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 "좀비와는 달라" '괴이' 연상호·류용재의 전개법


"눈으로 현혹되는 저주…시즌2 나온다면 아쉬운 부분에 기대 포인트 더할 것"

[조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연상호 작가의 세계관이 확장됐다. 드라마 '방법'을 통해 한국적 오컬트 장르를 새로 썼던 그가 이번 티빙 오리지널 '괴이'를 통해 이야기의 저변을 넓혔다. 호불호가 갈린 작품이지만, 연상호, 류용재 작가는 호평과 혹평 모두 달게 받으며 다음을 기대케 했다.

최근 티빙을 통해 공개된 '괴이'는 저주받은 불상이 나타난 마을에서 마음속 지옥을 보게 된 사람들과 그 마을의 괴이한 사건을 쫓는 초자연 스릴러.

티빙 오리지널 '괴이' 연상호, 류용재 작가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티빙]

'괴이'는 '방법'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동시에 새로운 이야기로 뻗어나간다. 저주받은 불상이 진양군에 나타나고, 이를 불교적 세계관으로 해결한다. 큰 맥락만 '방법'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풀어낸 것. 40분 내, 6편의 짧은 에피소드가 빠르게 전개된다.

두 시간 내외의 '부산행', '반도' 등과 1시간에 달하는 에피소드로 이뤄진 '지옥'과 달리 이번 '괴이'에서 이러한 방식을 택한 이유에 연상호 작가는 "특별한 이유가 있지는 않지만, '괴이'는 스트레이트하고 빠른 식의 호흡을 그리고 싶었다. 영화처럼 진행되는 서사가 시리즈에 가능할 것인가의 도전적인 느낌이 있었다"라고 고백했다.

극 중 귀불이 등장해 진양군이 혼란에 휩싸이고 정기훈(구교환), 이수진(신현빈)이 힘을 합쳐 귀불의 눈을 가리며 사태가 종식된다. 이 모든 일들이 하루 안에 벌어진다. 연상호 작가는 "한나절 정도에 일어나는 일을 시리즈로 다룰 때 어떤 러닝타임이 적당할까 생각했는데, 30분짜리 6부작이 어떨까 싶어서 티빙에 제안했다"라며 "기존 방송 포맷에서는 기획하기 힘들다. 수출에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이런 방식으론 다른 이야기도 개발될만하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에 일부 시청자에게는 "빠른 전개로 몰입감이 높았다"라고 호평받은 반면, "짧은 전개와 캐릭터 서사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라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 하나의 이야기에서 여러 가지를 뻗어나가는 형식을 취하는 연상호 작가의 '연니버스'에 신선함보다는 지루함이 크다는 평가도 있었다.

류용재 작가는 캐릭터 서사가 부족하다는 평을 일부 인정한다면서도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상 내면으로 들어갔을 때 악으로 드러나는 구조다 보니 짧을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하면서 "시청자들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그만큼 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한다"라고 말했다.

티빙 오리지널 '괴이' 연상호 작가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티빙]

귀불에 현혹된 극 중 인물들은 마음속 지옥을 환각으로 보게 된다. 눈앞에서 끔찍한 상황들이 끊임없이 그려지고 이를 현실로 착각한 이들은 살인과 폭행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른다. 저주받은 사람들의 모습은 좀비와도 다름이 없다.

연상호 작가는 "원래 대본에서 용주(곽동연)가 직접 '쟤들은 좀비'라고 말을 한다. 좀비물을 많이 봤기 때문에 좀비를 안 죽이면 답답하지 않나. 좀비와 비슷하니까 죽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사실 좀비가 아니라 귀불에 현혹된 상태인데 좀비라고 하는 순간 다른 형식의 긴장감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극 중에서는 좀비라는 말 대신 '감염'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이에 연상호 작가는 "아무래도 감독님께서는 좀비라는 단어가 부담스러우셨던 것 같아 '감염됐으니 죽여야 한다'라는 대사로 바뀌었다"라고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좀비스럽지만 좀비와는 또 다르다. 여러 작품에서 만나왔던 감염된 좀비들은 한 번 감염되면 돌아오기 힘들고 시체도, 생존한 것도 아닌 상태를 가진다. 그러나 극 중에서 등장하는 현혹된 이들은 마음속 지옥이라는 상념에 사로잡혀 눈빛이 탁해지고 시간이 지나면 본래의 상태로 돌아온다. 연상호 작가는 이러한 부분에서도 차이점을 뒀다고 고백했으며 류용재 작가는 "좀비들은 본능에 따라서 타인을 감염시키는 게 목적이라면, '괴이'의 사람들은 각자 마음속에서 타인을 자기의 공포의 대상으로 본다. 자기 자신을 그런 대상으로 삼아서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점이 기존의 좀비물과는 다르다"라고 꼬집었다.

엄청난 크기의 귀불은 왠지 모르게 엄습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홀린 듯 귀불의 눈을 본 자는 저주가 걸리는 설정이다. 연상호 작가는 저주의 매개체를 눈으로 설정한 이유에 "눈의 형태를 한 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상념에 사로잡히는 게 재밌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류용재 작가는 "귀불의 아이디어를 얻은 '어우야담'에서는 쓰러트려 불을 태워야 한다는 기록이 있었다"라며 "그것보다는 눈을 바라보는 것으로 눈을 막는다든지 주문을 걸면 오컬트적으로 저주를 깨는 방식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눈을 사용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기훈이 차에 달고 다니는 딸의 마지막 인형과도 대비를 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기훈은 교통사고로 딸을 떠나보내고 딸에게 받은 마지막 선물인 작은 인형을 차 룸미러에 걸고 다니며 틈틈이 딸을 떠올린다. 연상호 작가는 "귀불이 엄청나게 큰 대신에 인형은 매우 작다. 마음이 담긴 물체가 귀불과 대비되면서 사람의 원한이든 마지막에 대결하는 느낌을 생각하며 작업했다"라고 귀띔했다.

티빙 오리지널 '괴이' 류용재 작가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티빙]

기훈과 수진이 힘을 합쳐서 귀불의 눈을 가리고 땅 밑으로 내려앉는 귀불에 아이의 인형이 떨어지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된다. 아이의 사고로 별거하고 있었던 기훈과 수진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면서 시즌2를 기대케 하기도 한다.

이에 연상호 작가는 "농담 삼아 고문서에만 있는 옛날 민요를 부르면 요괴가 깨어나는 장면이 '괴이' 마지막에 있어도 좋았겠다고 이야기했었다. 시즌2가 나온다면 아쉬웠던 부분에 기대 포인트를 더해서 대본을 만들어야겠다"라고 열의를 내비쳤다.

류용재 작가 또한 "'괴이'는 사람들이 그간 겪은 상실감과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후속작이 나온다면 이를 극복한 사람이 다른 톤과 분위기로 캐릭터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그걸 보여주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라고 기대했다.

연상호, 류용재 작가는 조만간 차기작으로 대중과 다시 만날 예정이다. 연상호 작가는 "영화 '정이' 후반 작업을 하고 있다. 하반기엔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예고했고 류용재 작가는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도 관심을 당부했다.

/김지영 기자(jy100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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