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이 만난 예술가] 이시대 진정한 포스트모던 안무가 정영두


정영두 안무가는 포스트모던 댄스의 핵심과 본질을 아는 안무가이다. 스토리를 전하려 하거나 인위적인 표현을 하기 보다는 공간과 시간을 탐구하며 춤의 추상성을 추구한다. 그는 무용 작품이 유행을 따르기 보다는 추상성을 제대로 추구할 때 춤의 사회적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안무가 정영두가 조기숙 교수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조기숙 교수]

◆ 정영두, 포스트모던 안무자…"연극 '리어왕' 참여도"

-귀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편안한 대화의 시간이길 바래요. 자기소개 해주세요.

"전 92학번 나이인데 99년에 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에 들어가서 2003년 졸업했어요. 그해부터 지금까지 무용작업을 하면서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연극 연출도 하는데 지금은 국립창극단 '리어왕'에서 게스트 연출 안무자를 합니다."

-무용수이자 안무가이자 연출가인 정영두 씨가 꾸리고 있는 '두 댄스 시어터'는 어떤 곳인가요.

"작은 무용단을 꾸려 왔습니다만 여건이 좋지 않아서 단원들은 거의 흩어졌어요. 이 무용단은 2003년에 창단했어요. 기본적인 재원이 없어서 힘들었고 지금은 그냥 이름만 남아있어요. 프로젝트 별로 무용수를 모아서 작업을 합니다."

◆ "메인 메소드? 동양적 기초에 서양 현대 무용적인 어법"

-왜 춤을 추시나요.

"저를 가장 덜 게으르게 하는 게 춤 같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춤을 추는 이유가 충분하다고 느껴요."

-본인은 어떤 안무가인가요.

"시간이나 공간의 구조를 공부하고 싶고 그걸 무용으로 치환하는 작업들을 탄탄하게 하고 싶어요. 졸업 이후 첫 작품을 발표하면서부터 '왜 무용은 시간과 공간 예술이라고 하는 것일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됐어요. 안무가로서 저는 막연한 의미의 추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에서 뽑아져 나온 정수를 하나의 움직임이나 은유로 표현할 수 있는 추상을 힘 있게 풀어내고 싶어요."

-이제까지 했던 작품 중 대표작이나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요.

"'내려오지 않기' '불편한 하나'라는 2003년도 작품이 기억에 남아요. '내려오지 않기'는 몸의 구조를 탐구한 작품으로 그 작업 끝나고 나서 저 스스로는 몸, 무게 그리고 뼈나 근육에 대한 이해를 많이 했어요. '불편한 하나'를 창작할 때는 상당히 음악을 많이 들었고 흘러가는 시간을 어떻게 3차원 공간 안으로 풀어낼 것인가 공부를 많이 한 것 같아요. 이 두 작품은 공부도 많이 됐고, 또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어요."

-정 안무가의 메인 메소드는 무엇인가요.

"제가 춤을 늦게 시작했잖아요. 그래서 늘 열등감이 있었어요. 한예종에도 예고 출신들의 기량이 좋은 학생들이 모여 있잖아요. 학교를 졸업하고 한 6년 정도 외국에서 스스로 탐구하고 작업하면서 열등감이 좀 사라졌어요. 어렸을 때 탈춤, 범부춤을 배우고 또 조기숙 발레공연에 출연하는 등 다양하게 여러 춤을 췄어요. 입학 전 다양하게 접해왔던 춤, 재학 중 안무가로 배운 것들, 또 졸업하고 제가 찾은 것들이 축적되어 저만의 움직임을 구축하는 시점이 왔어요. 감히 표현하자면 어떤 깨달음 같은 게 온 거죠."

-결국 스스로의 메소드를 구축한 거네요. 본인 메소드의 특징은 뭔가요.

"동작이 동양적이기도 하지만 동양적인 것만은 아니고, 서양 어법을 갖고 있지만 동양 냄새가 나는 게 저만의 특징이에요. 그러니까 제 몸의 여러 층들이 저만의 어떤 흐름으로 정리된 것이죠. 그래서 보시는 분들은 동양적인 기초에 서양 현대 무용적인 어법들을 갖추고 있는 것 같다고 평해요."

작품 <내려오지 않기>(2003) [사진=권숙희]

◆ 정영두가 바라보는 한국의 무용작업 "예전보다 훨씬 자유로워졌다"

-한국 무용계나 무용작품에 문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대학 중심의 무용단들이 한국 무용에 기여한 공은 있지만 경직된 무용계를 만든 것도 사실인 것 같아요. 지금은 개인이나 독립단체가 활동할 수 있는 통로가 많아져서 예전보다 훨씬 자유로운 지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무용은 추상 예술인데 우리나라는 무용작품에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이슈들이 유행처럼 너무 많아요. 그럴거면 굳이 무용을 할 이유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개념이 움직임으로 형상화돼야지, 무용의 은유화 상징이 가지고 있는 힘들을 잊어버리게 되면 굳이 무용을 하는 이유가 있나 라는 우려를 하게 되죠."

-작품 창작과정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요.

"전 기발한 아이디어를 별로 신뢰하지 않습니다. 저 스스로 저거 재밌겠다는 순간이 있으면 그 순간을 오히려 좀 조심합니다. 오늘과 내일의 감정이 다를 수 있잖아요. 제가 고민해온 일관성 안에서 지점을 만나는 게 중요하죠. 그래서 좋은 아이디어나 흥미롭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있으면 일단 서랍에 넣어 놓습니다."

-요즘 하고 있는 작품 소개해 주세요.

"지난해 일러스트레이션 그림책을 소재로 한 '구두점의 나라에서'를 국립현대무용단 제작으로 선보였는데 반응이 괜찮았어요. 그래서 5월에 앙코르 공연을 올립니다. 느낌표, 마침표 등을 시각적으로 쾌감을 주는 그림책을 무용작품으로 만든 것이죠. 전 늘 무언가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조기숙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 [사진=본인 제공 ]

◇조기숙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교수는 이대 무용과 발레 전공과 영국 써리대학에서 무용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30편 이상의 발레작품을 창작공연하면서 K발레의 미학적 토대를 구축한 안무자이다. 대표작으로는 '그녀가 온다: 여신 서왕모', '그녀가 논다: 여신 항아' 등이 있으며, 무용연구자로서 35편 이상의 논문과 저서가 있다. 그는 춤추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온몸으로 메시지를 던져왔다.

/조기숙 교수 kscho2@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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