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국민연금 주주권은 누구의 것인가


데스크칼럼 [사진=조은수 기자]

[아이뉴스24 김동호 기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민간 주도, 기업 자율'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민연금이 함부로 주주의 권리를 남용해 국내 상장 기업들의 성장을 저해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특히 재계에선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총회 참여와 의결권 행사를 꺼려하는 모습이다. 또한 국민연금이 대표소송권마저 갖게 될까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기업들의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기우다. 사실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천건 이상의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지만, 그 중 반대의사를 표시한 사례는 500여건에 불과하다. 전체 의결권 행사 중 약 15% 정도다.

바꿔 생각하면 무려 85%의 안건에 대해 찬성했다는 얘기다. 이 정도 찬성률이면 경영진의 '거수기'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심지어 국민연금의 반대의사 표시가 안건에 영향을 준 경우는 고작 10건뿐이다. 지난해 3천건이 넘는 의결권을 행사했지만, 실제 주총에서 안건이 부결된 경우는 10건, 비율로는 0.3% 정도다.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달 중 이미 열린 삼성전자와 LG화학, 효성 등의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목소리는 초라할 뿐이었다. 삼성전자의 노태문 사장은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내이사에 선임됐으며,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역시 재선임에 성공했다.

주총은 주주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로, 결국 다수 주주의 선택에 의해 안건의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국민연금도 다수 주주 중 하나일 뿐이다. 재계가 목소리 높여 경영권 침해를 경고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사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경영권 침해가 아닌 주주의 당연한 권리 행사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그 이하의 지분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은 그저 '들러리'도 못된다.

사실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외에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 사례는 거의 없다.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국민연금의 장기적인 수익 제고와 주주권 행사의 투명성·독립성 제고를 하겠다는 각오가 무색할 정도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등의 기관투자자가 자금을 맡긴 고객의 이익을 위해 마치 집사(스튜어드)처럼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와 주주활동을 하는 행동지침을 말한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매년 잊을만 하면 여러 기관과 전문가들이 국민연금 부실화와 연금고갈 문제를 지적한다. 멀지 않은 미래에 기금이 전부 고갈돼 어떤 세대부터는 노후에 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란 공포감을 조성하고, 해법으론 더 많은 국민연금을 걷고 더 적은 연금을 줘야만 한다고 말한다.

단순히 돈을 걷어 나중에 돌려주는 형태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인구구조상 점점 돈을 낼 사람은 줄고, 돈을 받아갈 사람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 이를 뒷받침해 줄 지배구조 구축 등 국민연금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간단치 않다. 국민연금은 무엇보다 국민들의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고 기금을 최대한 불려놔야한다. 국민연금이 가지고 있는 주주권은 다수 국민의 권리이며, 미래다. 3월이 며칠 남지 않았다. 연이어 다가오는 '슈퍼주총 데이'에 국민연금의 행보를 지켜보자.

/김동호 기자(istock7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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