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의 패션잉글리쉬] 느낌 있는 패션 비격식 어들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꾸꾸꾸(꾸며도 꾸질 꾸질), 미닝아웃(meaning out) 등 신조어 공부를 게을리하면 요즘 잡지, 드라마를 pause 없이 읽고 보기가 어렵다. 얼마 전에 있었던 제58회 백상예술대상에 등장한 배우들이 옷차림을 보며 영화 속 그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옷이 날개라는 말을 떠올렸다.

'옷차림에 신경을 썼다'라는 표현은 '쫙 빼입었다' '옷차림이 쥑인다' '드레스가 쩔어'와 같이 비격식 어로 표현할 수 있다. 영어는 'dress up'이 가장 일반적인 표현이며 'deck out'이 '쫙 빼입었다'에 가까운 비격식 어다. :She is decked out in the flowy dress. (그녀는 흘러내리는 드레스로 쫙 빼입었다.)" 패션과 관련된 비격식 표현을 알아보고자 한다.

배우 정호연이 6일 오후 경기 고양시 대화동 킨텍스에서 열린 '제58회 백상예술대상'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백상예술대상 사무국]

① 쥑인다 - 강조하는 법

'죽인다'와 '쥑인다'의 느낌이 다르다. 한국어는 모음을 살짝 바꾸며 강도가 훨씬 높아짐을 느낄 수 있다. "쥑이는, 올킬인, 멋진, 퍼펙트한"에 해당하는 비격식어는 'on fleek'이 가깝다. "The fedora you wore to the party last week was on fleek. (지난주 파티에 입었던 중절모가 퍼팩트했어)" 또한, 택시 서비스 회사로 잘 알려진 우버(Uber)는 원래 독일어로 '최고의'라는 의미를 지녀 형용사로 강도를 높여 주는 비격식어다. 우리 말에서 찾자면 '짱' 정도의 느낌이다. 예를 들어, chic을 uber-chic이라고 하면 '시크한' 보다 '짱 시크한'과 같은 super의 의미를 지닌다. uber는 우리말에 모음을 살짝 바꿔 강도가 높아지듯 영어에 사용되는 비격식 어다.

② 너무 구찌스럽다. - 고유명사 사용법

한때 조금 밀려났던 구찌(Gucci)가 2015년 이탈리아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하면서 다시 살아났다. 구찌는 그의 전과 후로 나뉠 만큼 디자이너 한 명의 영향력은 가히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구찌 스럽다.(멋지다, 간지나다)"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구찌는 현재 30대가 가장 선호하는 힙한 브랜드가 됐다.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연기력이 돋보였던 영화 'House of Gucci'(2021) 속 "It’s so Gucci.(너무 구찌 스러워)" 역시 이러한 신조어에 힘을 보탰다.

배우 이종석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 현대 서울에서 프라다 트로피코 팝업 스토어 오픈 기념 포토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③ 내 스타일이 아냐 - 문법을 틀리는 법.

요즘 자주 들리는 표현 중에 '느낌적인 느낌'이란 말이 있다. 이 말에 귀가 기울이는 이유는 우선 문법에 어긋나고 같은 단어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한국어는 반복을 피하는 영어와는 다르게 반복이 강조하려는 방법 중 하나다.

정석의 문법으로만 말을 한다면 얼마나 지루할까? 드라마를 보면 사투리, 비속어, 은어 등이 있기에 대사들이 맛깔스럽고 찰지다. 영어에서도 문법을 틀리는 비격식 어들이 상당히 많다. "저 모자는 내 스타일이 아냐."는 "That hat is not my style." 보다 "That hat is not me. (저 모자 난 별로야)"처럼 문법을 틀린다. "I don't have a clue as to what I should wear. (나 뭘 입을지 모르겠어)"를 "I haven’t a clue as to what I should wear. (나 뭘 입을지 감이 안 와)" 처럼 not의 위치를 don’t have a clue가 아닌 haven’t a clue와 같이 말하며 문법의 구애를 받지 않는 것이 비격식 어의 특징이다.

④ 줄이고, 합치고, 또는 비슷한 모양

파데(파운데이션), 상테(쌍꺼풀 테이프)와 같이 줄임말들이 많다. 영어에서는 옷이 편안하다면 comfortable을 comfy(편안한)로, 옷차림이 멋있거나 사랑스럽다면 gorgeous를 gorge(멋진), fabulous를 fab(훌륭한), adorable을 adorbs(사랑스러운)로 줄인다.

신경 쓰이는 신체 부위를 가리거나 자신 있는 부위는 드러내기 위해 옷의 디자인은 중요하다. 주로 여자는 다리, 남자는 배 부위를 신경쓰게 되는데 우리말에 굵은 발목을 '발목 땡이'라고 하는 비격식 어가 있다. 영어에서 이를 cankle이라고 한다. calf(종아리)와 ankle(발목)을 합친 합성어인 cankle(발목 땡이)이 비격식 어가 된 경우다.

남자들의 볼록한 배는 드레스 셔츠를 고를 때 항상 고민거리다. 달콤한 머핀의 윗부분을 보면 빵을 덮고 있는 종이를 넘어 먹음직 스럽게 빵이 흘러내려 있다. 바지 벨트 주변으로 흘러내린 씁쓸한 배 부위는 슬림핏을 기피하게 만들면 이는 영어로 머핀 탑(muffin top)이라도 한다. 또한, 작은 블랙 드레스를 LBD(little black dress), 와 같이 앞글자만 사용하는 비격식 어도 있다.

⑤ 반대어 사용

우리말은 음성으로 부정과 긍정의 뉘앙스를 조절 할 수 있다. '너무 말랐다'를 '너~무 말랐다'라고 하면 부정적인 의미가 된다. 영어는 'very skinny'를 'too skinny'라고 하면 부정적인 의미가 된다.

'멋찐'이란 좋은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쩐다' 혹은 '죽인다'라고 부정적인 의미를 긍정적으로 사용하기도 하듯, "That dress’ design is sick. (그 드레스 디자인 쥑인다.)"과 같이 sick(아픈)을 사용한다.

비격식 어는 격식이 없기에 딱딱한 문서, 논문, 기사 글과는 다르게 표현들이 정감 가거나, 귀가 솔깃해지는 표현들이다. 격식을 내려놓는 방법은 어느 언어나 마찬가지라는 이 느낌적인 느낌이 항상 흥미롭다.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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