MZ 세대들은 이해하기에 다소 어려운 장면들이다. 이외에도 발신자 표시가 불가능했던 시절, "여보세요"만 듣고 끊거나, 숫자로 감정을 표현하려고 '1010235(열렬히 사모)' '17171771(뒤집으면 I LUV U)', 글자의 획수를 활용한 '486(사랑해)'에 '4486(죽도록 사랑해)' '4860(사랑해 영원히)'까지 암호 전문가를 능가하는 수준의 기발한 숫자 문자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포스터 [사진=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포스터 [사진=tvN]

최근 방송된 10회에서 등장한 수학여행 복장 또한 당시 유행했던 패션을 잘 묘사했다. 나희도(김태리 분)는 'crop(자른다)'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배꼽티인 크롭탑(crop top)과 통이 넓은 청바지(wide leg jeans)로 복고 패션을 연출했다. 일자로 통이 넓은 바지뿐만 아니라 나팔 모양처럼 밑부분이 넓은 바지까지 현재 다시 유행하고 있다. 통바지를 흔히 우리는 배기팬츠(baggy pants)라고 하지만 이는 마치 '에버랜드'를 '자연농원'으로 부르듯 다소 오래된 느낌을 준다. 라떼 세대들이 나팔바지를 판탈롱이라고 했으나 이 단어 역시 사용되지 않으며 나팔바지는 벨 보탬(bell bottoms), 팔라초 팬츠(palazzo pants), 플레어 팬츠(flared pants)로 표현된다.

고유림(보나 분)은 두 갈래로 머리를 땋아 발랄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한 가닥으로 묶은 머리를 포니테일(ponytail)이라고 한다면 양 갈래머리는 피그테일(pigtail)이다. 또한, 목에 두른 손수건을 문지웅(최현욱 분)이 머리에 메어 주는 장면에서 보인 반다나(bandana)는 힌두어인 'bāndhnū'에서 유래됐으며 'tie(묶는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또한, 팔토시로 수학여행 패션에 멋을 더했으며 이는 '따듯하게 해 준다'는 의미인 warmer(워머)를 사용해 팔토시는 'arm warmers' 다리 토시는 'leg warmers'라고 한다.

문지웅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저지(jersey) 패션과 듀스의 고글 패션을 연출했다. 신발은 브랜드명이 신발 명이 된 팀버랜드(Timberland)를 신었다. 팀버랜드를 보다 군화(combat boots)스럽게 디자인한 신발은 브랜드 명인 'Doc Martens'를 줄여 'Docs' 혹은 'DMs'이라고 불리며 고유림은 검은색 굽이 있는 Docs를 신었다. 나희도는 실내화처럼 끝이 없어 미끄러지듯 신고 벗기 편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의 'slip on'을 신었으며 이 또한 Vans라는 브랜드가 그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고유림과 문지웅은 뽀빠이 청바지를 입고 한쪽 끈은 풀어 다소 개구쟁이 이미지를 연출했다. 이는 멜빵 바지라고도 불리며 suspend(매달다)를 사용해 'suspender jeans' 또는 'overalls'이라고 한다.

나희도의 수학여행 가방은 잘린 통나무처럼 생긴 둥근 모양을 하고 있으며 이는 주로 주말에 여행을 간다고 해서 weekender(위크엔더)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수학여행에 선글라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잇템이다. 우리말의 '썬그리' 같은 느낌의 영어단어로는 'sunnies'가 있으며, 당시 레어벤(Ray-Ban)사의 스테디셀러이자 남성의 필사템 '웨이퍼러(Wayfarers)는 '여행자'라는 의미를 지닌다. 나희도와 고유림의 선글라스는 타원형의 작은 렌즈로 이 역시 복고패션을 연출하는 데 한몫했다.

잠시 잊고 있었던 나의 옛 감성을 완소템과 함께 소환해 주는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완소드라마로 이번 weekend를 또다시 설레게 한다.

조수진 토익연구소 소장
조수진 토익연구소 소장

◇조수진 소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SAT, TOEFL, TOEIC 전문강사이며 '조수진의 토익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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