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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OTT] 형만 한 아우 없는 '괴이'


[조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다. 극장의 대형 스크린에서 즐기던 영화는 휴대폰과 브라운관의 작은 화면으로 옮겨왔고, 홀로 즐기는 엔터테인먼트에 어느덧 익숙해졌다. 개인 맞춤형 동영상 스트리밍(OTT) 서비스 기업의 성장과 일상이 된 유튜브, 1인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가 새로운 엔터 강자로 떠올랐다. 하루에도 무수히 쏟아지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발견한 보석같은 작품들을 조이뉴스24가 엄선해봤다. '방구석 OTT'에서는 범람하는 콘텐츠에서 길어 올린 반짝이는 작품들을 다뤄본다. [편집자주]

티빙의 상반기 기대작 '괴이'가 베일을 벗었다. 드라마 '방법'과 비슷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괴이'는 결국 형만 한 아우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실망감을 안겼다.

최근 공개된 '괴이'는 저주받은 불상을 꺼내면서 혼란에 빠진 마을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드라마 '방법', 영화 '방법: 재차의'를 비롯해 영화 '부산행, '반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 등을 집필하고 연출한 연상호 작가 겸 감독의 신작. 이번 작품에서는 작가로 참여했다.

티빙 오리지널 '괴이' 메인 포스터 [사진=티빙]
티빙 오리지널 '괴이' 메인 포스터 [사진=티빙]

애초 '괴이'는 티빙의 상반기 기대작으로 꼽힌 작품이었다. 드라마 '방법', 영화 '방법: 재차의'와 비슷한 세계관이자 연상호 작가의 유니버스를 잇는 작품으로 '방법: 재차의' 에필로그부터 '괴이'를 예고해 기대감을 높였다. 여기에 더해 '괴이'가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K-좀비물, K-장르물로 대중의 기대치가 높아졌기 때문일까. 막상 공개된 '괴이'에 신선함은 없었다.

오컬트 팬들에게 웰메이드 작품으로 꼽히는 '방법'에선 그간 국내 시청자가 만나지 못했던 신선함이 있었다. 한국형 토속 신앙을 주제로 타인에게 저주를 내리고 이를 당한 사람은 사지가 뒤틀리는 형을 당해 소재적으로나 비주얼 면에서나 참신함을 부여했다. 악의 영적 기운을 가진 귀불이 존재하고 이를 막으려 했지만, 능력이 뻗치지 않는 주인공들의 사투가 그려지면서 12부작이 지루함 없이 담겼다. 특히나 악인은 처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 인과응보는 더없이 깔끔한 끝을 맺게 했다.

해당 작품에서 뻗어나간 이야기는 '괴이'와 맥을 같이 한다. 꺼내지 말아야 할 귀불을 꺼내 어떠한 용도로든 이용한다는 것, 이의 힘을 모르는 이들이 다뤄 큰 참변을 겪고, 귀불을 막을 수 있는 자들이 힘을 더해 사건을 종식한다. 크게 달라짐 없는 스토리라인은 '방법'부터 연상호 유니버스를 따라온 팬들이라면 실망감을, '괴이'로 연상호 작가의 한국형 오컬트를 처음 맛본 이들에게도 허무함을 안긴다.

티빙 오리지널 '괴이' 스틸컷 [사진=티빙]
티빙 오리지널 '괴이' 스틸컷 [사진=티빙]

귀불의 눈을 마주친 이들은 마음속 지옥을 환시로 마주하게 되고 극단적인 행동으로 발현된다. 주변에 있는 흉기로 누군가를 살해하거나 이로 신체를 물어뜯는다. 그간 K-좀비물로 비슷한 장면을 많이 봐 온 시청자에겐 신선하지 못하고 노골적인 잔인함으로 거북함을 선사했다. 또한 감염자를 피하고자 건물 내부로 피신하는 이들, 감염자와 비감염자의 갈등, 비감염자 내부에서도 힘과 폭력으로 선동하는 악역, 이에게 당하기만 하는 선량한 시민 등이 평면적으로 그려지며 단조로움을 부여했다. 이 역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 '스위트홈', 영화 '부산행' 등에서 익히 봐온 장면들이다.

연상호 작가는 '괴이'가 공개되기 전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이제 멜로물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시작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익숙한 오컬트도 넣고 이것저것 넣다 보니 '괴이'가 됐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뜻대로였다면 극 중에서 과거 부부관계인 정기훈(구교환), 이수진(신현빈)의 감정신이 더 짙게 그려졌어야 했을 터다. 그러나 이마저도 과거 회상 신 중에 일부, 아이를 잃게 되면서 갈라서게 된 상황이 얕게 묘사되고 정하영(박소이)이 사망케 된 과정만 여러 차례 나와 단조로움과 불편함만 더했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평면적인 캐릭터들 속에서 곽동연만이 빛난다. 전작 tvN '빈센조'에서 시선을 끌었던 곽동연은 이번 작품에서 제대로 된 악인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완전한 악인의 얼굴, 거친 욕설, 망설임 없는 구타 장면으로 그간 본 적 없던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며 다음 작품을 기대케 한다.

연상호 작가가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것은 분명하며 오컬트 장르물로서도 독보적이다. 하지만 이제 이야기를 뻗어나가는 방식을 자가 증식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지점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연상호의 다음에 아직은 기대를 거는 이유다.

/김지영 기자(jy100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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